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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A Aug 28. 2020

계절이 바뀌는 모습에 힐링

 낮에 거실에 앉아 있는데 약간 바람이 시원한 것 같았다. 물론 아직 덥지만, 뭔가 바람이 한번 불어오면 그 순간만은 땀이 싹 마르는 느낌.

 우리 집 앞에 아주 큰 은행나무가 한 그루 있다(다행히 열매를 맺지 않는 수나무다). 문득 밖을 내다봤는데 군데군데 노란 잎이 있다. 잘못 본 건가 싶어 자세히 봤다. 정말 노란 잎들이 곳곳에 있었다. 아직 파란 잎이 훨씬 많지만, 나무는 이미 점점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아직 좀 이른 게 아닐까 했지만, 매년 8월 마지막 주쯤엔 아침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설렘이 있었던 것 같다.

 올해는 평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특이한(?!) 해지만, 자연은 나름 순리에 맞춰 변하고 있었다. 내가 가장 힘들어하는 계절에서 가장 좋아하는 계절로 넘어가고 있다. 올해는 가을이 아주 짧을 거라고 뉴스에서 들었는데, 그런 말을 들으니 아직 완전히 오지도 않은 가을이 벌써 아쉽게 느껴진다.

 오늘은 바쁜 번역을 마치고 여유가 생겨 옛날 신문 입력을 했다. 요즘 내가 은근 힐링받고 있는 일이다.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 고민들과 싸움들이 있는게 신기해서 사람 사는거 다 거기서 거긴가 싶다.

 ‘힐링’에 대해서 생각한다. 힐링이란 게 무엇일까. 뭐가 치료가 된다는 것인지. 요즘 드는 생각은 힐링이 되었다고 해도 정말 생채기가 아무는 것처럼 정신적 상처도 없었던 것처럼 아무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저 ‘아... 힐링된다...’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에도 고민과 상처가 떠오르지만 그 순간만큼은 ‘나만 그런 것도 아닌데... 생각보다 별 거 아닐지도 몰라’라고 생각하고 마는 것. 그래서 힐링되는 기분이 자주 들어야 고민과 상처가 계속 미뤄지고 결국 시간이 지나 정말 별 게 아닌 것이 되거나 아예 없어지는 것 같다.

 오늘 좋아하는 계절이 다가온다고 느끼니 힐링이 되는 것 같았다. ‘내일은 일이 없으면 어쩌지...’라고 고민했던 것을, 노란 잎이 군데군데 올라오고 있는 은행나무를 보면서 ‘일단 오늘 할 일 있었으면 됐지... 내일은 어차피 주말이야... 쉬어야 돼.’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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