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워서 슬픈

by Ann





아름다운 것을 보면 너무 슬퍼.


윤여정 배우가 TV에서 한 얘기다. 그녀는 자신이 나이가 들어서 그렇다고 했지만 난 꼭 그래서만은 아니라고 속으로 그녀에게 얘기했다. 나이로 치면 그녀보다 훨씬 어린 나도 그런 감정을 종종 느끼니까. 좋아서, 아름다워서, 멋져서 슬펐던 기억이 있으니까.


친구와 점심을 먹으러 교외로 나갔다. 기온은 차갑지만 해가 비치는 곳은 따스한 그런 날씨였다. 차를 타고 20분 정도를 갔다. 오른쪽으로 계곡이 흐르고 단풍나무가 그늘막이 되어주는 카페였다. 바로 그 그늘막 밑, 명당자리에 앉았다. 방금 전까지 앉아 있었던 누군가의 흔적이 있었다. 기막힌 타이밍으로 내가 그 명당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주문한 샌드위치와 커피가 나왔다. 약간은 서늘한 기온 덕분에 커피가 더욱 맛있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따뜻해서.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주변을 제대로 관찰했다. 아직은 물들지 않은, 살짝 물든, 완전하게 물든 나무의 잎들이 너무나도 겸손하고 담담하게 자기 자리에 있었다. 그렇게 아름다우면서도 결코 뽐내지 않고 그저 본래의 모습으로 자기 자리에. 귓가엔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등 뒤에선 햇살이 내 몸의 온도를 조금씩 조금씩 올려주고 있었다.


아름다웠다. 그 소리가, 그 온기가, 그 모습이, 그 경치가. 그래서 나도 모르게 뭉클해짐을 느꼈다. 그래서 괜히 “나도 이제 나이 들었나 봐. 이런 경치가 좋은 걸 보니”라고 말하며 웃었다.


너무 행복한 순간을, 너무 아름다운 무엇을 맞닥뜨리면 괜히 뭉클해진다. 괜히 눈물이 날 것만 같다. 이건 기쁜 걸까, 슬픈 걸까. 아니면 그 무엇도 아닌 새로운 감정일까. 그렇다면 그 감정은 무엇으로 이름 지어야 할까.


어쨌거나 좋았다는 얘길 하고 싶었다. 그래서 슬펐다고 얘기하고 싶었다. 그만큼 행복했다고 얘기하고 싶었다. 아름다운 것들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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