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 많은 아이와 산책하는 법
벚꽃 핀 어느 봄날
첫째 아이 학교를 바래다주고 집으로 오는 길, 벚꽃이 활짝 폈다. 흰나비 같은 꽃잎이 팔랑거리며 떨어진다.
둘째 꼬맹이는 내 팔에 안겨 눈이야, 눈이야 소리 지른다. 파란 하늘, 떨어지는 꽃잎과 살짝 불어오는 바람.
집으로 들어가기가 아쉽다. 우리 놀이터 갈까. 팔에 안겨 아니라고 고개를 도리도리 흔드는 꼬맹이. 집으로 가.
걸어야지 엄마 힘들게 왜 안겨 있어 지나가던 이웃이 묻는다. 꼬맹이는 굳건히 땅에 발을 대지 않는다. 겁 많은 꼬맹이에게는 파란 하늘에 벚꽃 날리는 날도 여느 때와 같은 무서운 날일 뿐이다.
창으로 보이는 파란 하늘, 먼지 적은 청명한 공기. 그림책을 읽자고 들고 오는 꼬맹이에게 다시 밖에 나갈까 묻는다. 얼굴을 굳히며 자동차 무서워. 음, 자동차가 무서운 거구나. 엄마랑 같이 마트에 가서, 엄마는 두부 사고 너는 사탕 사는 건 어때?
사탕? 꼬맹이의 얼굴이 환해진다.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은 꼬맹이에게 사탕이라는 유혹이 던져졌다.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더니 꼬맹이가 나가자고 한다. 내 얼굴도 환해진다.
사탕을 먹으려면 걸어가야 해, 안겨서 가면 안돼. 고개를 끄덕이는 꼬맹이. 겉옷을 입히고 양말을 신긴다. 꼬맹이는 복도에서 누나에게 물려받은 분홍색 카트까지 야무지게 챙긴다.
쉬고 있는 노랑 고양이를 만났다. 고양이는 꼬맹이의 접근에 잔뜩 긴장한 모습이다. 안으로 들어가 만지려는 꼬맹이에게 겁 많은 고양이는 도망가. 꼬맹이는 멈춰 서서 고양이를 한참 바라본다.
떨어진 벚꽃잎도 한번 주워보고.
무슨 맛 살래? 누나는 딸기맛을 좋아해.
너는? 너는 무슨 맛 먹을 건데. 질문에 난감해진 꼬맹이는 다시 누나는 딸기맛을 좋아해.
그럼 딸기맛 사탕 두 개 사서 하나는 네가 먹고 하나는 누나 주자. 고개를 끄덕끄덕.
카트를 밀고 걷다가 힘들어, 안아줘. 엄마도 힘든데, 배낭에 두부가 들었잖아.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걷는 꼬맹이.
오, 힘세다. 우리 꼬맹이 다 컸네. 언제 이렇게 컸지. 꼬맹이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아이고, 잘 걷네. 네 살은 걷는 거지!
우와, 집까지 다 왔네. 여기까지 걸어오다니 대단해. (씩 웃는 꼬맹이)
나 자동차 안 무서워.
우와, 정말? 엄마도 자동차 안 무서운데.
현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오자마자 사탕으로 달려가는 꼬맹이.
카트 밀면서 걷는 노동을 마치고, 자동차의 무서움도 극복하고 얻은 이백 원짜리 막대사탕.
꼬맹이의 얼굴에 행복한 웃음이 묻어난다.
겁 많은 꼬맹이와의 오늘 산책은 성공이네. 막대 사탕 하나의 위력이라니.
꽃들이 활짝 핀 것을 보니 봄은 봄이구나.
늘어지게 한숨 자고 싶다. 음냐 음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