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하는 것들

19년 10월 15일의 기록

by 므므무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것은
새로운 좋아하는 것이 생긴다는 것.
그리고 새로운 싫어하는 것도 생긴다는 것.

경험이 쌓일수록, 좋아하는 것들이 쌓일수록
그만큼 싫어하는 것들도 쌓여서
나는 행복만큼 고통을 쌓았다.

싫다는 것은 무엇일까? 왜 싫어하게 되었을까?
질문을 던지다 보니 어느새
하나하나 그 이유를 들기 힘들 만큼 싫은 것들이 잔뜩 생겨났다.

나는 토마토를 싫어하는데, 누군가 이유를 물으면 "그냥 맛이 없어서."라고 답하곤 한다.
내가 녹차를 싫어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아니, 그게 왜 맛이 없는데?"

이해할 수 없다는 투의 질문에 나는 무어라 더 설명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분홍색이 잘 어울리는 당신이 분홍색보다 초록색을 더 좋아하는 것처럼,
타고난 춤꾼인 당신이 춤보다 노래를 더 좋아하는 것처럼,
나도 그냥 토마토보다 오이를, 녹차보다 보리차를 더 좋아하는 것뿐이다.

세상은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할 수는 없어서
하기 싫은 공부나 일을 허벅지를 꼬집어가면서까지 해야 할 때도 있고,
걷기 싫은 길을 꾸역꾸역 발바닥이 까지도록 걸어야 할 때도 있고,
함께 하기 싫은 사람과 웃으며 한 상에 앉아야 할 때도 있다.

싫어하는 것은 피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왜 나를 위한 것들은 다 내가 싫어하는 것들뿐이냐고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지 않냐고
질문을 던졌을 때
실은 아무리 좋아하는 것을 하더라도 싫은 일이 함께임을 마음속으로는 알고 있었다.
반항기 넘치던 스스로와 타협하고 싫은 일을 군말 없이 받아들이자
"이제야 철이 좀 들었네."라는 말을 들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싫은 것들로 가득 찬 일상 속에서 가슴속이 텁텁해질 때면
그토록 싫어하던 녹차 한 캔을 사 입 안에 한껏 털어본다.

'싫어하는 것들이 모두 나를 위한 것들이라면
에라이, 내 모든 감각을 싫어하는 것들로 채워버려주지.'
라며 나 자신에 대한 아주 소심한 반항을 슬쩍 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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