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매 공원의 천 가지 빛깔
보라매공원 근처의 직장으로 옮긴 지 1년째.
이직하고 가장 좋은 점은 직장 근처에 보라매공원이 있다는 것이다
보라매공원은 아침 점심 저녁 그리고 밤에, 맑은 날 비오는 날에, 봄 여름 가울 겨울에 천 가지 아름다움으로 반짝인다.
6월을 수놓은 장미 꽃밭, 한창 접시보다 넓은 잎으로 떠올라 하늘을 우러르는 연꽃, 후문 입구의 대나무, 호숫가 옆의 버드나무와 산책길에 우뚝 선 플라타너스, 공원 중앙에 돋은 잔디밭. 아침에는 비둘기들이 뒷짐지고 걸어다니며 이슬을 쪼아먹는다.
비둘기들은 공원의 주인인 양 높은 자존감을 뽐내며 걸어다닌다.
비둘기들은 스피커 위에 앉아서 음악을 듣는 듯하다. 아침음악은 모차르트 또는 기타를 치며 읊조리는 이국의 노래다.
비가 온 아침, 산책로 말뚝 옆에 숨은 듯 움츠린 비둘기. 비에 젖어서 더욱 검게 빛나는 깃털. 안쓰러웠다.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서 젖은 새를 몇 컷 더 찍었다.
보라매공원의 아침,화려하게 빛나며 수런거리는 나뭇잎들을 바라보는 나는 태양과 지구, 빛과 흙과 나무와 바람에 반하여 초록을 만끽하는 것이다.
내 발 밑에 드리운 나무의 그림자. 나무들은 겨울바람 속에 우뚝서서 봄비는 대신 맞아주고 뜨거운 여름 햇살은 가려주고. 우리 곁에 서있다.
나무와 햇살과 바람은 합창을 하듯 사람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행복과 삶의 환희를 이야기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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