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밥과 짜파구리

#배달음식 #쓰레기 #산책

by 밍크



대단지 아파트라 단지 안에서 산책을 해도 30분은 훌쩍 지나간다. 야외배변하는 강아지 때문에 하루에도 3-4번은 강제산책을 하고 있다. 남편에게 “우리 아파트 공용 공간을 뽕 뽑는 순위 같은 걸 정한다면 (활용을 제일 잘한다고 하려니 말맛이 살지 않는다.) 내가 상위 1% 일 것이다”라고 말하며 함께 웃었다.


그날도 아파트 단지에서 강아지와 산책을 하던 중 우리 집의 방범상태를 점검하겠다고 집 주위를 쭉 돌아보고 있었다. ‘밖에서는 창문이 안 열리는군 ‘ ’ 안방 쪽은 괜찮은데 주방 쪽 창문에서 집 안이 훤히 보이는데…’ 그러다 우리 집 주방 쪽 화단에 여기저기 쓰레기가 떨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배달음식을 먹고 봉지째 창문 밖으로 던진 것 같다. 플라스틱 소스 통에 남아있던 간장이 쏟아져서 봉지 밖까지 튀었다. 그 옆에 있던 파리바게뜨 봉지 안에도 배달 음식을 먹고 남은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가 그대로 담겨 있었다. 옆에는 짜파게티 봉지와 너구리 봉지도 나뒹굴고 있었다. 음식을 먹고 아파트 창문으로 쓰레기를 던지는 사람은 누구일까? 코난처럼 낙하방향을 고려했을 때 범인은 우리 동 *호 라인으로 추정됐다.


그 이후로 산책할 때마다 눈에 띄는 쓰레기가 계속 거슬려서 일회용 장갑을 끼고 쓰레기를 주워 공용쓰레기통에 버렸다. 쓰레기가 안 보이니 속이 다 시원하다. 며칠이 지났을까? 같은 장소에 다시 짜파게티 봉지가 떨어져 있다. 이번에는 봉지라면을 만들어 드셨는지 봉지가 떨어지면서 아파트 외벽에 검은 얼룩까지 남겼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 자기 집 창문을 쓰레기통으로 쓰는 거지? 집 밖에 안 나가는 히끼꼬모리인가? 오만 원짜리 초밥을 시켜 먹는 걸 보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은 아닐 것 같은데…

얼마 전 쓰레기집에 사는 사람에 관한 다큐를 봤는데 집은 쓰레기집이지만 멀쩡하게(멀쩡해 보이게) 사회생활을 하는 직장인도 있던데 그런 사람 중 하나일까? 광어초밥과 연어초밥과 짜파구리를 좋아하는 그분에 대해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펴다가 문득 별생각 없이 버렸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가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했다는 112 신고를 이따금씩 보다 보니 몸을 던지는 것보단 그냥 쓰레기나 계속 던지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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