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게 차려입은 신사가 인도하여 따라갔다. 문이 열리자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이 보이고 처음 보는 음식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산해진미에 취해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안중에도 없었다. 배가 부르자 정신이 들었고 후식과 함께 건네진 계산서를 본 순간 깜짝 놀랐다. 감당할 수 없는 액수가 청구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비싼 줄 몰랐다고 우겨봤지만 통하지 않았고,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지만 불가능했다.
멋진 레스토랑의 예약석에 앉게 되면 그에 준하는 계산서가 따른다. 산해진미가 권한이라면 계산서는 책임에 해당한다. 커진 권한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훌륭한 실력을 보유하고 좋은 성과를 낸 사람에게 더 많은 일과 더 큰 조직을 맡긴다. 이것을 승진이라고 한다. 모두들 축하의 말을 전하고 꽃까지 선물한다. 누구 하나 커진 책임에 대해 위로의 말을 건네진 않는다. 당연히 알고 있으니라 생각하니 그러할 것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을 하곤 한다. 비교적 이른 나이에 승진한 사람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진정한 리더라면 일찍 주어진 기회에 부담스러워해야 한다. 책임의 무게를, 권한의 달콤함보다 더 먼저 인지하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은 책임의 무게를 빼는 데 온 힘을 집중하느라 권한의 달콤함을 잊곤 한다. 그래서 시간이 갈수록 더 큰 권한이 주어지는 것이다. 이 경우를 '승승장구'라고 하고, 반대의 경우를 '조로'라고 한다. 권한의 달콤함에 취해 커진 책임을 망각한 것이다.
지금 눈앞에 산해진미가 펼쳐져있다면? 군침의 유혹에 넘어갈 게 아니라 나중에 청구될 계산서를 먼저 떠올려야 한다. 산해진미에 취하는 순간 공든 탑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