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ng히다 Apr 15. 2021

중요한 건 '상대방'이라는 세글자

사람과 사람 사이 기념일은 상대방 입장에서

간부회의가 끝났다.
그는 자리를 뜨는 듯하더니 문을 닫기 전 질문을 던진다.

"결혼 20주년인데 함께 해야 해요? 옆에서 사라져 속이 편하게 해줘야 해요?"

(이게 뭔 소리 람.)

'함께 하면 속이 왜 편하지 않은데요?'
"어제 화를 냈거든요.
결혼 20주년을 멋지게 해 주려고 1달 전부터 bag을 하나 사주겠다고
A백화점에 가서 고르라고 했는데 마음에 드는 게 없다고 해요
누님까지 동원해 원하는 상표 디자인을 전달했는데 아직도 못 골랐대요.
내일쯤은 멋지게 안겨주고 싶었는데. 그래서 어제 화를 냈거든요."

'왜 화 내셨는대요?'

"그렇잖아요. 결혼 20주년이라 모처럼 사준다고 했는데 그것도 아직까지 결정 못하고...... "
'결혼 20주년이라 화난 사람 같아요. '아니면 '가방 선택을 못해서?'

"결혼 20주년인데 가방 선택을 못해서 행사를 해주려고 해도 행사를 할 수 없잖아요"

'오~오라. 그러니까 결혼 20주년 계획대로 행사를 할 수가 없어 화가 나셨군요.'

"맞아요. 그래서 다 때려치우고 그냥 넘어가려고 해요."

(이건 또 뭔 소리 람)


'차라리 결혼 20주년이 아니었으면 화도 안 나고 안주인께서도 강제로 선택해야 하는 어려움이 없었을 텐데.. 어쩌나' '결혼을 원점으로 돌릴 수도 없고.'


"에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네요."

'맞아요. 지금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어요.'


결혼 20주년 기념일은 바꿀 수 없는 것이고, 기념행사는 계획을 바꿀 수 있는 것이잖아요.
그리고 bag은 안주인께서 요청한 것도 아닌데 강제로 갖아야만 하고 디자인 선택만 강요하고 있는 거잖아요.

'말도 안 되는 거 맞아요. 주최 측의 갑질 행위 같은데요.'
20주년 행사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국가시책을 준수해야만 하는 행사는 아니잖아요.

왜 본인이 정한 틀대로만 행사가 진행되어야 하죠? 그것도 부부행사에.
20주년 행사는 누구를 위한 것인데요?
최소한 사전에 행사 참여자의 눈높이는 읽어 주셨어야지.

주최 측의 갑질 분명해요.

(너무 강한 어조였나 고민하며) 살며시 표정을 살폈더니 너털웃음과 함께 그의 얼굴이 펴지기 시작한다.
동조의 메시지가 읽힌다.





"그러면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필수, 선택, 권장사항으로 이야기해도 되나요'
"네"


1. 행사 계획을 변경하십니다.
1) 지금으로써 행사를 치르기에 가장 적합한 조건으로 행사를 변경하십니다.(필수 사항)

2) 현금을 봉투에 넣어 글과 함께 주십니다.(선택 사항)

'함께 골라 주지 못해서 미안타. 꼭 갖고 싶은 물건 사는 데 써라' 등 미사여구보다 진심을 담아 쓰십니다.
3) 시간을 함께 하십니다.(권장 사항)

꽃바람, 콧바람 쏘이며 안주인에게 살면서 좋았던 것, 고마웠던 것을 나직이 일러줍니다.


2. 가족행사로 확산. 자녀에게 보여주십니다. (교육상 필수사항)
1) 자녀에게 부부의 단란과 소중함, 행복함은 보여줄 필요가 다분히 있어요.

2) 훗날 챙기라고 일부러 보여줘야 교육상 잘 배우겠죠.
3) 부부의 안정된 정서는 아이들에게 알게 모르게 전해서 정서적 안정감을 준다고 해요.


'많이 어렵죠?'
"어렵지는 않지만,  힘든 부분이 있네요. 한 번도 안 해보던 거라..."

'이번 기회에 한 번 시작해보세요. 시작이 어렵지 곧 재미 붙이실 것 같네요.'
'참, 이건 팁 인대요. 결혼 25주년 반드시 챙기셔야 합니다.'

"왜요?"
'은혼식'이거든요.  은혼식!
노후를 즐겁게 살려면 이건 정말 투자하셔야 하는 행사입니다.
 단, 와이프 입장에서 꼬~옥!

 




기념일을 기억해 주고 안 해주고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해주냐가 관건일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지 정답은 없습니다.
그러나 누구나 자기중심적이 아닌 상대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답이 보입니다.


*람과 이의 전략 *


작가의 이전글 삼일절 한강 비 10000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