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의 노래

by Ann




수지가 나를 보면서 웃는다. 수지가 나를 보면서 노래를 한다. 처음 들어보는 노래다. 수지는 주렁주렁 나무에서 톡톡 따다가 ‘사랑하는 이모 입에 넣어줘야지’하고 그 작은 입과 손을 움직이며 노래한다. 가사는 ‘사랑하는 엄마 입에’, ‘사랑하는 수지 입에’로 바뀐다.


수지가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초코 아이스크림. 우리는 되도록이면 차갑고 달기만 한 아이스크림을 4살짜리 아기가 먹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계속 아이스크림이 쓰다고, ‘아우 써, 아우 써’ 하면서 인상을 썼는데 수지는 속을 듯 말 듯 입술을 아이스크림 바로 앞까지 가져가 먹어볼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용기를 내 살짝 대본다. 순간 얼굴에 퍼지는 미소. 사랑스러운 미소. 자신을 속였는데도 전혀 노여워하지 않고 그저 달콤한 그 맛에 기분이 좋아 활짝 웃는다.


그래, 기왕 입을 댔으니까 마음껏 먹으렴. 아예 수지 손에 아이스크림을 들려주었다. 장난꾸러기가 조용히 아이스크림 먹는 것에 집중한다. 연신 싱글벙글하며. 그 즐거움을 어쩌지 못해 자꾸만 얘기한다. 저엉말 맛있어요. 아이스크림은 저엉말 맛있는 거예요.


사랑스럽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감격스러워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게 그렇게 맛있을까? 아이스크림 하나에 이렇게도 행복할까.


그 아이도 이런 아이였겠지. 뜨거운 버스 안에서 인생의 마지막을 보낸 그 아이도. 한 번만, 단 한 번만 확인해줬더라면, 크지도 않은 그 버스 안을 한 번만 더 들여다봐줬더라면 그 아이는 여전히 맑은 웃음으로 주변 많은 이들을 기쁘게 해줬겠지. 우리 수지처럼. 딱 우리 수지 나이였다.


이럴 때 진부하지만 떠올릴 수밖에 없는 말. 하늘도 무심하시지. 왜 어른의 잘못에 작고 작은 그 아이가 희생 당해야 했을까. 그 아이는 무슨 이유로 이 세상에 왔고 이렇게 떠나야만 했을까. 도무지 모르겠다. 설명되지 않는 일. 설명할 수 없는 일.


늘 보고 싶은 수지지만 오늘따라 더욱 보고 싶다. 귓가에 수지가 불렀던 노래가 계속 맴돈다. “톡톡 따다가 사랑하는 이모 입에 넣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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