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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번째 삶 May 06. 2020

드라이브 스루 교과서 받기

학부모 일지_2020년 4월

4월 6일로 연기되었던 개학이 다시 미뤄졌다. 처음으로 '온라인 개학'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제 개학이라 함은 당연히 학교에 등교하는 것이라는 우리의 인식에도 새로운 것이 추가되어야 한다. 학교에 가지 않고도 온라인 상으로 개학할 수 있다는 새로운 개념이다.


온라인 개학의 준비로 교과서를 받으러 학교에 가야 했다. 학교에서는 각 반 별로 정해진 시간에 마스크 착용하고 방문할 것을 공지했다. 작은 아이가 다니는 중학교는 집에서 가까워 걸어갈 수 있는 거리지만 큰 아이가 다니게 될 고등학교는 차를 타고 움직여야 다.


중학교는 각 학년과 반별로 나누어 시간 간격을 짧게 정해 주었고 고등학교는 몇 개 반씩 나누어 시간을 정하고 대신 시간 간격을 길게 정해 주었다. 큰 아이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학교에 가야 해서 걱정이었는데 마침 남편의 시간이 여유가 있다고 했다. 우리 가족도 기사에서 보던 대로 차를 타고 드라이브 스루로 교과서를 받으러 갔다.


먼저 작은 아이가 다니는 중학교에서 교과서를 받았다. 아이의 담임 선생님은 걸어서 올 것인지 차를 타고 올 것인지를 확인했다. 걸어오는 아이들과 드라이브 스루로 받는 아이들의 동선이 다르기에 교과서를 미리 옮겨 놓으려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차로 간다고 알렸다.


학교는 드라이브 스루를 위해 정문을 열고 운동장을 내주었다. 인조잔디를 보호한다는 명목 하에 정문도 잠그고 아이들의 통행도 막았던 곳이다. 누구를 위한 인조잔디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늘 들었었다.


차를 타고 정문으로 들어서니 운동장을 커다랗게 돌아 스탠드 앞쪽으로 차량이 움직이도록 흰 선으로 동선을 그려 놓았다. 초록의 인조 잔디 위로 차를 타고 가려니 묘한 기분이었다. 큰 아이가 다니던 3년 간 학교 정문을 개방한 모습을 보지 못했기 때문일까. 아이들의 운동장에 올라 학교를 바라 볼 기회가 없던 것도 있겠지만 처음 개방한 정문을 통해 학교로 들어가니 낯선 공간에 온 것 같았다.


그려진 길을 따라 운동장 스탠드 앞쪽으로 가니 교장 선생님과 담당 선생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반과 이름을 확인한 후 교과서와 온라인 수업 실습 재료 등을 주었다. 올해 초 종업식 하기 전 미리 교과서를 받았던 터라 받을 책은 몇 권 되지 않았다.


아이의 담임 선생님은 걸어오는 아이들 쪽에서 책을 나눠주고 계셨다. 학교에서 거리가 가까운 아이들이 많아서인지 드라이브 스루 쪽에는 나눠 줄 책이 많지 않아 보였다. 반면 걸어오는 아이들 쪽은 북적이는 모양새다. 4월이 되도록 담임 선생님의 얼굴도 보지 못한 아이들에게는 선생님의 얼굴을 볼 좋은 기회였을 것이다. 우리 아이는 작년 교과를 담당하셨던 선생님이 담임이 되어 구면이라서 크게 상관없다고 했다. 마스크를 쓴 아이들과 선생님의 반가운 웃음소리가 들린다.


큰 아이가 입학하는 학교도 차를 타고 와도 된다고 했다. 학교 정문으로 차를 타고 들어가니 따로 드라이브 스루를 위한 공간을 만들지는 않았다. 운동장 입구에 서 계시던 선생님이 차를 운동장 쪽으로 돌려 오라는 손짓을 한다. 차를 돌려 오니 기다리던 선생님이 아이에게 반과 이름을 물으시곤 담임이라면서 우리에게 반갑게 인사했다. 처음 만나는 아이 담임 선생님과의 어색한 인사를 차 안에서 마스크를 쓴 채 해야 했다.


차에서 내리지도 못한 채 창문으로 입학 시에 내려고 했던 교복 신청서와 CMS 신청서를 제출하고, 각 반별로 담아 두었던 교과서와 가정통신문 꾸러미를 받았다. 교과서는 등교 시에 받고 e-교과서를 이용해도 되지만 가정통신문 수령을 위해 방문해 달라고 했었다. 가정통신문에는 아이들의 온라인 개학 이후 작성해야 할 출결 확인서와 교복 구매 안내문 등이 들어 있었다. 아직 입학식도 하지 못한 아이들의 여름 교복 구매였다. 지난번 구매해놓은 겨울 교복은 아직 한번 입어보지도 못했다.


코로나 진단 검사에서 드라이브 스루 방식이 나온 뒤로 패스트푸드점이카페가 아닌 상점에서도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상품을 판다고 했다. 어떤 어린이 도서관은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책을 대출해 준다고 했다. 이제 교과서를 받을 때도 대면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차를 타고 학교에 방문한다. 4월까지도 등교는커녕 입학도 못한 학교를 차 안에서 한 번 둘러보고 집으로 오는 동안 마음이 복잡했다. 이전에는 3월이 되면 당연히 학교에 가는 것이 개학이라 생각했던 시대였다. 코로나 이후에 아이들이 만나게 될 학교 생활은 어떻게 달라질궁금해진다.  (2020.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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