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를 사랑한 능소화
오늘 아침 8시 45분 무렵, 보라매공원.
잔디밭에 뚝 뚝 떨어져내린 주황빛 꽃잎에 발길을 멈췄다. 잔디밭의 연두색과 어울려 꽃이 진 자리마저 꽃밭 같다. 여성스런 주황빛 꽃잎이 아무렇지 않은 듯 내려앉아있다.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라는 듯.
찬란한 슬픔의 여름이 아니냐는 듯.
아니 이 어여쁜 꽃이 무어야?
올려다보았다. 와우! 비현실적인 꽃과 나무의 자태가 럭셔리하기까지 하다.
능소화가 타고 올라간 나무는 필시 설송 류의 소나무 같았다. 능소화의 덩굴과 잎이 흐드러져서 본래 나무의 잎이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능소화가 소나무를 정복한 건가 싶기도 ᆢ 메두사나 불가사리같은 표독스런 집착으로 말이다. 암튼 이색적인 풍경이다.
소나무 꽃이 아니다. 소나무가 결혼한 능소화 덩굴에서 주황빛 꽃송이가 얼굴을 내밀었다.
정글북에 나오는 나무 같다. 7월 7일 두 그루의 나무가 서로 껴안고 이런 모습을 보여주어 고맙다.
능소화 꽃잎은 곧 사라지겠지만 둘이 함께 선 그 자리에 꽃이 피었었고 주황빛 자취를 남기었던 아침은 추억으로 남아있을 것같다.
흔치않은 풍경에 8시 48분 출근 시간 직전에 탄성을 금치 못했다. 콧노래는 왜 그 노래가 나오는지? 분명 목련화에 대한 노래이건만,
오오 내 사랑 능소화야. 그대 내 사랑 능소화야.
아름다움의 순간은 잠시인 것 같다. 그렇지만 아름다움의 그 순간은 찬란하게 빛난다.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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