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설교나 글에서 '예수님은 우리의 기쁨'이란 표현을 가끔 보았다. 역사적 예수의 존재와 행적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기독교에서 예수는 참사람이고 참신으로 믿는다.
그가 참사람이라면, 그는 울기도 웃기도 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정작 성서엔 예수님이 활짝 웃었다는 내용이 없다.
어릴 적부터 일요일(기독교인은 주일) 설교단 위에 오른 목사님 얼굴에선, 경건함은 보였지만 설교 중 웃음기는 보기 어려웠다. 그런 목사님 얼굴에서 예수님의 얼굴을 찾으며 살았기에, 나도 수십 년 동안 근엄하고 경건한 얼굴이 돼 있었다. 내가 생각한 예수님의 얼굴은 웃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런 편견을 가진 것은, 모든 기록엔 이면이 있고 행간이 있다는 걸 깨닫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예수님이 참사람이었으면, 큰 소리로 웃을 때가 있었을 거니까.
나는 오랫동안 웃는 표정을 만들어 이마에 주름살을 만들까 봐 조심도 했다. 윗 눈썹을 고정했다. 나름 미용을 위해서였다. 그래서 그런지, 고등학교 때 내 별명은 짱가였다.
또, 웃는 모습이 정확히 어떤 표정인지 잘 몰라 자연스러운 미소를 짓지 못했다. 그래서 고등학생 때까지 중후한 40대 아저씨 얼굴을 하고 다녔다.
다행인 것은 50 초반까지도 40대 그 얼굴을 유지했다는 것이다. 단, 어두운 불빛 아래서만.
-스마일 입꼬리가 웃는 얼굴일까.
30대가 되자 웃는 얼굴이 절실히 필요해졌다. 영업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영업은 건전한 의미로 유혹이다.
유혹이 성공하려면, 인간을 이해해야 하고, 타인의 필요를 알아야 한다. 사람들은 인정과 칭찬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들을 관찰해야 한다. 그리고 친구가 되자고 말해야 한다.
친구가 되려면, 이야기를 들어주고 우러나오는 웃음과 미소로 그들과 사귀어야 한다. 그러나, 웃음기를 등지고 살았던 내가, 웃는 낯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가끔 웃긴 얘기나 예상을 깨는 소리를 들으면 한꺼번에 웃음보가 폭발하곤 했지만, 사람을 만나 미소와 호감을 보이며 말하기 위해선, 의식적인 노력을 해야 했다.
웃는 얼굴을 만들어 보기로 결심을 했으니, 무엇이 웃는 얼굴인지 정의부터 새로 내려야 했다.
일단 스마일 입꼬리 올리는 것을 웃는 얼굴로 규정했다. 그리곤 볼펜을 물고 입 벌리기, 입꼬리 손으로 당기기 등 입을 먼저 찢으려 안간힘을 썼다.
-눈으로 웃을 수 있니
입은 찢었다지만, 거울에 비친 건 여전히 반쪽 짜리 어색한 얼굴이었다. 이리저리 고심을 하다가, 먼저 마음부터 웃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나는 지금 즐거운 마음이야 ' 암시를 주며 입꼬리를 올리니, 내 시야가 좁아지는 변화가 감지됐다.
아, 내 동생은 이모에게 눈웃음이 있다는 말을 들었었지. 입뿐 아니라 눈으로도 웃는 게 있었지. 사람들이 사심 없이 웃을 땐, 실눈으로 작아지잖아.
웃는 모습을 tv에서도 찾아보았다. 2005년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다니엘 헤니와 친구로 나온 정려원의 활짝 웃는 모습에서 제대로 된 웃음과 미소를 나름 발견했다. 캡처해서 나도 비슷한 표정을 지어 보았다. 그리고 웃을 때마다 이 모습을 상기했다.
이즈음, 미소는 '스마일 입꼬리와 기쁜 실눈'이라고 새로 정의 내렸다.
그동안 나는 똑바로 만 보려고 눈을 크게 뜨고 살았지. 넘어지지 않으려고 긴장만 하고 살아서 그런가. 나는 이제 웃는 방법을 바꾸는 거야.
입을 찢고, 새우눈 연습을 했다. 거울을 보며 연습했다. 차 안에서도 했다. 누워서도 했다. 화장실에서 절정에 달한 순간, 힘을 빼며 연습했다. 효과가 있었다.
중요한 사람을 만나기 전에는 얼굴 펴는 미소 연습을 한 번씩 했다.
-나와 상대방의 미소 속에 살고 싶다
연습으로 당겨진 미소 근육은, 몇 분 동안 모양을 유지했고 자연스러운 얼굴 표정을 만들어냈다. 연습 후 사람을 만나면 의식적으로 웃지 않아도 미소의 잔영이 남아 편안했다.
내가 상대에게 웃음을 보이면, 상대도 편안해하고 미소를 짓는다.
즐겁지도 슬프지도 화나지도 않은 무표정한 얼굴로 지내는 시간이 많지만, 타인의 장난기 묻은 얼굴과 해맑은 빛을 접하면 에너지가 생성된다.
대화 상대의 미소 담은 목소리와 반짝이는 눈망울이 보이면 환대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고, 어쩔 줄 몰라하는 행복한 나를 발견한다. 나도 미소를 보내고 내 신경은 긴장을 푼다.
눈과 입
환한 얼굴의
조화를 발견하면
눈에 넣어 마음에 간직한다.
그리고
따라해 본다.
소프라노 강혜정의
미소 담은 노래를 들으면
몸과 마음이 함께 반응을 한다.
그의 노래를 가끔 찾아 보고 듣는다.
나는 미소를 수집하기도 한다.
※ 추신 : 40대 가끔 소그룹에서 강의를 하기도 했는데, 이 때도 웃는 얼굴 만들기를 하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