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삼류선비이다. 나는 중국의 장관을 이렇게 말하리라. "정말 장관은 깨진 기와조각에 있었고, 정말 장관은 냄새나는 똥거름에 있었다고. 대저 깨진 기와조각은 천하 사람이 버리는 물건이다. 그러나 민간에서 담을 쌓을 때 .... 쪼개진 기왓장을 두 장씩 마주 놓아 물결 무늬를 만들고.... 네 쪽을 안으로 합하여 동그라미 무늬를 만들며...... 깨진 기와조각을 내버리지 않아 천하의 문채가 여기에 있게 되었다. 동리 집들의 문전 뜰은 가난하여 벽돌을 깔 수 없으면 여러 빛깔의 유리기와 조각과 냇가의 둥글고 반들반들한 조약돌을 얼기설기 서로 맞추어 꽃, 나무, 새, 짐승 문양을 만드니, 비가 오더라도 땅이 질척거릴 걱정이 없다....... 똥오줌이란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물건이다. 그러나 이것이 밭에 거름으로 쓰일 때는 금싸라기처럼 아끼게 된다.....이렇게 모은 똥을 거름창고에다 쌓아두는데.... 똥거름을 쌓아올린 맵시로 보아 천하의 문물제도는 벌써 여기에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말한다. 기와조각, 조약돌이 장관이라고. 똥거름이 장관이라고. 하필이면 성곽과 연못, 궁실과 누각, 점포와 사찰, 목축과 광막한 들판, 수림의 기묘하고 환상적인 풍광만을 장관이라고 말할 것이랴!" -<연암일기>中에서....
천조국 미국을 숭상해서 태극기를 두르고 친미 찬양가를 부르는 사람이건 천박한 자본주의와 무도한 요구에 핏대를 세우고 반미를 부르짖는 사람이건 잊지말아야 할 것이 있다. 조선 최고의 천재이자 문장가인 -행동하는 지성이기도 했다- 박지원인들 단 한번의 방문으로 청나라의 습속과 문물을 다 알았을 리 만무했을테고, 삼경이 지난 깊은 밤에 만리장성 아래에서 술에 먹을 갈아 글을 썼을만큼 감탄한 대국이었지만 정작 눈에 담고 머리로 외워 가슴에 새긴 것은 조선에 없는 벽돌과 제대로 둥근 수레바퀴였고 지천에 널린 기왓 조각과 버려지는 똥오줌을 다루는 지혜였다.
미국이 외침과는 먼 천혜의 지리적 조건과 자립이 가능한 천연자원을 보유한 유일무이한 축복의 땅인데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1차대전 참전을 계기로 강대국으로 등장해 지금까지 세계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초강대국이 됐다고 한들, 토착 원주민을 폭력으로 몰아내고 야만적인 노예제도로 번성한데다 자국의 이익에 반하면 세계 환경변화는 도외시하고 국가간 협정따위는 휴지조각 취급하는 무도한 모리배 근성을 가진 나라로 여기든 상관없다.
미국의 한 주만큼도 안되는 땅돼기에 한 조상에 피부색이 같은 우리나라에 만연한 문제만도 버거운데 섣부르고 가볍게 뿌리깊은 인종차별과 반복되는 흑인 소요사태를 비난하고, 빈번한 살인에도 허용되는 총기소지와 난해해보이는 선거와 정치제도를 언급하느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미국이게끔하는 저력의 원천과 정밀한 시스템을 사소한 것부터 챙겨보고 공부하는 게 우리나라나 개인에게 훨씬 의미있고 보탬이 되지 않을까 싶다. 200여년 전 박지원이 그러했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