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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꽃 Dec 17. 2024

쓰고 진한 커피 같은 글쓰기의 맛

어떤 여자의 일상 이야기

브런치스토리에서 작가님들의 다채로운 글들을 읽을 때면, 언젠가 나도 글을 써서 이곳에 올려보고 싶었다.

다행히도 나는 손글씨 쓰기를 좋아해서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 늘 다이어리에 일기를 써 왔기에 글쓰기가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았다. 


다만 종이 위에 사각사각 좋아하는 펜의 질감을 느끼며  글을 쓰는 대신 딱딱한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며 머릿속의 생각을 적어나가야 하는 건 조금 아쉬웠다.


뭐부터 쓰지?


며칠을 고민하다가 결국 ''의 이야기를 쓰기로 했다.

일단 '나'라는 사람에 대한 분석부터 해 보자 싶어서 그동안 서랍장 깊숙이 쌓아둔 일기장들을 꺼내서  권씩 지나간 시간들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알게 된 것.

내 속에 수많은 상처들이 들어앉아 있다는 것과 끊임없이 무언가를 이루고 싶어 애써왔다는 것.

참 많이도 우울했고 속상한 것도 많았던 사람이었다는 것.....


나름 긍정적인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혼자 책상 앞에서 끄적인 글들 속에는 주변 사람들에 대한 미움과 섭섭함, 스스로의 어리석음을 질책하며 후회하는 내용으로 가득했다.


써놓은 일기들 중 내용이 좋은 것이 있으면 작품으로 풀어내야지 했던 처음 생각과는 달리 일기를 읽으면 읽을수록 묵혀두었던 상처들이 서로 비집고 올라와 아우성을 치며 나를 힘들게 했다.


대체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자기 연민에 빠져 있단 말인가.....

그러면서도 어느새 일기 속의 나로 돌아가 그때의 감정에 이입되어 훌쩍이고 있었다. 

한심한 내 모습에 적잖이 당황스러웠지만 마음과는 달리 눈물은 그치질 않고 저절로 흘러내렸다.

이런!!!

그래.......

마음 깊숙이 숨겨두었던 것들을 한 번 써보자. 써보면 어떤 답이 나오겠지.

음식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니 일단은 음식에 얽힌 이야기부터 해보자....


그렇게 해서 첫 번째 글, '추어탕, 미꾸라지를 처음 만난 날'을 썼다.

나름 재미있게 써보고 싶었지만 마음처럼 써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첫술에 배부르랴.


두 번째 글인 '보름달빵과 우유, 그때는 젊었기에'는 남편과 함께 간 카페에서 크림 카스텔라를 먹다가 문득 떠오른 어린 시절의 아팠던 기억을 써나간 것이었다.

그 글은 쓰는 동안 몹시 힘들었다. 그 사건이 그렇게까지 나를 울리는 일일 줄은 몰랐다.

쓰면서도 울었고 다 쓰고 나서도 울었을 뿐 아니라 몸이 아프기까지 했다.

글을 발행하기 전 퇴고를 하기 위해 다시 읽으면 또 눈물이 났다.


어떻게 해야 하나.......


나는 매일 브런치에 들어와서 눈물이 안 나올 때까지 읽기로 했다.

읽을 때마다 눈물이 났는데

어느 순간부터 담담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때부터 내가 아닌 엄마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신기하게도 밉기만 했던 당시의 엄마가 처음으로 가여웠다.

다시 눈물이 났다. 엄마의 슬픈 마음을 달래주고 싶고 엄마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비로소 나는 그 사건이 일어났던 여덟 살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울지 않게 되었다. 

성장의 순간은 감동적이었으며 '글쓰기의 힘'은 내게 혁명과도 같았다.




자판을 앞에 두고 앉아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내려 마신다.

졸리기도 하고 조금은 무료하기도 한 겨울날의 오후.

쓰고 뜨거우며 때로는 달게, 때로는 차갑게 마실 수 있는  한 잔의 커피처럼, 

글쓰기는 나의 일상에 때로는 각성을, 

때로는 여유를 주는 향기롭고 고마운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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