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by Ann


그들은 오랫동안 의논하며 어떻게 하면 서로 다른 도시에 살며, 숨고 속이고 오랫동안 만날 수 없는 이런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지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참을 수 없는 속박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어떻게? 어떻게?"
머리를 감싸 쥐며 그가 물었다.
"어떻게?"
그러자 조금만 지나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고, 그러면 새롭고 아름다운 인생이 시작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멀고도 먼 길이 남아 있으며, 가장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 이제 막 시작되었음을 두 사람 모두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안톤 체호프 <사랑에 관하여>






남편이 있고 아내가 있는 두 사람. 머뭇머뭇거리고 주춤거렸던 두 사람. 결국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앞으로 더 나아가기로 한다. 그렇게 그들은 미래를 얘기하고 소설은 끝이 난다. 힘들게 힘들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그 후 사랑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는데 난 벌써 그들의 끝이 보이는 듯했다.




글쎄. 당신들의 사랑 역시 뻔하게 사그라들지 않을까? 당신들의 사랑이 영원히 지금처럼 비장할까? 그랬다. 나의 연애 세포가 모조리 죽어버린 것이다. 타인의 설렘을 이해하지 못할 만큼. 나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는 듯이. 게다가 그들은 불륜이었으니까.




그렇게 그들을 비웃던 내가 오랜만에 설렘을 느꼈다. 친절한 웃음, 배려에 나도 모르게. 순식간에. 책을 읽어야 하는데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가 않았다. 그 1시간 동안 내가 읽은 책의 내용은 단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 다시 읽어야 했다. 처음 보는 내용이었다. 참 웃겼다. 이게 뭐지. 뒤통수 한 대를 세게 얻어맞은 것 같았다. 잘난 척이나 하더니 쌤통이다! 하면서.




사랑은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저 그 찰나에 느끼는 감정이 소중한 거였다. 내 마음대로 느끼고 싶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닌 아주 소중한 감정. 그 끝이 무엇이든 그게 중요한 건 아니었다. 행복감은 내가 나 스스로를 잘 타이르며, 나 스스로를 잘 알아가며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설렘은, 타인으로 인해 느끼는 설렘은 그렇게 만들어낼 수 없다. 저 사람을 좋아하자, 저 사람에게 설렘을 느껴보자! 하고 다짐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또 내가 그 감정을 길게 유지하고 싶다고 혹은 이쯤에서 그만 느끼고 싶다고 조절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아주 반갑고도 신비하면서도 고마우면서도 소중한 감정인 것이다.




참 오랫동안 사랑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나와는 먼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그것 없이도 충분히 살 수 있다고 생각했고 사실 그 분야에 대해 점점 관심이 사라져가고 있던 중이었다. 그때 찾아온 그 찰나의 설렘이 새로운 나를 깨웠다. 지속 가능한 관계 안에서만 사랑을 생각했던 내가 아닌 다른 나를.




사랑은 찰나다. 그렇게 참을 수없이 가벼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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