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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자 Sep 04. 2022

그건 뭐였을까, 정말 공황이었을까. 덜 된 공황증.

마음에도 반창고를 붙여주어야 한다.

문득 예전의 공황-이 생각나면 기억의 저 멀리에서 혀가 쪼여지는 고통이 살짝 느껴지며, 두통이 엄습하려고 한다. 그럴 때면 바로 다른 생각으로 전환하고 기분을 바꿔보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얼떨결에 두통으로 찾았던 첫 진료를 제외하면 공황 자체를 치료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병원에 가보거나 약을 먹어본 적은 없다. 약에 의존하지 않고 일어서는 털어내 보고 싶다는 못난 자존심 탓도 있었고, 약을 불신했다. 더 정확하게는 내 상황을 부정하고 싶었다.


그때 그 증상들은 뭐였을까? 정말 공황이었을까? 내가? 맞나?  


생각해보면 나와 같은 이들이 이 지구상에 또 있을 수는 있겠다 싶었다. 


- 요즘 같은 세상에, 마음의 병은 감기와 같다고들 하지만 그럼에도 신경정신과라는 병원의 문턱을 밟는 것이 아직은 쉽지 않은 이들.


- 혹은 ‘이 증상이? 나는 아니야.’라는 생각으로 자신에게 공황장애라는 병명이 내려앉을 거라 생각조차 못해본 이들.


- 혹은 사는 게 바빠서. 일상에 치여서 내 마음의 아픔조차 차마 들여다봐줄 여유가 없던 이들.


- 혹은 간간히 웃고, 간간히만 힘든 것이니 마음이 나약해서 그랬던 거라고 오히려 스스로를 자책하며 상황이 지나가지기만을 혼자 삭히던 이들. 


- 혹은 공황장애의 단어와 자신 상황의 개연성을 떠올려보는 것조차 못해본 이들.


- 혹은 의료기관에 대한 불신, 자신의 상황에 대한 부정으로 약을 째려보고 먹지는 않는 이들.


나는 이 모든 것에 해당되었다. 


‘내가? 설마?’라는 생각의 이면에 ‘혹시? 내가?’라는 생각이 공존한다면 ‘덜 된 공황증’을 염려해보시라.


 혹시라도 마음이 아프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 맞다면 바로 마음을 살펴주어야 한다. 방치해두었다가는 상처가 깊어질 수 있으니 병원의 도움을 받든, 다른 무엇으로 치유를 받든, 다시 나답게 살 수 있는 마음의 근육을 보강해주어야 한다. 마음에도 반창고를 붙여주어야 한다.


나의 경우에는 한없이 덜어내었다. 의식적으로라도 아픈 생각을 덜어내고자 했고, 일상의 힘든 상황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했다. 집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를 마음껏 추구했고, 한없이 게을러질 수 있는 권리를 찾고자 했다. 평소에 하고 싶던 일들을 시작했고, 하기 싫었던 일들을 하지 않는 연습을 했다. 쓰고 싶던 글을 조금씩이라도 쓰려는 시간을 확보하며 매일 헬스트레이닝하듯 나답게 살기 위한 마음의 근육을 보강시켰다. 디톡스 다이어트를 하듯 마음속에 부담이 되던 모든 것들을 덜어내려 했다. 무거운 생각들, 부담감, 책임감, 자책감, 무엇이든 다 덜어내고자 했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시간을 늘려가는 훈련을 했다. 


마음에도 저장하기 기능이 있어서 가끔씩은 ‘휴지통 비우기’, ‘리셋’, ‘포맷’이 필요하다. 모든 것을 다 담아두고, 곱씹으며 살기에는 마음이 버겁다는 신호를 보내곤 한다. 의식적인 마음 비우기, 덜어내기, 덜 생각하고 덜 힘들어하기 과정은 ‘나답게 살기 위한 마음의 힘과 자유’를 얻게 해 준다.   




<반창고 문장> 여러분의 마음에 문장으로 반창고를 붙여드립니다.


오늘부터 나를  ‘덜 된 공황을 끌어안고 사는 덜 된 인생’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대놓고 못났다 인정하면 마음껏 못나질 수 있음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그리고 찾으라, 나답게 살기 위한 마음의 힘과 자유를!!! 



사자의 용맹을 타고났으나 생쥐처럼 살고 있는 당신, 거울 앞에 서서 물어보라.
나는 왜 이쪽저쪽으로 코를 벌름거리며 쓸데없는 탐색에 세월을 낭비하는가.
진정한 나의 모습을 세상에 드러내는 것은 왜 생각만 해도 몸이 움츠러드는가.
나는 왜 갈등의 낌새만 보여도 종종걸음 치며 내빼는가.
왜 큰 꿈은 회피하고 적당히 살아가는가. 자연이 무한한 자유와 힘과 풍요를
선사하는데.. -나답게 살기 위한 마음의 힘과 자유 서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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