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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옹책방 Mar 28. 2023


쫓기는 꿈을 꿨다.  문제를 하나도 풀지 않았는데 시험 종이 곧 울리는 꿈, 또 군대를 가는 꿈과 비슷하다. 강의 준비가 부실한 상태에서 곧 강의를 해야 하는 꿈이다. 오래 동안 할만큼 해서 이제는 졸업할 때도 되었는데 왜 가끔 이런 꿈을 꾸는지 모르겠다. 한 번도 완벽하게 준비를 하지 못한 탓인지, 잘하려 했던 마음, 잘해야 한다는 마음 때문이었는지. 


차 뒷좌석에는 여러벌의 옷이 있었고, 조수석에는 노트북이 있었고, 케이블을 깜빡했나 가슴이 철렁했고(usb만 필요한 요즘인지라 아주 오래전의 기억으로 구성된 꿈 같다.), 아직 한 시간 정도 여유가 있다 생각하고 흐름과 내용을 정리하려고 했는데, 바로 강의실로 들어가야 할 시간일걸 알고 당황하며 꿈을 깼다.


취업준비생들을 위한 강의였다. 노트북을 들고 강의실로 향하는 길에 꿈에서 깨어나며 비몽사몽간에 도입부를 정리했다.


1. 몇 몇 학생들을 지목하며 다짜고짜 자기소개를 해보라고 한다.

당연히 학생들은 당혹해하며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다.


2. 또 몇 몇 학생들을 지목하며 일이 무엇인지 이야기해보라고 한다.

당연히 학생들은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다.


내가 말한다.


세상에서 가장 나와 가까운 존재, 그 어떤 사람보다 잘 아는 나에 대해서 말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 많이 알아서일까요? 제대로 몰라서일까요?


여러분들의 삶에 중요하고 절실하게 여기는 생각하는 취업, 취업해서 모두가 해야하는 인간의 행동인 ‘일’에 대해서 자신만의 언어로 제대로 말할 수 없는 것은 여러분들과 너무 멀리 있어서 일까요? 아니면 너무 절실한 나머지 한 번도 떨어져서 관찰하지 않은 탓일까요? 


자기 소개란 나와 나 아닌 낯선 대상을 동시에 말하는 과정이에요.


대부분의 지원자들에게 자기소개는 어려워요. 대부분이 아니라, 모두라고 말해도 좋을 거에요. 사실 나도 어렵거든요. 모르는 사람은 몰라서 어렵고 잘 아는 사람은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어려움을 느껴요.   


자기소개를 잘 하려면 적당한 거리를 둬야 해요.


나로부터 적당히 떨어져야 하고, 대상으로는(일, 기업) 적당히 다가가야 해요.

하나는 너무 가까워서 문제고, 하나는 너무 멀어서 문제에요.

하나는 너무 가까워서 쉬 절망하고, 하나는 너무 멀어서 보이지도 않아요.

물리적 거리가 아니에요. 마음의 거리에요.


화가 날때 적당히 나와 거리를 두고 연습, 나와 상관없는 사람이나 대상도 나와 상관있다고 여기는 태도가 필요해요.

그렇게 하고 싶어도 잘 되지 않아요. 그래서 일상에서의 연습이 필요해요.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에요. 일에 자아가 너무 많이 투영되어도 안 되고,

자아가 너무 적게 투영되어도 안 되요.

전자는 자기중심적, 오만함, 고집불통으로 일하는 것이고,

후자는 무책임, 불성실로 연결되기 마련이에요.

기업은 둘 다 뽑지 않아요.

착각하고 뽑은 뒤 골치덩어리가 되죠.

그래서 채용이 중요해요.


가장 간단히 말하면,

그런 지원자(거리를 둘 줄 모르는 사람)를 가려내는 것이 채용의 과정이에요. 


일 잘하는 사람, 잘 사는 사람은 대게 자아가 하나 더 있어요.

나를 관찰하는 자아, 나를 객관적으로 보려는 자아에요.

자기소개란 그런 자아가 나를 말하는 것이에요.


일과 나 사이, 중간 어딘가, 적당한 지점에서 나와 일을 대하는 자아가 

나에 대해 말하고, 일에 대해 말하며 나와 일을 연결짓는 일이 입사지원을 위한 자기소개에요.


자기 소개를 잘하는 법은 간단해요.


나에 매몰되거나 무심하지 않고, 일(대상)에 무심하거나 매몰되지 않아

대상을 제대로 알고 나도 제대로 아는 또 다른 자아가 나와 세상을 관찰하며 이야기하는 연습을 하면 되요.


그리고 꿈에서 완전히 깼다.


취준생들에게 이런 류의 이야기들을 해서 그들의 생각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변하게 만들려는 꿈에서 아직 깨지 못한 것 같다.


꿈에서 깨어나야 할 때인지, 꿈을 꿔야 때인지 모르겠다.


잠이 들면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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