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컬레이터를 꼭 탈 필요는 없으니까
한 시간을 바라봤습니다
누나가 하는 것은 나도 하겠다고 '나도', '나도' 해서 엄마, 아빠가 나도 라고 부릅니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에스컬레이터를 보고서 에스컬레이터를 타보겠다고 왔는데.
음, 무섭습니다.
오는 중에 넘어져서 옷에 얼룩이 묻고 이마에는 상처가 났습니다.
아파서 엉엉 우는데 엄마가 얼굴과 몸을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괜찮아합니다.
안아달라 했더니 엄마는 걸어가기로 약속했다며 손만 잡습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싶은 마음에 아픈걸 꾹 참고 걸었습니다.
음, 그런데 다시 봐도 무섭습니다. 오른쪽으로 한번 보고
왼쪽으로 한번 보고 역시 무섭습니다.
뒤를 돌아봤더니 엄마는 웃으면서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에스컬레이터 탈까? 엄마가 물어서 아니라고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음, 다시 오른쪽 한번, 왼쪽 한 번. 오른쪽 한번, 왼쪽 한번.
열차가 올 때마다 오르는 사람도 많고 내리는 사람도 많습니다.
저를 보고 웃으면서 지나가는 사람도 있고, 조심해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엄마를 찾으려 뒤를 돌아보니 계단이 보입니다.
오, 좋습니다. 다리도 아프지 않습니다.
에스컬레이터가 올라갑니다. 내려옵니다.
또 올라가더니 또 내려옵니다.
에스컬레이터에 오르지는 못하지만 바라보기만 해도 좋습니다.
엄마는 웃으면서 왜 계속 사진을 찍는 걸까요.
알 수 없습니다.
신기하게 움직이는 저 에스컬레이터나 같이 바라볼 일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