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획자 Mar 27. 2022

귀가 두 개인 이유

자기 주도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법 - 경청의 자세

다시 등장한 자기주도적 일하기의 목차


 적게 일하고 많이 버는 일머리를 가지는 비밀, 마지막은 자기 주도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기입니다.


그런데  귀냐고요? 저는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듣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이야기해 드린 기획하기, 말하기는 워낙 중요하다고 많이 들었을 겁니다. 훈련하는 방법도, 관련한 책도 참 많습니다. 그러나 듣는 건 정말 단순한 건데,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주니어 때 듣는 습관을 제대로 들이지 않으면 안타깝게도 직급이 높아질수록 듣는 것은 더 힘들어지리라 생각합니다. 시도 때도 없이 '라떼'를 찾는 꼰대로 성장하는 지름길인 거죠.


 말하는 것도, 쓰는 것도, 결국에는 잘 들어야 할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듣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몰랐습니다. 오히려 회사에 입사한 직후에는 내가 얼마나 잘난 사람인지를 뽐내기에 바빴습니다. 부끄럽지만, 남들이 이야기할  '그다음에 내가 이런 대답을 해서  보여야지'라고 생각하기도 했으니까요.



왜 안 듣지?


 그러던 중, 회사가 글로벌 사업을 키워야 한다며 거액의 연봉을 주고 스카우트해온 글로벌 영업 담당 임원과 미팅을 하게 됐습니다. 사업계획 관련해서 질문을 할 것이 있어서 집무실에 찾아갔는데,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제 이야기는 안 듣고 본인 이야기만 하는 겁니다. 당시에는 '내가 직급이 낮아서 무시하는 건가?'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다음 날 CEO와 함께하는 임원 회의에서도 그분은 자기 이야기만 하는 겁니다. 알고 보니, 직원들 사이에서도 평판이 좋지 않았습니다. 공통적인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를 안 듣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누구도 그 임원과 일하기 싫어했고, 결국 타 부서 임원과 협의도 잘되지 않았습니다. 직원들 역시 그 임원을 따르지 않았고, 리더십 평가는 최하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그리고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불명예스럽게 그분은 회사를 떠났습니다.


 그때, 저 자신을 돌아보게 됐습니다. 지금부터 경청하는 습관을 들이지 않으면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제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회사 일은 절대 혼자서 할 수 없습니다. 결국에는 타 부서의 협업이 필수입니다. 내 이야기를 듣지 않는 사람과 협업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제가 방금 한 말, 요약해보세요


 덧붙여, 경청의 습관이 길러졌다면 이야기를 들으며 머릿속으로 정리하는 습관도 함께 길렀으면 합니다.

 
 저와 함께 일하는 회장님에게는 한 가지 습관이 있습니다.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나서는 "제가 방금 한 말 요약해보세요"라는 말을 하는 건데요. 그 자리에서 바로 이해의 정도를 확인하고,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으면 바로 피드백을 주고 두 번 일 하지 않게 하겠다는 의도입니다. 보고 안건이 중요할수록, '피드백의 요약'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렇게 좋은 의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땐 너무 당황해서 "어.... 그게.... 방금 말씀하신 건...."하고 엄청나게 버벅거렸습니다. 분명 다 이해했는데, 바로 말이 나오지 않는 걸 보니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구나 싶기도 했습니다. 이후, 어느새 저도 훈련이 돼서 이제는 "방금 강평에서는 A와 B를 강조하셨고, 해당 부분은 저도 더 챙겨보겠습니다"라며 제 이야기를 덧붙여 대답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보고를 진행하는 임원들도 들은 내용을 제대로 요약하기는 힘듭니다. 본인이 보고한다는 것에만 매몰돼서 피드백을 들을 때쯤 방전이 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보고는 본인이 준비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보고는 소통입니다. 보고하는 사람이 발표한 내용을 바탕으로 앞으로 할 일의 방향성을 정하는 소통의 자리입니다.



'알아들은 척'의 위험성


 아무리 경청해서 제대로 듣는다고 하더라도, 내용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알고 있는 내용의 깊이가 달라서일 수도 있고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아서일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면, 그 자리에서 바로 말해주세요. "죄송하지만, A라는 부분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혹은 "방금 말씀하신 건 B라고 이해했는데, 제가 맞게 이해한 걸까요?"라는 식으로 이야기해서 그 자리에서 서로가 제대로 이해하고 넘어가야 합니다.


 회사는 회의의 연속입니다. 본부 회의에서 본부장에게 피드백을 받고 나온 팀장은 본부장의 피드백 내용을 공유하겠다며 팀원을 불러서 팀 회의를 엽니다. 그러고 나서는 팀 단위로 팀장이 시킨 일을 나누기 위해 파트 회의를 열기도 합니다. 마치 예능프로그램에서 헤드폰을 끼고 옆 사람에게 단어를 전달하는 것 같습니다. 그럴 때면 항상 처음과 끝은 전혀 다른 단어가 전달되곤 하는데요. 회사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로 이해하는 바가 다 다른 데, 아는 척하고 넘어가다 보면 결론적으로는 전혀 다른 내용을 이해하고 있게 되고 같은 일을 두 번, 세 번 하는 불상사가 초래되는 겁니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것은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여러분의 일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습니다.



 

말을 하는 입은 하나이고, 귀는 두 개인 이유는 아무래도 말은 적게 하고 남의 이야기는 더 많이 들으라는 하늘의 뜻이 아닐까요?



- 회사 생활을 하면서, 경청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나만의 경청 노하우가 있나요?
이전 08화 당신이 오늘도 야근하는 이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