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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아파트 10층이 침수되는 기막힌 일이 생기다.

네엣, 득녀로 100점이 되다.

by 플래너앤라이터


# 3. 아파트 10층이 침수되는 기막힌 일이 생기다.



영하 10도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추위가 이어지는 무진장 추웠던 겨울이었다. 우리는 설명절을 맞이하여 부모님이 계시는 고향으로 내려가게 되었다. 오랜만에 부모님을 뵙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저녁 7시경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다.


" 000동 000호 주인분이시죠? 00 아파트 관리사무소인데 윗집에서 물이 새는지 지금 댁의 현관 틈으로 물이 흘러나오고 있어요. 지금 댁으로 빨리 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


청천벽력 같은 얘기를 듣고는 무작정 짐을 챙겨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걱정이 되신 부모님은 같이 동행을 하셨고 5인승 차량에 성인 4명과 4살, 2살 꼬맹이 2명까지 총 6명이 타고 정원을 초과하여 출발하게 되었다. 막내도 엄마 뱃속에 있었으니 엄밀히 따지면 7명이 타고 간 것이다.


차 안은 경험해 보지 못한 일에 대한 두려움으로 휩싸여 적막감 마저 감돌았다. 걱정과 두려움의 탄식과 한숨 그리고 거친 숨소리만 들렸다. 내 머릿속은 온통 부정적인 상상으로 채워져 있었고 운전하는 내내 신경질적이었다.

세월이 지나고 아내의 말을 들어보니 나의 곡예 운전으로 아찔했다고 한다. 가족을 태우고 난폭운전을 했다고 하니 부정적 사건에 사로잡혀 이성을 잃었던 것 같다.


멀리 우리 아파트가 보이기 시작하니 심장은 점점 빨리 뛰고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아파트에 도착해 주차를 하고 아이들은 아버지와 차에 남겨두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1층 공동 현관문을 들어설 때부터 분위가 심상치 않았다. 계단을 타고 물이 계속 흘러내려오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우리가 사는 10층에 내리자 우리 집 현관문 틈을 통해 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현관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가자 온통 물바다였다. 마치 홍수로 인해 침수된 집 같았다. 현관문 틈새와 화장실과 베란다 하수구로 물이 빠지고 있었지만 새고 있는 물양을 감당하지 못해 집안이 물에 잠겼던 것이다. 거의 10센티미터가량 잠겨 있었고 감전의 위험이 있었지만 이성을 잃은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온 집안을 휘젓고 다니며 개탄에 빠져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안타까운 가장의 모습이었다. 온갖 부정적 생각에 휘둘려 일어난 일을 직시하지 못했으며, 대책을 마련하기보다는 누군가를 탓하고 있었고, 이런 일이 왜 우리에게 일어났는지 신세 한탄만 하고 있었다.


그때 임신한 아내와 어머니는 침수된 집을 망연자실 바라보며 울고 있었다. 나는 그들을 우선 안정시키고 진정시켰어야 했는데 내가 더 흥분한 상태였다.


나의 집과 나의 정신이 물에 잠긴 채로 허우적 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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