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아내 회사원 남편 초보 낚시꾼 부부의 취미성장기 <어쩌다 낚시>
낚시는 실패할수록
더 많이 배우게 된다
얼음낚시는 얼음의 두께가 20cm 이상 얼어있을 때 가능하다. 즉, 단단하게 물이 얼어붙어서 두께가 20cm가 되기 위해서는 추위가 맹렬해져야 더 빨리 얼어붙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혹한 속에서 하는 낚시의 특성상 충분하게 대비해야 하고, 얼음 위에서도 장시간 견딜 수 있는 완벽한 방한화가 필요하다. 이를테면, 혹한의 추위를 견디게 해 줄 방한 텐트랄지, 목부터 발목까지 전부 가려주는 우주복이랄지, 발끝이 시리지 않도록 해주는 털 장화랄지, 손이 시리지 않도록 장갑을 껴주는 것 같은 방한 준비 말이다.
우리는 첫 빙어낚시의 실패를 떠올려보며, 리트라이 낚시에서의 통쾌한 손맛을 느꼈고, 어머님도 우리의 낚시를 응원해주시는(?) 걸 느끼며 고민해봤다. 같은 스팟에서 계속하는 것보다는 조금 생소한 곳,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러 떠났던 콜럼버스의 마음으로 새로운 얼음낚시 스팟으로 가보기로 했다. 남편은 빙어 전문 카페를 뒤져보며 사람들의 실시간 후기가 담긴 게시판들을 들락날락거렸고, 나는 SNS나 블로그 등에 올라온 후기를 뒤져보면서 나름의 계획을 짜기로 했다.
빙어낚시만 쳐도 수두룩하게 나오는 카페와 블로그,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등 다양한 SNS 매체 속에서 우리는 꼭 가보고 싶은 스팟을 몇 군데 발견했다. 물론 우리의 주된 낚시 서식지는 문경이었지만, 이번에 가기로 한 곳은 강원도 춘천이었다. 춘천 하면 닭갈비, 닭갈비는 남편이 좋아하는 요리 중 하나다. 닭갈비를 먹으러 빙어낚시를 하러 간 건 물론 아니다. 춘천의 빙어스팟을 고른 이유는 일단 들어가는 길목이 조금은 편하다는 것. 수심이 아주 깊지 않다는 것, 그리고 빙어가 겨우내 잘 잡힌다는 것.
길목이 편해야 하는 건 남편과 나의 장비가 조금 늘어났기 때문이고, 수심이 깊지 않아야 한다는 건 내가 아직은 얼음을 무서워하기 때문이고, 이 모든 이유들에 앞서 우리가 끌렸던 건 빙어가 잘 잡힌다는 것 때문이었다. 빙어잡이는, 빙어낚시는 기특한 입질을 톡톡히 맛볼 수 있는 낚시이니까. 인 앤 아웃의 정석에 딱 들어맞는 빙어를 수월하게 잡을 수 있는 곳이니 안심이 되었기 때문이다.
집에서 강원도 춘천까지는 대략 2시간 내외. 조금만 더 가면 어머님이 계시는 문경에 갈 수 있지만, 이번엔 다른 곳에서 빙어낚시를 즐겨보는 것이 더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의 생각은 옳았... 다고 할 수 있다.
새벽에 일찍 출발해 도착한 우리는 두텁게 얼어붙은 얼음 위로 드문드문 먼저 텐트를 치고 있는 사람들을 발견했다. 햇살은 따뜻했고 아침 햇볕이 눈에 반사되어 낚시터 위는 눈부신 눈의 왕국 같았다.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가득한 얼음 위의 풍경들. 남편과 나는 따뜻한 햇볕에 간단한 채비만 해서 자리를 잡기로 했다. 텐트들이 몰려있는 곳 말고 조금 떨어진, 누군가가 뚫어놓고 간 구멍을 발견했다.
그 구멍은 추운 날씨로 인해 얼어붙어있었지만, 금방 남편은 구멍을 뚫었고 곧 얼음 아래 있던 물이 스며들며 구멍이 다시 뚫렸다. 남편은 구멍 뚫기에도 익숙해진 듯, 전처럼 힘들어하진 않았다. 나도 얼음 위를 스윽 밀며 걷는 것에 조금은 익숙해진 듯 남편의 손 없이도 걸을 수 있었다. 우리는 이렇게 조금씩 달라져있었다. 처음과 달리. 달라진 만큼 자신감 근육도 많이 붙어있었다.
'물고기가 잘 나오는 곳이고, 진입도 편한 곳이니 괜찮을 거야.'
'우리 너무 많이 잡으면 놓아주고 가자. 우리 적당히 잡으면 되겠지?'
자신감이 넘치던 우리들의 대화로 시작된 얼음 위의 빙어낚시. 우리는 새로 산 통에 가득 담길 빙어를 상상하며, 텐트 친 사람들을 마주하며 낚시를 즐기기로 했다. 입춘이 막 지난 2월 중순이었지만, 여전히 날은 맹렬한 추위로 겨울이 이어졌으니 더할 나위 없는 날이었다. 추울수록 얼음은 단단하게 얼어붙고 빙어를 잡기 딱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니까.
자신감이 너무 넘쳤던 것일까. 시간이 흐를수록 빙어가 많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빙어는 입질 조차 없었다. 인 앤 아웃의 매력으로 즐기는 빙어낚시인데, 인 앤 아웃이 되지 않는다는 건 물고기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즉, 망했다. 꽝쳤다는 표현으로 대신해야 한다. 우리의 상상 속 수십, 수백 마리의 빙어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았다. 입질은 전혀 없었고, 남편이 작은 낚싯바늘에 끼워준 덕이(빙어 미끼)는 물속에서 퉁퉁 불어있었다.
텐트를 마주 보며 여유를 즐기던 우리의 자신감도 급 하락했다. 따뜻하던 아침의 햇살은 얼음 위로 불기 시작한 칼바람에 가려졌고, 우리는 오들오들 떨면서 입질도 오지 않는 얼음구멍을 계속 바라봤다. 조급해졌다. 남편과 나는 둘 다 덜덜 떨기 시작했다. 처음 빙어낚시를 했을 때 느꼈던 손끝, 발끝의 시림이 다시 생각났다. 그때의 참담했던 실패의 쓴맛이 목구멍까지 느껴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왜 또?!
낚시는 잡을 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할 수 있는데, 잡지 못하니 시간은 더디게 흘러가고 귓가를 스쳐가는 칼바람의 소리가 웽웽 맴돌았다. 이대로 가다간 끝이겠구나. 그 순간, 살짝살짝 낚싯대 끝을 스쳐가는 미세한 입질이 느껴졌다. 낚싯대를 훽 들어 올렸더니 빙어 한 마리가 아슬아슬하게 바늘을 물고 있었다.
남편과 나는 서로 마주 보며 '빙어는 우리를 배신하지 않아'라는 눈빛을 주고받았다. 너무 추웠던 건지 빙어의 움직임은 생각보다 둔했고, 조심스럽게 통에 물을 받아서 넣어주었다. 이 한 마리로 다시금 빙어를 계속 낚을 수 있게 되길 기대하며. 입질은 약했지만 잡혔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일말의 희망을 가져보기로 했다. 그렇게 다시 기나긴 빙어의 입질을 기다리게 되었다.
결국, 우리는 총 2마리로 낚시를 마치게 되었다. 처음 잡았던 빙어를 낚은 지 얼마 안 돼서 다시 낚은 빙어 역시 힘이 없이 아주 미세한 입질로 잡혔다. 통 안에 든 두 마리의 빙어를 보니, 남편과 나는 둘 다 말을 잃고 가만히 바라봤다. 왜 우리는 또 처음으로 되돌아간 걸까? 점점 채비도 늘었고, 점점 더 많이 잡을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는데. 정보수집도 하고 사람들의 생생한 후기도 들여다보며 왔는데, 노력한 결과의 대가가 두 마리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입질이 너무 없어서 텐트가 쳐진 곳 주변에 우리처럼 텐트 없이 하는 사람들을 구경해보기로 했다. 일종의 정찰병 같은 심정으로. 입질이 없다고 툴툴거리던 아저씨, 어떤 아이는 아빠와 썰매를 끌며 근처에서 끝나가는 겨울을 만끽하고 있었다. 우리처럼 통 안에 가득 물고기를 담은 사람들은 생각보다 없었다. '입질이 좀 있나요?' 묻는 말에 어떤 아저씨는 '없어, 없는데 그냥 하고 있지'라고 대답했다.
아저씨의 통에도 물고기는 적었다. 그럼에도 '춥다고 집에서 빈둥거리는 것보다, 이렇게 나와서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지. 낚시가 다 그렇지 뭐. 낚일 때도 있고, 빈 통으로 가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다른 사람들 자리에도 가봤지만 대부분 입질이 오지 않아서 자리를 정리하고 있거나, 가만히 앉아서 난로를 쬐거나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텐트를 치고 있는 사람들은 좀 더 많이 잡은 듯했지만.
허무했다. 허무했지만, 남편과 나는 고민에 빠졌다. 이번에 우리가 놓친 건 또 무엇이었을까? 충분히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그 노력의 결과가 두 마리라니! 그 사실에 충격을 받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처음엔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던 낚시가 우리를 조금씩 변화시켰다는 것. 얼음공포증에서 조금씩 나를 꺼내 준 것도 낚시였고, 남편의 손재주를 점점 업그레이드시켜준 것도 낚시라는 것. 적어도 우리는 다운그레이드는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허무했고, 황당하고 충격적인 결과였지만 이상하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어떤 지점에서 우리가 놓친 것들은 무엇이었을까. 빙어가 잘 잡히는 피딩타임(물고기가 잘 잡히는 시간)을 놓쳤다거나, 우리가 자리를 잡은 곳이 물고기가 덜 모이는 지점이었다거나, 추위에도 끄떡없도록 텐트가 있어야 했다거나, 이런저런 놓쳤던 부분에 대해 고민하게 된 것이다.
돌이켜보면 어떤 일이든 모두 완벽할 수 없다. 그래서 더더욱 실패는 좌절로 끝나는 결과가 아니다. 실패할수록, 더 많이 배우게 된다. 그건 낚시이든 공부든 사업이나 일이든 어떤 것이든 그렇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진부한 진리는 그걸 제대로 알려주고 있다. 실패했기에 더더욱 그다음에 할 도전들은 실패에서 배운 것들을 하지 않게 되고, 그것들이 쌓이게 되면 더는 실패에 두려워하는 사람이 되지 않게 된다.
단 한 번으로 성공한 사람들과 몇 번의 실패 끝에 성공을 한 사람들을 보면 그들에게선 엄청난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실패를 해본 사람들은 실패의 쓴맛과 좌절감을 여러 번 경험하고, 바닥에서 다시 높은 곳으로 오를 때의 성취감과 희열을 누구보다 잘 알 수 있게 된다. 실패의 쓴맛이 쓰디쓸수록.
그러니까, 낚시도 그렇다. 우리가 처음 낚시의 참담함을 맛보고 난 뒤, 이것저것 공부해가며 시간을 투자하고 알아봤던 시간들이 지나고 나니 재도전에서 값진 성공을 얻은 것만 봐도 그렇다. 이번에 우리는 또다시 깨닫게 되었다. 당연하다고 여기지 않아야 된다는 것을. 새로운 곳에서 해보는 낚시는 항상 성공하진 않는다는 것. 실패할수록 더 많이 배우게 된다는 것.
남편과 나의 기록을 담아내는 낚시 일기에 나는 '성공의 단맛, 실패의 쓴맛을 경험하고 나서야 달달하다는 걸 깨달았다. 우리의 이번 실패가 오히려 반갑다. 낚시도 실패할수록 더 많이 배우게 되니까.'라고 마무리했다.
처음부터 실패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생각한 대로 되지 않더라도, 이제는 좌절만 하지 않으면 된다. 차근차근 실패의 원인을 분석해보고, 성공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보면 이 실패는 실패로만 끝나지 않는다. 고로, 우리의 새로운 스팟에서의 낚시는 절반은 실패했지만, 절반은 성공적이었다. 이날 이후, 남편과 나는 이 말을 기억하기로 했다.
'낚시는 실패할수록 더 많이 배우게 된다.'
※ 밤톨군과 나의 이번 낚시에 대한 다짐
- 실패해도 그건 실패한 낚시가 아니다.
- 빙어낚시 갈 때는 꼭 방한텐트를 쳐보도록 하자.
- 물고기들이 한참 배가 고플 피딩타임을 생각하자.
- 가끔 이렇게 실패해도 우울해하지 않기!
핑크쟁이김작가
방송작가로 8년, 콘텐츠 에디터로 4년 도합 12년 넘도록 계속 글을 써오고 있는 초보 주부 겸 프리랜서 작가. 아기자기한 소품을 좋아하고 남편 밤톨군과 낚시를 하는 것을 좋아하며, 일상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는 중. 최근엔 낚시에 관한 이야기를 책으로 엮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