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아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인생의 정답이 아닌, 삶의 이유이다.
가족의 죽음은 한 개인이 삶을 살아갈 때, 겪게 되는 슬픔 중 가장 큰 슬픔이라고 한다.
그 중에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은 그 어떤 슬픔과도 비교할 수 없는 고통에 속한다고 들은적 있다.
누군가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을 제외한다면, 사람들은 어떤 상황이 스스로에게 가장 큰 슬픔으로 다가올까?
난, 나의 가장 큰 슬픔을 아직도 또렷이 기억한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지칠대로 지쳐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가는 상황 속, 내 머리 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살고는 싶은데,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수많은 사람들이 삶의 답을 찾아 나서는 것을 볼 수 있다.
나 또한 그랬고, 이 글을 읽는 수많은 사람들 또한 그렇게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내 삶은 내가 기억하는 가장 큰 슬픔을 기점으로 조금 바뀌었다.
그리고, "우리가 실제 살아가기 위해 찾아야 하는 것은 그저 생존, 살아가기에 적당한 이유를 찾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삶의 이유가 없는 삶은 굉장히 고되고 악몽 같았으며, 그러한 나의 삶은 이러했다.
“나는 왜 살지?”라는 질문을 하고 다음 질문에 또 “나는 왜 살지?”라는 질문을 했다. 그리고 그다음도 그다음도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질문이 수백 번 반복되는 순간 사이 사이에는 힘든 선택을 해야만 할 것 같은 다른 질문들도 던져졌다.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이렇게 질문하고 답하길 수없이 반복하던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힘든 데는 분명 이유가 존재할텐데, 그 힘든 이유가 내 삶의 이유를 가로막는 것은 아닐까?”
삶에 정답은 없을지라도, 삶을 살아감에 있어 이유는 분명히 존재할 것이라 생각했다.
누군가는 태어난김에 사는게 이유일 것이고, 누군가는 하루하루 겪는 사소함이 삶의 이유이듯.
어쩌면, 난 내 삶의 이유를 잘 살기 위한 답을 찾는다는 핑계로 계속해서 가로 막아온 것은 아닐까 생각한 순간 포기를 떠올렸다.
삶에 대한 포기가 아닌, 내 삶을 힘들게 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포기.
"괜찮지 않은 삶 속에서 나를 뺀 모든 것을 포기해보자. 그 때, 비로소 난 나의 삶의 이유를 볼 수 있을거야."
누군가는 내게 도망자, 패배자라 생각하겠지만, 그러한 말들이 나라는 사람의 존재만큼 중요할리 없었다.
철저하게 도망치며 “나는 왜 살지?”에 대한 수백 번의 질문 속에서 어쩌면 내게 가장 필요한 용기는 포기하는 용기이며 나를 살게 하는 가장 큰 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맞지 않는 환경, 맞지 않는 직업, 맞지 않는 관계 등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한 어떠한 노력보다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을 하나씩 버리다 보면 "살아도 되겠다" 싶은 삶의 이유를 마주하기도 한다.
의미있는 삶은 내가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기에 만들어짐을 알지 못했다.
때로는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삶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나와 같이 나를 힘들게 하는 모든 것들로부터 도망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 과정은 매우 불안했지만, 결국 나를 나로서 온전히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을 하나씩 지운다는 것은 내 삶을 불안하게 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마주할 준비를 하는 것과 같기에 잠깐의 시간동안 그간 겪어온 고통보다 더 큰 고통을 수반해야 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