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벨라는 지난주에 공저 작가님들과 북토크를 잘 마치고 이제 한숨 돌렸어. 그동안 책 홍보와 서평진행, 북토까지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엄청 컸나 봐. 열심히 읽던 책도 눈에 잘 안 들어오지 않고 머릿속이 멍한 상태였다 복잡했다 하면서 좀 혼란스러웠어. 정신이 제대로 출타했는지 예약했던 병원 날짜도 잘못 알고 있어서 한 달 후 다시 예약하는 번거로운 일도 생기고 아이 물병 챙겨주는 일도 몇 번 잊었고, 오늘이 며칠인지 가물거리는 날도 있었어. 그냥 붕 뜬 묘한 느낌으로 몇 주를 살았던 것 같아. 그런데 이제 북토크까지 마무리가 되니 정신이 다시 일상으로돌아오고 있는지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조금씩생기는 것 같아. 날 보는 사람들마다 까칠하고 수척해 보인다고 하던데 정신적인 피로도가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나는구나, 싶으면서 빨리 원위치로 돌려놓고 싶더라. 이제 다 끝나서 시원해. 잘 해냈다는 뿌듯함도 들고. 루야, 재밌는 얘기 해줄까? 북토크에서도 난 역시나 보라색 원피스 위에 핑크색 트위드 재킷을 입었다는 거! 네가 상상하는 그 쟈켓 맞아. 내 생일파티에 입었던 바로 그 핑크 옷(히히).
루가 핑크색 니트를 입고 왔던 날을 기억해. 슬초동기들단톡방에서 네가 핑크색을 좋아한다는 걸들어서 익히 알고는있었는데 우리가 두 번째 소모임에서 만났을 때 직접 핑크를 입은 널 드디어 볼 수 있었지. 직접 뜬 것 같이 조물조물 귀엽게 짜인 핑크색 니트와 귀여운 루가 아주 잘 어울리더라고. 근데 우리 처음 만난 날은 너랑 나 둘 다 핑크색 옷을 안 입었던 거 알아? 검정에 가까운 색을 둘 다 입었더라고. 너에게 편지를 쓰느라고 사진첩을 뒤져보다가 우리 처음 만난 날 무슨 색을 입었나 궁금해지길래 확인해 보니 핑크색은아니었지만 같은 색 옷을 입은 걸로 보아 우리는 이미 만나기 전부터 통할 운명이었구나,그런 생각이 들더라. 웃기지?
드디어 우리가 핑크를 입고 만나는 날이 왔어. 그건 바로 4월 29일에 동기 소모임에서였지. 다정한 동기님 덕분에 우리 둘이 고등학교 선생님들동영상을 보면서 어머어머 놀라며 떠드는 장면을 사진으로 간직할 수 있게 되었고, 서로의 핑크 취향도 다시확인하게 되었지 뭐니. 너무 재밌어. 근데 신기한 건 그때 우리 둘 다 꽤 수줍더라고. 너도 나도 친구로 다시 만난 지 몇 달 되지 않아서였을까, 살짝 어색하면서도 설레고 그런데 너무 좋고. 이런 복합적인 감정들이 섞인 표정이더라. 근데 난 그 모습이 너무 좋아 보여.사십 대의 우리, 엄마의 우리가 아니고 그냥 딱 고등학생들이 작은 것에도 좋다고 깔깔대는밝은 모습이었거든. 삶의 시름과 고난이 머물다 가지 않는 듯한 어린 우리의 모습이 보여 사랑스럽더라.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이지만 지금 남아있는 우리가 그때를 증명할 수 있어서 행복해.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핑크가 너무 좋아서 싸이월드를 하던 때에도 핑크가 링크주소에 들어갔고 인터넷 아이디나 카페 이름에도 핑크를 꼭 넣었어. 오죽하면 브런치 주소에도 pink가 들어갈까. 이만하면 나 제대로 핑크홀릭인거지? 이렇게 핑크색을 흠모하는데 내 친구도 핑크색을 좋아하다니 그 사실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너는 모를 거야. 그래서 더더 핑크를 좋아하게 된 것도 넌 모르겠지? 그렇지만 이 편지를 네가 읽는 순간 내마음을 다 들켜버리겠네? 아차차.
사랑스러운 핑크색은 복 받은 아이야. 이렇게 자길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니. 옷도 모자라 가방, 신발, 귀걸이, 휴대폰 케이스, 립스틱, 네일까지도 핑크를 놓칠 수 없는 우리가 있으니 얼마나 행복할까. 이 녀석의 매력은 무궁무진해서핑크사랑은 영원히 놓을 수 없을 것 같아. 게다가 너도 나랑 같은 마음이니 어떻게 핑크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어. 너만큼이나 솔직하고 귀엽게 생겼는데 말이지. 우리 오래오래 만나면서 핑크색도 오래도록 예뻐해 주자. 너와 나의 따스한 사이처럼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