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 (dilemma)는 그리스어의 di(두 번)와 lemma(제안 ·명제)의 합성어이며, 사전적 의미는 '선택해야할길은두가지중하나로정해져있는데, 그어느쪽을선택해도바람직하지못한결과가나오게되는곤란한상황'이다. 간단히 말해 진퇴양난 또는 궁지라는 뜻이다.
우리가 흔히 하는 선택 중에는 식당에서 메뉴를 정하는 과정을 빼놓을 수 없다.
중국집에 갔는데 짜장면을 주문하자니 매콤한 짬뽕이 생각나고 짬뽕을 시키자니 달달한 짜장면이 떠오른다. 결국 어느 것을 먹더라도 다른 하나를 떠올리며 아쉬워할 수밖에 없다.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뭘 먹어도 아쉽다면 그나마 덜 아쉬운 쪽을 선택해야 한다. 최선이 아니라면 차선이라도 선택해야 한다는 뜻이다.
나는 짬뽕을 좋아해서 직접 해 먹기도 한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짬짜면'이란 메뉴가 나왔다. 짬뽕과 짜장면 사이에서 방황하는 사람들이 구원을 받은 것이다. 뒤이어 아류작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탕수육과 짜장면을 동시에 먹는 탕짜면, 탕수육과 짬뽕을 동시에 먹을 수 있는 탕짬면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엄격히 말하면 짬짜면이 딜레마를 해결한 것은 아니다. '두가지중하나를 반드시 선택해야 한다'는 딜레마의 대전제를 어기고 둘 모두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딜레마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게임의 법칙을 어긴 꼼수인 것이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딜레마에 빠진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갈림길을 만나고 어디로 갈지 선택해야 한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한 채 말이다. 불행하게도 심리학에서 볼 때, 한 일 보다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가 더 크다고 한다. 왜냐 하면 한 일은 이미 일어났기 때문에 결과와 득실이 명확하지만, 하지 않은 일은 결과가 없기 때문에 상상력이 무한대로 확장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쪽 길을 모두 갈 수는 없다. 나의 아바타가 있지 않은 한 불가능하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가 무서워 선택을 미룬다면, 그래서 어느 것도 선택하지 못하고 시간만 흐른다면 어떻게 될까? 그 결과는 차선보다 못한 차악, 아니 최악이 될 수도 있다. 딜레마를 피하려다 더 큰 딜레마에 빠지기 때문이다. 딜레마의 딜레마다.
인생은 단 한 번만 살 수 있으며, 연속된 선택의 결과가 내 비문에 들어갈 문구를 만들게 된다.
버나드 쇼의 비문에는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리될 줄 알았다'라고 쓰여있다. 그는 노벨 문학상과 오스카상을 동시에 받은 역사상 유일한 작가다. 그 역시 한 번뿐인 인생을 살았고, 수많은 갈림길에서 연속적인 선택을 했다. 그 결과 최고의 상을 두 개나 받는 성과를 이루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비문에는,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이 역력하다. 그 정도로 성공 뒤엔 고뇌에 찬 선택들이 한가득 있었던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갈림길에 선 우리 모두는 반드시 하나의 선택을 해야 한다. 선택 장애에 빠져 모두 다 해보겠다고 짬짜면을 먹으면 안 된다. 순간은 달달하고 매콤함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지만, 선택을 하지 않은 책임은 언젠가는 비수가 되어 돌아온다. 짬짜면을 먹으면 안 되는 이유다.
딜레마에 빠지지 않으려다가 더 큰 딜레마에 빠지면 안 된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해 고민하고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되, 축적된 경험은 반드시 다음 선택에 반영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언젠가는 내가 한 선택이 최선으로 수렴할 수 있다.
식당에 가서 주문할 때 "아무거나 주세요" 하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다가 내 삶도 아무렇게나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