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대 같은 반 동기들을 만났다. 입시 시절 친구를 만나면 입시 때 고생한 얘기를 하듯, 동기를 만나면 졸업시험 준비하던 때 힘들었던 얘기를 하고 요즘 힘든 얘기도 한다. 통역 현장에서의 힘든 일, 통역이 없어 힘든 일 등등.
넷 중 셋은 프리랜서, 하나는 인하우스 통번역사로 일하고 있다. 다들 원했던 방식으로 일하고 있다. 서로가 일하다 생긴 일을 이야기하고 공감한다. 올해는 동시통역 기회가 너무 귀하기 때문에 동기의 동시통역 이야기를 들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부럽다, 좋겠다, 재밌었겠다, 나도 하고 싶다...
동기의 이야기는 힘들었다는 것이었지만, 힘들어도 좋으니 동통 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크다. 들으면서 공감보다도 부러운 마음이 더 컸달까... 그리고 일종의 조바심이 든다. 내 자리는? 부스 안 내 자리는 어디 있지?
그런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초연해졌다. 그건 동기의 기회였다. 애초에 나의 자리가 아니었는데 부러워할 수는 있어도 조바심을 느낄 필요는 없었다. 나도 다른 사람들이 하지 못하는 경험을 하고 있고 나에게만 찾아온 기회들이 있다. 누군가에게는 부럽게 들릴 수 있는 그런 기회들. 이런 일을 하며 나도 힘들다는 푸념을 늘어놓으면 누군가는 배부른 소리라 생각할 수 있듯이, 나 또한 그렇다.
그러니 부러워하되 스스로에게 조바심을 느끼지는 말자. 그건 내 자리가 아니었다. 나에겐 나의 자리, 나의 기회가 있다. 동기의 경험담을 교훈 삼아 나의 기회를 기다리자.
아, 그러고 보니 최근에 나에게도 내가 바랐던 기회가 찾아왔다. 웹소설 번역을 하게 됐다. 이제 기술 번역과 통역의 무미건조함 속에서 스토리를 느낄 수 있는 번역도 한다.
우리 모두 잘하고 있다. 나도 잘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