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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K May 01. 2019

누구도 내 삶을 구제할 순 없다. 지독한 사랑일지언정

스타 이즈 본(2018)

# 잭과 앨리! 서로를 알아보다.     


음악에 대한 대단한 열정과 실력이 있는 앨리!잭은 앨리의 노래를 듣고 그 아름다움에 눈물을 흘린다.     

뛰어난 실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모 콤플렉스로 자신감이 바닥까지 떨어진 그녀에게 잭은 말한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내 방식대로 들려줬는데 통한다는 건 특별한 재능이다.” 뮤지션은 사람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노래하는 거라며 용기를 준다.     


<앨리>의 재능을 알고 그녀를 성장시키는 <잭>


위험한 상황에서 그녀를 구출하고 다친 손을 소중히 치료해준다. 그녀는 느낀다. 그가 친절하고 참 좋은 사람임을. 그리고 안타깝다. 몰카를 당하고 취객들이 사생활을 침해해도 그저 괜찮다고 허허 웃는 그가. 그의 공허감을 알아차리고 위로와 공감을 위해 즉흥곡을 불러 준다.      


상담에서는 서로 간의 공명 -나만의 메타포와 그 만의 독특한 메타포를 주고받는 것-이 필요하다. 그가 소리를 내면 내가 소리를 들으려고 하는 독특한 연결감이 중요하다.


상담자가 공감 언어로 공명을 주고받는다면, 뮤지션은 노래로서 마음을 소통한다. 말하지 않는 그의 힘듦을 알아봐 주고 즉흥곡으로 만들어서 위로해주는 그녀가 얼마나 고마웠을까.      


이미 서로는 “나를 알아봐 주는 사람”이다. 스타나 팬이 아닌 그 너머를 뚫고 내면의 아름다움을 읽어내는 사람이다.”이런 사람을 만난다면 절대 놓치기 싫을 것이다. 내 마음을 알아주는 운명의 짝, 살면서 그런 사람 만나기 너무 힘든 걸 아니까.     


# 사랑이 불안한 앨리     


앨리는 잭을 진심으로 사랑한다. 시상식에서 실수한 잭을 자신의 드레스로 감싸는, 수십만 관중보다 잭에게 집중하는 모습이 놀랍다. 정말 사랑하지 않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행동이므로.

그녀는 잭을 사랑하지만 불안하다. 그는 너무 유명한 스타이고, 예쁘다고 여겨주는 것이 술에 취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그가 알코올 치료를 마쳤을 때 기쁘기도 하지만 떠날 것 같은 두려움을 느낀다.

“집으로 올 거지? 안 돌아올 것 같았어.”         


사랑이 불안한 <앨리>

      

# 앨리와 앨리의 음악을 사랑한 잭     


알코올 중독을 끊고자 노력한 이유는 그녀 옆에 가고 싶어서였다. 그녀는 자신의 우울과 상실의 늪, 무의미한 인생에서 불을 밝혀 힘든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단 하나의 이유였으니까.


그는 말한다.“난 당신에게 돌아갈 거야. 당신 옆에 있으면 행복해지니까.”     

잭은 그녀의 노래와 음악을 아꼈다. 앨리의 꿈을 펼쳐주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제 성공의 궤도를 달리는 앨리에게 잭은 아끼는 후배에게 하듯이 속 깊은 조언을 한다. “진심을 노래하지 않으면 끝이야. 걱정하지 말고 하고 싶은 얘기를 해. 당신의 노래는 천상의 피조물이야.”     


잭은 형에게 진심을 고백한다.

“앨리가 그 음을 다루는 방식이 너무 좋아.”

# ! 자신을 파괴하는 남자     


잭은 만성적 자살- 생명에 해가 되는 걸 알면서도 계속 그 행위를 함으로써 서서히 자신을 죽이는 행위- 을 한다.


잭은 생명의 위험 경고를 받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알코올을 몸에 채우고, 마약을 한다. 청력 상실 경고를 받고도 자신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야 한다며 보조장치를 거부한다.      


방임되고 학대받은 환경에서 소중히 여겨지는 경험을 못 받아서일까? 우울해서 미래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일까?       


그는 자신을 삭제하기로 마음먹는다. 병원에서 무사히 귀가한 그에게 앨리의 매니저는 말한다. 당신 때문에 앨리의 가수 인생이 끝날 뻔했다고, 당신 아내여서 놀림받는다고, 당신은 다시 술을 마시고 앨리의 치명적인 결점이 될 거라고. 스스로가 못 미더웠던 그는 사랑하는 앨리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자신을 지우기로 결정한다.  그는 그녀의 구원자가 되고 싶었고 그녀를 망치는 사람이 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 

어쩌면 그녀는 ‘어린 그 자신’이었고, 자신이 받고 싶었던 관심과 보호, 사랑을 해주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 3번의 네 잘못이 아니야.”     


“네 잘못이 아니야.”이 영화에서는 3번이나 이 대사가 반복된다. 잭의 실수로 상심하는 딸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아버지에게 앨리는 말한다.


“아버지 잘못이 아니에요”      


부모들은 사랑하는 자녀의 불운이 자신이 통제할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미루어 짐작하여 예방했어야 했었다고, 그렇게 하지 못한 나는 부모로서 자격이 없고 잘못한 거라고 양육죄책감에 빠져든다. 앨리의 말처럼 자녀의 불운이 부모의 잘못은 아니다.     


잭이 치료센터에서 가장 하고 싶었으나 너무 미안해서 하기 힘들었던 자신의 실수를 사과하였고, 앨리는 답한다.


“당신 잘못이 아니야. 중독 때문에 그래.”    

 

잭이 실수한 건데 잭의 잘못이 아니라니 쉽게 이해하기 힘들 수 있다. 여기서 앨리는 생각과 존재를 분리하는 탈융합을 보여준다. 또한 맥락적 자기- 그의 생각과 행동을 넘어선 변하지 않는 존재- 로서 잭을 사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잭이 떠난 후 혼자 남겨진 앨리는 생전의 마지막 대화가 거짓말이었다고 죄의식에 시달린다. 잭의 형은 함께 사랑하는 사람을 상실한 동반자로서 위로한다. 누구도 마지막을 모르기 때문에 실수할 수 있다는 듯이.


“네 잘못이 아니야.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니고,잭이 잘못한 거야.”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갔을 때 남겨진 사람들은 일련의 트라우마 회복단계- 거부하고 분노하고 우울하다가 차차 그 사실을 수용하며 기억하고 애도하는- 를 겪는다.


그들도 그 과정을 따라간다. 형은 말한다. 잭의 음악을 듣고 부르는 사람들을 보고 처음에는 화가 났다가, 그다음에는 잭이 헛산 게 아니구나 싶어 위로를 받았다고.    


# 기억은 왜곡된다. 생존을 위해서     


배다른 형은 말한다. “왜 쓰레기 같은 인간을 받드냐. 그 인간이 너한테 가르친 건 술밖에 없고 아버지랑 같이 있었으면 너도 알코올 중독자가 되었을거다.”     


<나는 어머니를 죽이며 태어났다. 아버지는 첫번째 결혼에 실패하고 시골로 들어와서 63살에 18살의 어린 주인집 딸을 임신시켜 나를 낳았다. 아동기 우울을 겪은 나는 현실이 싫어서 13세의 나이에 목을 매달아 자살을 시도했다. 아버지는 사실조차 몰랐다. 목을 매달은 선풍기가 바닥에 6개월이나 팽개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게 팩트다.   

  

너무 끔찍한 팩트를 받아들일 수 없었기에 잭은 포장하고 왜곡한다.

<사랑하는 아버지의 무덤을 지키기 위해 농장을 샀다.> <앨리, 당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아버지를 대신할 수 없어. 아버지 손가락 한 마디만큼도 안 돼>

     

자신이 피해자이면서도 생존을 위해 기억을 왜곡한다.     


# 사랑은 용기를 준다. 어릴 적 트라우마를  직면하고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도록      


애리조나! 상처의 근원지. 그는 영혼의 짝을 만났고 그녀와 함께하고 싶다. 함께 음악을 만들고 서로 다울 수 있도록 돕고 싶다. 그래서 그 첫 시작을 트라우마로 가득 찬 그곳에서 시작하고자 마음먹는다. 불쑥불쑥 자신을 괴롭혔지만 외면하고 싶었던 바로 그곳에서.     


음악의 동지가 된 <잭>과 <앨리>

상처가 많아서 아팠던 그에게 결혼은 몹시 두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녀가 너의 탈출구일 거야. 두려워할 필요 없어. 바다를 떠돌다가 항구를 발견한 거와 비슷해. 지금이 너무 좋으니까 그때가 기억나지 않아.”


만취해서 찾아간 오랜 친구는 사랑의 크기와 달리 결혼을 두려워하는 잭에게 자신의 경험을 들어서 용기를 준다. 그 격려에 잭은 드디어 용기를 낸다. 새로운 가족을 만들기로.     

    

결혼이 두려운 <잭>에게 용기를 북돋우는 친구

# 가족 - 아버지 같았던 형, 엄마 같았던 아버지     


잭의 매니저이자 배다른 형은 말한다. “너 때문에 꿈을 포기했다. 너 뒤치다꺼리하느라 내 인생이 없었다.”

잭은 응수한다.“형은 노래할 이야기가 없었잖아.” 실력이 없어서 뮤지션이 못 된 거라고.  

누가 시켜서 한 건 아니지만 가족을 위한 희생이었고, 그 희생을 동생만은 알리라 기대했는데 그 기대가 무너지니 삶의 의미도 사라진다. 의미를 상실한 형은 잭을 떠난다.      

의미를 상실한 형은 잭을 떠난다.

형은 한참 후에 나타나서 말한다. “네가 없으니까 편했다.”

한결 밝아진 표정으로. 그러고 여운을 남긴다. “어려운 일 생기면 연락해.”


이토록 가족을 잘 설명해주는 대사가 있을까?! 이 짧은 두 마디가 가족을 정말 잘 표현해준다.      


함께 있으면 힘겹고, 함께 없으면 걱정되는 존재, 가족!  우산은 비 오거나 폭우가 쏟아질 때 진가를 발휘한다. 비를 피할 수 있도록 몸을 보호해준다. 그러나 화창한 날이 훨씬 많기에 우산의 무게는 버겁다. 때로는 버리고 싶은 충동도 생겼다가 갑작스레 비나 우박이 쏟아지면 또 얼마나 힘이 되고 위안이 되는지. <힘이 들기도 하면서 힘이 되기도 하는 존재>가 바로 가족이다.     

“형을 닮고 싶었어. 아버지 말고.” 그의 오랜 희생은 그 한마디 말로 충분히 보상받지 않았을까. 그 말을 들은 형의 눈시울이 뜨거워졌으리라.   


앨리의 아버지는 자식 성공이 제 성공이고, 딸이 나온 유튜브 영상을 200번 돌려서 보는 사람이다. 딸의 수상을 누구보다 기뻐하고 본인 능력밖임에도 불구하고 사위의 실수를 막지 못했다고 미안해하고 오랜 세월 홀몸으로 옆에서 바라보는 큰 언덕이다.

딸은 말한다. 아빠는 피아노를 계속 옮겨줬다고, 곡 쓸 때마다 항상 옆에 있어 줬다고 아버지는 말한다.

"너는 좋은 아이야" 항상 옆에서 힘을 주는 <앨리>의 부

너는 좋은 아이야.” 맞다. 앨리는 좋은 사람이다. 그래서 함께 있는 동안 잭을 구원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마지막 힘을 다해 추모곡을 완성하여 애도 노래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 득과 실, 양날의 검     


이 세상 모든 것에는 일장일단이 있다. 앨리는 큰 소속사에서 소위 잘 나가는 가수가 된다. 잘 팔려나가도록 이미지가 새롭게 창조되고 소모된다.

그녀가 변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잭은 마음이 복잡하다. 늘 내 품에서 호흡했던 그녀의 독립도 가슴 아픈데, 그녀는 진한 화장과 번쩍이는 무대의상을 입고 백댄서들과 춤을 추고 있다. 노래만으로 무대를 꽉 채우던 그녀인데,

그녀의 정체감과 그녀 다움이 점점 사라지는 것에 가슴 아프다. 그 안타까움을 세련되게 말하지 못해 술에 취해 그녀를 자극한다. “당신이 부끄러워. 남에게 잘 보이는 것이 중요한 게 부끄럽다.”      


앨리는 깊이 상처 받는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픈 말만큼 나를 추락하게 만드는 치명적인 무기가 있을까?


그렇게 앨리는 명성과 인기를 얻는 대신 ‘나다움’을 잃어간다.      


잭은 수첩에 앨리를 향한 사랑 노래를 끼워놓는다. 그녀가 정체성을 되찾고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왔을 때 바치고 싶은 노래. 그가 그녀를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문득 궁금해진다. 그가 떠나고 그를 향한 추모곡으로 그 노래를 불렀던 그녀가 정말 잭이 원하던 그녀 다움을 되찾았을지. 인기의 달콤한 유혹보다 자기다움을 선택했을지..      

마지막 사랑의 곡을 쓰고 떠난 <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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