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7월 독서모임 선정 책을 미리 읽고 있다. 거의 두 달이나 남았지만 이렇게 서두르는 이유는 그 책이 바로 <이기적 유전자>이기 때문이다. 첫 페이지부터 잘 안 읽힌다. 아니 안 읽힌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일지도.
p52
나는 선택의 기본 단위, 즉 이기성의 기본 단위가 종도 집단도 개체도 아닌, 유전의 단위인 유전자라는 것을 주장할 것이다.
6/3
어떨 땐 몇 글자도 읽지 못하면서 짐만 되는 책을 낑낑거리며 들고 다닌다. 특히 <이기적 유전자>는 너무 무겁다. 결국 이 무거운 책을 들고 나와놓고 영화 <원더우먼>을 보았다.
나는 기다리는 시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 시간이 두려워 늘 책을 들고 다니는 것 같다. 그나마 책을 읽고 있으면 상대가 늦어도, 어떤 일이 늦어져도 약간은 너그러워질 수 있다.
6/4
며칠 연속으로 미세먼지 없이 날은 나날들이다. 책을 들고 야외로 나왔다. <심야식당>의 작가 아베 야로의 에세이인 <별것 아닌 이야기>를 읽었다. 아베 야로는 마흔이 넘는 나이에 데뷔한 슬로우 워커의 대표주자다. 그래서 나는 더욱 이 작가가, 이 작가의 이야기가 맘에 들었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것은 천천히 걸었지만 멈춘 적은 없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
읽는 내내 행복했다. 기뻤다. 마음이 움찔움찔거렸다. 재밌었다. 곧 긴 글로 써야겠다.
6/5
민음사에서 진행한 이벤트 <밑줄 긋고 생각 잇기>의 마지막 과제를 마쳤다. 서평과 함께 이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느낀 점을 작성하여 제출했다. 두 번째도 미션 성공! 당연히 다음에도 도전할 것이다. 성취감이 꽤 쏠쏠하다.
6/6
현충일이다. 비가 온다. 일단 묵념......
출근 전에 동네 카페에서 책을 읽었다. 원래 글을 쓰려고 했는데 내 손이 자판 위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 바람에 깨끗하게 포기하고 책을 읽었다. <이기적 유전자>를 열었다가 그것도 깨끗하게 포기. 빨간 날이니까 오늘은 나를 괴롭히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에세이를 읽고 홀딱 반한 아베 야로의 <심야식당>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의 에세이를 읽고 읽으니 정말 별것 아닌 이야기들이고 도움 안 되는 것 같은 내용이다. 하지만 그것이 주는 위로와 잠시 동안의 행복, 웃음은 결국 독자들에게 도움이 된다. 그게 바로 예술 아닐까. 직접적인 것이 아닌 예술가 각자의 간접적인 방법으로 슬며시 건네는 그 무엇이 받는 사람들에게 나름의 도움이 되는.
별것 아니지만 도움이 되는. A Small, good thing.
6/7
퇴근 후 바로 집으로 왔다. 어쩐 일인지 카페에 가서 책을 읽는 행위 자체가 좀 지긋지긋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고 해도 아무리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해도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365일이 좋을 수는 없는 거니까. 하지만 노력이 필요하단 생각이 든다. 이렇게 시간이 오래 흐르면 악순환이 될 것 같아서. 일이든 연애든 취미든 노력하지 않으면 지속하기 힘들다.
좀 색다른 장소를 찾아봐야겠다.
그래도 집에 와 아직 못 다 읽은 이다혜 기자 님의 <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를 읽었다. 이 책은 내 방 테이블에 올려놓고 왔다 갔다 틈 날 때마다 읽는 책이다. 작고 얇아서 아무 때나 집어 들어 읽기 좋다. 하지만 내용은 그리 가볍지만은 않다.
6/9
릿터 6/7호 인터뷰 부분을 읽었다. 드라마 <질투의 화신>에서 인상적이었던 배우 문가영의 인터뷰였다. 연기만큼이나 인터뷰도 인상적이었다. 부모님의 영향을 많이 받아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한다. 현재도 심심하면 서점을 자주 간다는 그녀에게 나도 모르게 새로운 선입견이 생겼다. 왠지 더 나은, 더 좋은 배우가 될 것 같다는, 책을 좋아한다고 하니까.
이번 릿터 6/7호는 나에게 좀 남다른 호다. 릿터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독자 수기에 응모했다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응모했지만 떨어지고 나니 마음이 조금 무거웠다. 이런 경험을 많이 쌓아야 할 것 같다. 떨어져도 가벼운 마음일 수 있도록.
6/10
민음사 패밀리 데이에 다녀왔다. 파주까지는 꽤 먼 거리였지만 친구랑 나들이 삼아 가기엔 좋았다. 날씨도 너무 좋았고. 민음사의 대부분의 책들을 북클럽 포인트를 보태 살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였다. 안 보는 책도 몇 권 가지고 가 기부를 했다. 1석 2조.
책이 잔뜩 쌓여 있는 모습을 보니 두근두근했다. 여기 있는 책들을 다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내년에도 이런 이벤트가 있으면 또 오고 싶다.
잔뜩 사야지! 하고 갔는데 달랑 두 권 구입했다. 다른 책들은 그저 만지작만지작. 이제 책을 살 때 책 놓을 곳이 있는지를 가장 먼저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이날 산 책은 아직 첫 페이지도 들춰보지 않았다. 아, 근데 이 책들 어디 있지?
6/12
이동진 독서법을 다 읽었다. 독서에 대한 책을 읽다 보면 공감 가는 부분들이 많다. 좋아하는 것들이 같은 사람들이라서 그럴까. 깊이와 내공의 차이는 있겠지만 독서 과정, 독서 생활 속에서 느끼는 것들이 나와 비슷해서 재밌다.
읽고 내 나름대로의 독서법에 대해 글을 썼다.
6/14
요즘 페미니즘에 대해 관심이 많다. 뭔가 어떻게 해보겠다는 거창한 포부는 없고, 지금은 일단 그저 알고 싶다. 알고 있고 싶다. 그렇지만 그것조차 나에겐 '어려운 공부'라고 느껴진다. 내가 평소 느끼는 것 말고도 많은 것들이 생각 외로 '페미니즘' 안에 들어 있다. 모르는 나는 가끔 여자의 적이 되기도 했다는 걸 알게 됐다.
이다혜 기자의 <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라는 책은 너무 학문처럼 느껴지는 페미니즘에 아주 쉽고 현실적으로 다가설 수 있다. 문학 작품이나 자신의 실제 삶 속에서의 페미니즘을 담백하고 툭툭 던지듯 얘기해주고 있다.
6/15
<이기적 유전자>는 나를 힘들게 한다. 읽기 수월한 것 같으면서도 한 장만 넘겨도 내용이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래도 그 와중에 기억에 남는 부분은 <마음씨 좋은 놈이 일등 한다>라는 부분이다. 많은 생물체들이 상호 작용을 통해 살아가는데 그때 배신자보다는 협력하는 관계들이 더 오래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죄수의 딜레마를 떠올리면 된다.
늘 내가 손해를 보지 뭐, 하는 마음으로 살려고 하는데 사실 쉽지는 않다. 그런데 뭐, 과학적으로도 그렇다니까 좀 더 확고하게 그렇게 살아보지 뭐.
6/16
도서관에서 책 두 권을 빌렸다. <20킬로그램의 삶>과 <오직 두 사람>.
6/20
<보노보노처럼 살아서 다행이야>를 다 읽었다. 사실 도서관 반납일이 가장 가까워진 책이라 잽싸게 읽기 시작했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2시간 만에 다 읽은 것 같다.
나에게 크게 와 닿는 부분이 있는 책은 아니었다. 소제목만 봐도 어떤 얘기를 할지 예상이 가능한 책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미 아는 것을, 알면서도 그냥 지나쳤던 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기회는 됐다. 나는 이런 종류의 에세이보다 <별것 아닌 이야기>와 같은 에세이가 더 좋다.
어떤 교훈이 눈에 보이게 둥둥 떠 있는 것이 아닌 이미 그 속에 다 녹아 맛을 내는 그런 글, 에세이.
그나저나 이 책을 읽고 나니, 보노보노 만화책 전 권을 사고 싶어 진다. 큰일이네.
박선아의 <20킬로그램의 삶>을 다 읽었다. 지하철 안에서 다 읽었다. 쉽게, 편안하게 읽히는 글이었다. 어라운드 매거진에서 본 글도 있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나도 나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지더라.
6/23
영화 <박열>을 보고 바로 그다음 날 가네코 후미코의 책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가>를 빌려 읽었다. <박열>에서 가장 긴 여운을 남기는 인물이 가네코 후미코이다. 그녀에 대해 너무 궁금했다.
책을 읽으면서 그녀의 삶이 더욱 영화 같다고 느꼈다. 너무 비극적이지만, 마치 아스팔트를 뚫고 나온 꽃과 같은 삶을 살았던 가네코 후미코. 그녀의 엄마는 수많은 남자들에게 의지한 채 살아갔고, 아버지는 그녀를 외면했고, 할머니와 고모는 그녀를 학대했다. 그 와중에 그녀는 남몰래 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 박열을 만났다.
그녀에게 박열이 왜 그렇게 중요한 존재였는지, 영화 <박열>이 왜 사랑 이야기가 되었는지 그녀의 삶을 보니 충분히 이해할 것 같았다. 짧디 짧은 삶을 참 힘들게 살았지만 그녀에게 단비가 되어준 박열의 존재. 그 두 사람의 모습이 다시 떠오르면서 좀 씁쓸해진다.
6/24
생일이었다. 친구들을 기다리면서 책을 읽었다. 감기에 걸려 따뜻한 차를 마셨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생일 선물로 <우리말 선물>이라는 책과 엽서를 받았다. 아직 다 읽어보진 못 했지만 참 예쁜 책이다. 우리말 한 단어, 한 단어가 선물처럼 나에게 온다.
6/27
도서관에 다 읽은 책을 반납하고 <런던을 걷는 게 좋아, 버지니아 울프는 말했다>를 빌렸다. 그녀의 런던 산책에 대한 에세이인데 묘사가 정말 좋다. 내가 정말 그녀와 함께 1930년대 런던을 함께 누비는 것 같은 기분. 또 그때 그녀의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어서 좋다. 몸과 마음이 쉬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아직 다 읽진 못했다. 곧 반납해야 하는데......
6/29
요즘 다시금 인기몰이 중인 김영하 작가의 중. 단편 모음집 <오직 두 사람>을 다 읽었다. 단편은 나에게 늘 어렵다. 쉽게 읽히지만 그 안에 담긴 것들을 잡아내기가 쉽지가 않다. 물론 이 책도 그랬다. 무엇을 얘기하려고 하는 것인지 감을 잡기도 전에 끝나버리는 느낌. 길고 긴 장편소설보다 단편소설이 더욱 내공을 요하는 것 같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아이를 찾습니다>였다. 미처 내가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는 상황이 이 소설 속에서 펼쳐졌기 때문이다. 아이를 잃어버렸다가 천신만고 끝에 다시 찾은 후의 이야기인데 '나라면?'이란 물음표에 도무지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아이만 찾을 수 있다면 목숨이라도 내어놓을 것 같았던 그들에게 벌어진 황당하면서도 슬픈 사연들. 모처럼 뻔하지 않으면서도 나의 머리를 자극하는 이야기를 만났다. 김영하 작가의 이야기 샘은 좀처럼 마르지를 않는 것 같다.
6월은 느릿느릿하는 것 같으면서도 책을 꽤 읽었다. 하지만 날씨가 더워지면서 그걸 핑계로 다시 느려지고 있다. 그 탓에 6월의 독서도 7월 중순이 다 되어서야 올리고 있다. 정말 그야말로 느려 터진 책 이야기. 그래도 멈추지 않고 있음에 스스로를 격려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