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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라Lee Feb 12. 2024

꽈배기가 안 되는 초집중 공부 비법

엄마를 따라 해요

"시아야, 숙제 다 했어?"

"아니, 아직."


(1시간 후)

"숙제 다 했니?"

"아니, 아직 많이 남았어!"


혼자 책상 앞에 앉아 있으면 졸릴 것 같아 방에서 나와 식탁에서 숙제를 하라고 했다. 문제 푸는 모습을 보니 열심히 하는 것도 같고 딴생각을 하는 것도 같고 속내를 알 수가 없다. 점심 먹고 미뤄놓은 설거지를 좀 해야겠다 싶어 앞치마를 두르고 설거지를 시작했다. 가만... 달그 거리는 식기 소리들 사이로 문제집 넘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1시간이 지나도 몇 문제 풀지 못했던 수학 문제집은 날개를 달았는지 휙휙 넘어간다. 설거지를 마치고 뒤를 돌아봤다. 몇 장 남았냐고 자 이 페이지가 마지막이란다. 이렇게 빨리 풀 수 있는 문제들을 여태껏 왜 이렇게 천천히 푼 거지? 궁금했지만 묻지 않고 참았다.


며칠 후 다시 식탁에 나와 공부하는 시아.

오늘은 청소기를 돌려야겠구나. 아이 숙제가 다 끝나고 밀어도 될 텐데 생각나면 바로 실행해야 하는 성격이라 청소기를 아이방부터 드르릉 밀기 시작했다. 그전까지 식탁에 비스듬히 엎어져있던 아이가 갑자기 정자세를 하고 숙제를 한다. 청소기를 밀면서 곁눈질로 아이를 흘끔흘보니 아주 초집중한 눈으로 문제 풀기에 여념이 없다. 이건 또 뭔 일? 궁금했지만 또 한 번 꾹 참았다.


꽈배기와 스크류바

다음날은 방에서 공부하는 시아.

책 보고 싶고 그림 그리고 싶어서 몸을 또 배배 꼬고 있는 모습을 보자 하니 아주 꽈배기 더하기 스크류바가 따로 없네. 그런데 신기하게도 시아 옆 컴퓨터 책상 앞에 앉아 책을 보기 시작하자 아이는 슬슬 몸을 일으키더니 숙제에 집중을 한다. 좋아하는 책을 읽을 때 빠져드는 그 특유의 눈알 광채가 똑같았다. 내가 조금 전까지 인터넷을 볼 때엔 계속 말을 걸고 딴청을 부리더니 말이다. 순간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날카롭게 스쳐 지나갔다. 그동안의 궁금증이 확 풀리는 느낌이었다. 늘어져있던 시아가 갑자기 집중을 하게 된,  이유를 드디어 알아낸 것이다그건 바로바로 내가 무언가에 집중하면 시아도 같이 집중을 한다는 것. 엄마가 설거지, 청소기 밀기, 독서에 온전히 열중을 하면 아이도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한다는 그 희한한 상관관계를 말이다.


하지만 엄마의 집중하는 모습 보여주기의 긍정적인 효과에도 예외 다. 내가 휴대폰에 집중을 하면 아이는 자꾸 거실에 나와 졸리다며 소파에 눕고, 괜히 강아지를 괴롭히고 음악을 거나  펼치면서 집 안을 쏘다닌다. 심지어 나처럼 자기 휴대폰을 쳐다보며 만지작 거리는데, 한마디로 산만함 정도가 높아진.






백색소음이라고 해서 아기가 울 때 이 소리를 들려주면 안정이 되며 울음을 그친다고 해 시아가 어릴 때 칭얼대거나 졸려서 울 때면 자주 들려줬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나의 행동이 요즘 시아에게는 백색소음 같은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 싶다. 엄마가 무언가 열심히 집중을 하면 본인도 모르게 안정감을 얻어 똑같이 공부에 몰두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말을 거꾸하면 난 아이가 공부할 때 휴대폰을 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거. 오죽하면 엄마들이 아이 공부시키려고 독서하는 척하며 책 사이에 휴대폰을 숨겨두기까지 할까. 그 마음 나도 백번 공감한다. 그럼 교육 유튜브는 봐도 괜찮겠지? No No, 그런 예외는 얄짤 . 어찌 되었건 휴대폰으로 무언가를 시청하는 건 아이의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하는 일이라, 설령 주방에서 몰래 보고 있다 한들 아이가 물 마시러 나왔다가 내 뒤를 급습해 엄마 뭐 하냐며 참견을 해서 어차피 딱 걸리게 되어 있다. 어떤 때는 정말 이렇게 아이 눈치까지 보면서 살아야 하나 싶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 했던가?

 재미있는 휴대폰도 못 보고 어쩔 수 없이 무언가에 집중해야 하는 운명이라면 차라리 글 쓰고 책이나 실컷 읽어야겠다. 아이 공부시키려고 읽는 척, 글 쓰는 척하는 게 아니라 진짜 '나'를 위해서 말이다. 아이가 저렇게 쑥쑥 멋지게 잘 성장하고 있는데 나는 옆에서 후퇴하고 늙어 꼬부라진 엄마가 되고 싶진 않다.


예전에는 아이가 부족한 것, 아이에필요한 것을 도와주고 살펴주면 엄마로서의 역할은 다 한 거라고 생각했다. 그게 엄마로서의 소임이자 미덕이라고 여겨왔다. 하지만 엄마가 계속적으로 성장하며 보다 넓은 시야를 가지고 아이를 챙겨줄 수 있다면 지금보다 한걸음 나아간 우리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백억 대의 부자나 우주 대스타가 되는 원대한 꿈아니라 그저 사소한 이라도 꾸준히 실천해서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꿈꾸는, 그런 엄마로 살아가고 다. 아니, 그런 내가 되고 싶다.


나는 엄마이기 이전에 멋진 여자이니까.





*메인사진 출처: 네이버 '박서방꽈배기' 업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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