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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담 삐삐 Jun 20. 2024

심장이 뛸 때마다  사랑하라, 사랑하라

마더피스 타로로 읽는 지금 _ Ⅵ. LOVERS (연인) 두 번째

마더피스 타로의 Ⅵ. LOVERS


결혼을 목적으로 만난 여인에게 번번이 거부당한 한 남성의 안타까운 사연과 현대 사회 시스템인 가부장의 소유와 로맨스 판타지를 첫 번째 글에서 얘기하였다.

그러면 마더피스의 lovers은 무엇을 얘기하고 싶은가. 일단! 내가 공부하면서 이해한 lovers를 설명해 보겠다. 읽다가 이 글을 쓰는 사람은 명상가로 오해 할지도 모른다. 어디까지나 마더피스 타로의 세계관에 관한 것이니 읽단 따라와 보길.

두 개의 꽃병을 지나 이분법으로 나뉜 벽이 열린다. 너와 나, 적과 아군, 내 것 네 것, 연애 아니면 헤어짐 두 개로 나눈 구분과 분별을 넘어 하나의 배가 다른 세계로 넘어가고 있다. 저 멀리 주홍빛 태양이 져 하늘과 바다에 아름다운 노을이 지고 장미꽃 덩굴 화환 두 사람의 여정을 맞이하고 있다.


사랑의 세 단계

lovers는 이제 막 1단계의 거친 폭력과 소유, 로맨스 판타지가 가득한 가부장의 연애와 결혼에서 막 벗어나 서로를 깊이 받아들이고 있다. 이 신뢰가 작동하여 이분법의 벽이 열린 것이다. 폭력과 판타지는 깨졌고 화분은 박살이 났다.


2단계의 lovers는 자신이 매우 취약하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나의 취약함을 다른 이에게 의존해서 채울 수 없음도 인정한다. 나의 자아와 에고를 녹여 사랑하는 존재에 완전히 스며들듯 경계가 없어지는 단계로 나아간다. 내가 없기 때문에 상대의 모든 것을 신뢰할 수 있다. 사랑이라는 상태 속에 나를 놓아버리고 서로가 서로를 깊은 신뢰로 바라보는 순간 흑과 백은 합쳐진다.

 

3단계는 인간의 욕망과 사유를 넘어 삶의 도반이 된다. 두 사람은 같이 있지 않아도 사랑하고 분리되지 않는다. 서로를 이해하고 나눈 사랑이 에너지 순환처럼 지속한다. 그간 낡은 연애의 패턴은 깨졌고 의심, 분노, 독선 같은 부정적 감정 없는 사랑을 몸으로도 나누며 완전한 통합의 리허설을 한다. 누가 누구의 연인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사랑하는 행위 그 자체이고 그 안에서 둘은 형체도 없는 기하학무늬로 합쳐져 빛으로 향해 간다.


경계가 없는 상태, 주파수는 자동 상대에게로

마더피스의 연인 카드 공부를 할 때 선생님에게 어, 이것은 종교 아닌가요라고 물었다. 나와 상대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완전한 일치가 되는 성행위가 같이 있다는 것. 60~70년대 히피들의 연애, 뉴에이지 명상, 인도의 탄트라, 티베트 밀교 이런 엉거주춤 알고 있는 것들이 밀려들어왔기 때문이다.

나의 타로 선생님은 아마도 다르지 않겠지만 같다고 말할 수 없는데 그런 구분 자체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라고 답이었다.

"와, 너무 어려운 사랑이네요. 가부장과 극 자본주의 사회의 사람에게 나를 지우는 위험하고 불안한 길로 가라고 하다니요."


경계 없는 심장의 사람들

이런 사랑은 연애보다 친구 관계에서 만났다. 내게 가끔 참 답답하고 잔소리를 심하게 만드는 친구가 몇명 있다. 나는 그녀들을 심장의 사람들이라고 한다. 이들은 감정으로 타인과 공감하는 것과 다른 '경계 없음'이 있다. 상대가 어떻게 했던 현재를 받아들이고 본인이 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냥 준다. 상대방이 가장 필요한 것을 가장 필요한 타이밍에 아낌없이 전한다. 그것은 말이기도 하고, 시간이기도 하고, 물질적인 것이기도 하다. 종종 상대는 뒤통수를 치고 그 마음을 잊어버리고 다시 필요할 때 그들을 찾아온다.

뒤통수를 맞고 아파했던 시간을 잊지 않지만 그들의 현재를 살피며 기대와 대가 없이 또 준다. 음, 내어준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친구인 나는 그 상황을 보다보다 참견했다. 좀 더 정치적으로 굴어라, 계산을 해라, 또 뒤통수를 치면 어쩌냐 잔소리를 했지만 별 소용이 없다.

왜냐하면 그녀들의 심장은 지금 마주한 그 사람의 심장에 열려서 그들의 취약함에 진동하여 다시 나아가도록 온기를 준다. 그 과정에 계산은 절대 개입하지 않는다.

마음 깊이 나는 이들을 존경한다.


사람이 사람을 안을 때 맞닿은 심장은 같은 속도로 뛰려고 동기화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어느 순간 심장은 하나의 속도로 뛰고 내 심장과 상대의 심장 소리가 구분이 되지 않는 경계가 사라진 경험을 할 수 있다. 타인을 가장 가까이 느끼는 행위가 심장을 마주하는 것이다. 아이들을 꼬옥 말없이 안는 경험을 많이 줘야 하는 이유이다. 다른 사람을 깊이 이해하는 중요한 토대가 되어 평생을 살아갈 힘인 사랑을 저축하는 과정이다. 무조건 아이들을 깊이 깊이 안아주길!

이런 경험은 다행히 가까이 할 수 있다. 집의 반려동물과도 시도해보라. 개와 고양이는 더 빨리 심장이 뛰기 때문에 다정하게 안고 있으면 아이들의 심장이 느리게 띄는데 심지어 동물들의 건강에 좋다고 한다.


"그들이 평화롭기 때문에 모든 것이 옳다."

종교적 수용의 단계와 lovers의 사랑이 다른 점은 상대에 깊은 애정으로 마음이 열리면서 섹스라는 결합의 리허설이 있다. 끊임없는 통합의 단계로 나아가 완전한 하나가 되는 히에로스 가모스(고대 신전에서의 성행위로 신에게 통합하는 의식)의 의식이 둘 사이에서 이뤄진다.

가부장의 소유, 시스템의 가족이라는 틀에서 사랑을 정의하고 하나의 코스로 설정하면 그 안에서 폭력과 로맨스의 판타지는 재현하고 재방송한다. 파트너 폭력, 부부강간, 부부 폭력이 아직도 비일비재한 이유이다.

결혼 후 건조하게 같이 사는 사람이거나 가정살림과 아이를 키우는 협동 파트너로 산다. 이것도 나쁘지는 않다. 인생의 긴 여정에서 서로 의지하고 경제 안정을 지키고 육아와 양육하는 동반자 유지가 한결같기는 어렵기에. 그러나 인생의 협동과 서로의 안에서 경계가 사라진 연인과는 명백히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연인과 결혼한 배우자가 되는 것 또한 같은 과정으로 이해해선 안 된다. lovers 카드 안에는 결혼과 가부장의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 시스템의 옷을 입고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하는 구조가 끼어들 여지가 없는, 심장 동기화의 순간 그 자체이다.


또 좋아하는 마음 없는 섹스는 영혼이 상처를 입는다고 조심하라 비키 노블은 충고를 한다. 자아가 성행위를 지배하면 나도 모르게 한 사람을 통제하고 싶어 지기 때문에 그 역시도 더 높은 단계의 사랑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임을 경고했다. 내가 너의 사람이고, 네가 나의 사람임을 확인하려 들기보다 가슴으로 하나 되는 절대적인 결합을 위한 리허설로서 성행위가 일어나 궁극의 지복(ananda)에 이르는, 서로에게 녹아드는 경험을 하라 권한다.

헤라와 제우스의 히에로스 가모스_셀리논테 헤라 신전


내가 없어지는 몰입의 순간들, 사랑의 순간들

연인관계의 질문에서만  lovers 카드가 많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일이나 친구 혹은 굉장히 중요한 배움의 순간들에도 종종 나타난다. 그러면 반드시 이 관계를 꼭 옆에 끼고 있어라, 그 일을 오래오래 하라, 이 과정의 모든 순간에 집중해서 끝까지 하라고 강하게 권한다.

일과 배움의 과정의 경우. 한 사람이 혼신의 힘을 다해 나를 녹여서 이루는 과정, 내가 없어지는 과정인 몰입을 경험할 기회이다.  인생에서 몇 번이나 오지 않을 기회가 사람 앞에 나타난 것이라  끝까지 가보면 이전과 이후가 달라져 한층 더 성숙한 자신을 만날 수 있다.

사람이라면. 섹스가 동반하는 사랑이 아니지만 계산 없고 경계 없는 관계이기에 다 퍼줘도 손해 날 것 없다고 무당 할머니처럼 말한다. 그런 친구는 계산하는 자신의 존재를 마주하게 하여 나를 가르치는 사람이다. 그 사람이 사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채널링 맞추고 그들의 말에 귀기울여 사유한다. 귀한 존재이기에 절대 놓치면 안 된다고 키보드를 꾹꾹 누르면서 쓴다. 수백억 천금을 줘도 그들과 바꿀 수 없다.

경계 없는 사람 부류의 친구가 뭔가 손해 날 짓하고 돌아오면 어이구 고생했네 하며 밥을 같이 먹고, 말없이 필요한 것을 소소하게 챙기자. 휑하니 필요한 거 챙기고 돌아서 가버린 사람의 빈자리를 보고 있는 친구대신 욕한바가지 쌍스럽게 대신해주고.(그들은 타인을 함부로 욕하지 못한다. 그런 존재들이다) 광대처럼 웃을 일을 같이 만들자.

내 인생을 빛으로 채우는 것은 나를 계속 외롭게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없어도 스스로 빛나는 사람들이다. 옆에서 같이 빛이 나는 사람으로 이끌어줄 사람을 심장으로 사랑해라는 lovers 카드의 충고, 가슴에 사각사각 새기자.

심장이 뛸 때마다 사랑하라, 사랑하라 들리도록.


(202년 6월 20일. 오래전 내 귀에 사랑이 세상을 구할 거야라고 속삭인 목소리가 그리운 날에)



(덧붙이는 글 _영화, 뮤지컬인 Headwig의 Origin of love는 플라톤이 기록한 향연 속의 아리스토파네스가 술에 취해 곯아떨어져 있다가 일어나서 말하는 부분을 노래로 만들었고, 헤드윅이란 명작은 이 얘기를 기초해서 시작했다.  유튜브로 보기)



#마더피스타로 #motherpeace #tarot #6번카드 #lov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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