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끝에서

by Ann

ㅣ8/19 (토)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다 읽었다. 읽는 내내 즐거웠고, 황홀했고, 소설 읽기의 재미에 한 걸음 더 다가간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소설가라는 직업에 대한 벽도 함께. 이런 소설이야말로 '대가'의 소설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무나 쓸 수 있는 게 아니구나. 내가 목숨과 바꾼다고 하더라도 이런 소설은 쓰지 못할 거서 같다는 생각. 작품성은 내가 평할 주제가 못되고 다만 작가의 생각의 깊이에 감탄했다.


고전을 읽는다는 것이 이런 의미이구나 깨달았다. 오랜 시간 사라지지 않고 빛나는 이유가 바로 이거구나. 독서 모임 선정 도서였는데 이 책을 추천해준 친구에게 정말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ㅣ8/21 (월)


제목과 그림만 보고 집어 든 책.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내 필명만 봐도 내가 앤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누구나 알 것이다. Ann. 가끔 '안'이라고 읽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사랑스러운 앤을 염두하고 지은 이름이다.


어릴 때부터 늘 소녀스럽고, 상상력이 풍부하고, 수다스러우며, 긍정적이고, 솔직한 앤이 좋았다. <빨강머리 앤>이라는 만화를 좋아했다. 영원토록 앤과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래서 디비디 전편을 구입해 고이 모셔놓고 있다. 언제든 꺼내 볼 수 있도록.


나말고 앤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면 일단 반갑고 기분이 좋다. 이 책도 그런 의미에서 집어 들었고, 망설임없이 구입했다. 그런데 내용은 사실 내가 생각하던 내용이 아니었다. 앤의 기운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 책이었다. 생각해보니 앤을 좋아하는 사람들 대부분 비교적 앤보다 어둡다. 그녀의 밝고 긍정적인 성격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나도 나를 더욱 밝고 즐겁게 만들어주는 앤이 좋았던 것이고, 앤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작가도 자신을 좀 더 밝은 곳으로 이끌어주는 앤에게 늘 의지했던 것이다. 앤은 그런 힘이 있는 존재였다.


책의 중간중간 <빨강머리 앤>의 모습과 대사가 나온다. 그걸 보는 것만으로도 그냥 좋다. 또 앤과는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지만 작가의 솔직한 생각들도 공감가는 부분이 꽤 많았다. 앤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일까?



꿈과 현실. 그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나는 이 질문에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 우리의 삶이 두부를 자르듯 명확히 잘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하다. 살면서 어떤 종류의 고통을 참을 것인가. 그것을 결정하는 순간, 우리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선택할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있으니 애니메이션 <빨강머리 앤>을 다시 보고 싶어진다. 집에 가서 디비디를 꺼내봐야겠다. 아직 뜯지 않는 포장지를 벗겨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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