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사이 '삼부 지양(三釜之養), 기념일에 멋진 엄마가 되려면'
내게 이런 아들이 있어요
기념일이 가까워오면
"뭐, 필요한 거 있으신가요?"
'아니.'
"뭐 사시려고 생각해두신 것 혹시 있으세요?"
'아니.'
삼부 지양(三釜之養)
11월 28일이 결혼기념일인데...
아들들이 너무 조용하다.
받고 싶은 선물도 묻지를 않는다.
속 보이는 짓을 더 이상 할 수는 없어서 기념일 턱 가족회식을 공지했다.
'카톡'
"넵. 참석합니다."
'카톡'
"넵. 참석합니다."
'알았다 4인 모두 참석!'
'참고로 아버님이 킹크랩을 후원하셨음.
드디어 가족이 모였다.
모두 맛있게 먹었다.
뒷날 작은 아들이 깜박하고 어제 못 드렸다고 도톰한 파란 봉투를 내밀고 간다.
"삼부 지양(三釜之養)"이라고 쓰인 봉투를 여니
봉투 안에는 3단으로 접은 편지만 들어있다.
섭섭함을 접은 채
무슨 뜻인지 궁금해서 의미를 찾아보았다.
"薄俸(박봉)을 타서 부모를 奉養(봉양)하는 일. "이라고 적혀 있다.
어허~ 이 녀석 보게.
무조건 긍정적으로 이해하자.
결혼 생각하느라 지출이 커져서 힘든가 보네.
그냥 이해하고 넘어가자.
그런데 소녀성이 발동하여 이 엄마 그냥은 못 넘어가겠다.
카톡방에 한 마디.
"삼부 지양?! 언제 먹여 살렸다고!"
응답 없이 결국 맨입으로 끝냈다.
삼부 지양(三釜之養)이라고 쓴 채.
경제적 어려움만 표출한 채.
과거에 학생들이 마구 쓰던 단어 '삐끼'가 생각났다.
내가 삐끼가 된 기분.
기념일에 멋진 엄마가 되려면
1. 한 달 내에 기념일이 2개가 되면 하나만 챙기라고 먼저 제안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잔뜩 기대건 내가 염치가 없다.
몇 주 전에 있던 내 생일을 거나하게 해 주었을 때
먼저 이야기를 했으면 얼마나 폼 났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또다시 괘씸하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기념일이나 챙기고 삼부 지양이라고 해야 맞는 거 아니야.
아니다.
한 달 내에 기념일이 2개가 생기면
멋진 엄마가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아들들에게 먼저
"결혼기념일까지 챙기지 않아도 돼"라고 먼저 제안했어야 했다.
그래. 다음부터는 한 달 내에 기념일이 2개가 되면 하나만 챙기라고 먼저 제안하자.
2. 받은 선물은 즐기며 지니고 다닌다.
3년 전 남편으로부터 승진 선물로 받은 핸드백.
남편은 성화다.
내가 사준 핸드백 왜 안 매고 다녀?
많은 것을 수납할 수 있다 보니 핸드백이라기보다는 짐가방 수준이라고 해야 하나.
그러나 선택은 내가 한 것이니까 잘 들고 다녔어야 한다.
남편 보여주려
서서히 여름이 접어들기 시작하는 추석 즈음부터 지금까지 이 bag만을 들고 다닌다.
그런데, 너무 크다. 구입할 때는 엄청 유용할 줄 알았는데...
퇴근하면서 자주 장을 보다 보니 난감하다.(시장바구니만 하니 )
남편이 사준 빅백안에 넣고 다니다
잠깐 장 볼 때 사용할 위슬릿 스몰백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내 생일 기념 선물로 내게 사주어야겠다.
짧은 시간 이동시 필요한 3가지 자동차 키, 카드지갑, 휴대폰 넣기에 딱 좋은 슬림백으로.
그런데 이백 안에 들어갈 슬림한 현금지갑이 있었으면 좋겠다.
학창 시절 만들기 능력을 재현해가며 현금지갑을 만들기로 했다.
상품권과 지폐 사이즈를 재고, 핑크 색도화지를 그 사이즈에 맞춰 코팅해서 자르고,
스카치테이프로 막음 처리를 하는데 작은 아들이 관심을 준다.
"뭐 만드세요?"
"현금지갑"
"웬만하면 사시지요."
"아니, 검색해보니 사이즈도 그렇고 슬림한 현금지갑도 마땅치 않고.."
며칠 뒤 아들에게서 문자가 왔다.
"어머니~ 어머니가 만든 현금지갑 정확한 사이즈 좀 부탁드려요."
그리고 얼마 뒤 내 생일에 아들이 생신축하편지와 함께 건넨다.
"우와~ 페레가모네. 고마워"
"어머님 취향 살려드리느라 멀리까지 다녀왔어요. 마음에 드세요?"
"우와~ 고마워."
지켜보던 큰 아들이 이야기한다.
"얼마 들었냐?
그 돈 주고 선물로 사 오는 녀석이나 그걸 갖고 싶다고 하시는 어머니나... 이해가 안 가요. 이해가"
조용히 속으로 대꾸한다.
"욕먹어도 좋아. 이 모든 것들이 꿍짝이 잘 맞아 남편이 사준 빅백을 즐겨 사용할 수 있다면야.."
내게 아들이 있어요
딸처럼 분위기 잘 맞추면서 때로는 고사성어 "삼부 지양(三釜之養)"이라는 말로 삐끼 취급하는 작은 아들과
정도, 올곧음으로 장자의 위치 파악을 절대로 허물지 않으며, 건강과 젊음을 위해 엄격한 컨설턴트로서 역할을 매서우리만큼 충실히 해내는 큰 아들.
그 속에서 이 엄마는 노여움 해제하고
영원히 소녀다운 엄마로 살 수밖에 없을 것 같네요.
왜냐고요?
내게 이런 아들들이 있어서요.
내게 아들이 있다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