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들에게 인사하기
상암동의 직장을 다니던 시절
여기저기 공사판이 많았다. 공사장을 가린 벽으로
아침햇살이 비치면 회사에 일하러 가는 나의 그림자가 비추었다.
나는 인사를 했다. 내가 바로 너다.
그림자는 비록 어수선한 공사판을 가리는 임시 벽채였지만 어울려서 아침의 한 장면을 보여주었다.
그림자는 회사에 안가고 여기저기 날아다니며 놀고 싶은 것 같이 보인다. 피터팬의 그림자처럼.
워워. 출근시간이닷. 정신 차려.
그림자는 나무 그늘 아래 벤치에 앉아서 조금은 멍때리는 시간을 가졌으면 했다. 그 의자 그 자리에 머뭇거리다가ᆢ
리어카를 끌고 일하러 가시는 아저씨를 목격했다.
파스텔톤의 벽과 회색 나무 그림자의 배경에 짙은 색 옷차림의 아저씨 모습이 인상적이다. 리어카의 파란 바퀴와 빨간 손잡이도 재미있다. 정답게 드리워진 나무 그림자. 나에게도 리어카 아저씨에게도 함께 사진을 찍어주는 나무 한 그루.
나무는 그림자만으로도 수려하고 자유스런 형태를 보여준다.
아저씨도 리어카를 끌고 가시고, 나도 회사로 가는 발길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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