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선 일 너무 열심히 하지 마요"

- '늘공'화 된 '어공'을 멀리해야 하는 이유

by 아로하

그는 나보다 10년 먼저 조직에 들어온 전문직무의 임기제 공무원이었다.

취득하기 어려운 자격증은 아니었으나,

취득한 사람은 많지 않은 그런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꽤 주요한 사업을 추진 중이었다.


<사진설명> 선으로 감정을 말하는 세르주 블로크 전시. 그는 멋진 일러스트레이터다.

그는 매일 야근을 한다고 했는데....

연봉이 어마어마하다는 소문이 돌았다.

(일이 많은 건 아니라고들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연봉이 많아봤자 얼마나 많았겠냐만은

야근수당을 꽉꽉 채워 받았던 모양이다.

(아니 그렇다고들 했다.)


"여기선 일 너무 열심히 하지 마요"

그가 날 만난 첫날 내게 한 말이었다.

.

.

뒷말은 더 황당했는데.......

"주임님이 여기서 일 열심히 하면, 전 직원이 힘들어져요...."


그의 말은 사실, 팩트였다.


나는 알고 있었지만, 웃어넘겼다.

나는 조직에 일을 물어오는 사람이었으니까.


모두가 내가 가만히 있기를 바랐을 거고,

그냥 본인들이 하는 일을 조금씩 가져가주기를 원하고 있었을 것.


<사진 설명> 창의성이란 무엇일까. 나는 그를 보며, 그의 몸짓을 보며 창의를 만난다.


당연한 논리지만,

위에선 나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돈을 주고 뽑았는데, 날 가만두겠나)


조직에선 움직이지 않은 '늘공'들을 어떻게든 일을 시켜야 했다.

빠져나가고 미루는데 능숙한 다수,

그리고 그 와중에도 승진을 목전에 앞둔 소수는

늘 줄다리기를 했다.


나는 늘 승진을 앞둔 이들과 친했다.

그들은 내가 필요했고,

대부분의 나의 업무는 그들의 업무와 연결되어 있었으니.


그럼에도 가끔,

일을 미루는데 능숙하지만 승진을 거져 먹고 싶어 하는 이들이 내 주위를 맴돌았다.

그들과도 나는 잘 지냈다.

(안쓰러웠으니까)


하지만, 내가 친하게 지내지 않는,

아니 친하게 지낼 수 없는 이들이 있었는데...

바로 '늘공'화된 '어공'들이었다.


<사진 설명> 그들이 빌런일지라도 사랑합시다


오랜 시간 조직에 머물면서

그저 오래 다니는 게 목적이 된 그들은

주로 늘공들의 잡무를 처리했다.

전문성은 떨어져 갔고, 이직은 어려워졌다.


갈 곳 없는 그들은 어떻게든 조직에 붙어있는 것 만이 살길이었는데,

그러다보니

늘 "세상에서 내가 제일 힘들어" "내가 일이 세상 제일 많아"

천하제일 성토대회를 연다는 것이었고.

(귀에서 피가 날 정도로)

다른 어공들의 앞날에 별 도움이 되지도 않는 말들을

조언이랍시고 떠든다는 것이었다.


그들이 하는 조언이란 것들이 바로 위에서 언급한 말과 더불어


"주임님 여기 오래 다니려면......... (으로 시작해서)

......... 이런 일도 하면 좋고, 저런 일도 하면 좋으며, 저 사람과 친하게 지내면 좋고"

그런 쓸데없는 말들이었다.


그냥 자기 합리화 같았지만

그래도 들어주긴 했다.

(십 년 전엔 그 논리가 통하던 시절이었겠거니)


나도 조직에 어느 정도 적응을 하고,

업무 능력을 어느 정도 인정받을 무렵

공무원 복지 혜택을 누리기도 하고,

인맥은 넓어지고 있던

그러던 어느 날.


그런 조언을 하던 무리 중 하나이던

친하게 지내던 10년 차 어공이

(그녀는 굉장히 조용하고 있는 듯 없는 듯 성실한 타입이었다)

사무실에서 크게 화를 내며 폭발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녀에게 직접 들은 건 아니었지만,

그녀가 10년이나 그곳을 다니면서 모두가 받고 있던

'복지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었으며,

그런 프로그램이 있는지 조차 몰랐고,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다는 것.


아니 그럴 수가 있겠냐만은 그녀는 정말 매일이 바빴는데,

온갖 잡무가 그녀의 몫이었고, 그냥 매일 정신이 없어 보이긴 했다.


여하튼 다행히 유야무야 그녀의 화는 넘어가긴 했는데,

어린아이가 둘이나 있던 그녀의 출퇴근 시간에 어떤 인센티브가 주어졌던 것 같다.

(정확하진 않다)


그렇게 나는 수십 명의 어공들의 스토리를 알게 모르게 수집하게 되었는데,

그러면서 나의 노선을 정하게 된다.


'저들처럼은 살지 말아야겠다'

그냥 안 다니면 안 다녔지,

저렇게는 다니지 말아야겠다.


내 일을 해야 한다.

내가 여기 들어온 목적성을 이루어야 한다.

고 말이다.


조직에선 의외로 많은 것들을 가르쳐주는데,

인생을 배우기도 하며,

인생의 노선을 가르기도 한다.


당시 친해진 비슷한 직무의 좋은 동료들은

지금도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도

전문성을 키워가며 8급에서 사무관을 달고

가정도 예쁘게 꾸려가는 친구.


쌍둥이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아침 7시면 대변인실로 출근하는 동료.


경력을 잘 쌓아 연봉 최고액 찍고

대기업 임원으로 스카우트된

모 선배.


아예 자기 정치를 하겠다며

박사 학위를 따고

모 당에 들어가 선거 운동 중인 누구누구


그러고 보니,

그들은 모두 자신의 일에 만족하고, 끊임없이 업무능력을 키우려고 했다는 점.

자신이 맡은 업무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진 설명> 선으로 표현한 깊은 울림. 유쾌하면서도 따뜻하다.


아!

그리고 아주 중요한 또 한 가지,

이게 없으면 안 되는 건데 ㅎㅎㅎ

그건,



다음 화에 이어서.....


<사진 설명> 누굴 닮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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