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시리즈온 PO 박수연 님 인터뷰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갈수록 상향 평준화되는 프로덕트, 점차 높아지는 기획 역량에 대한 요구…
오늘날 서비스 기획자들이 직면한 도전입니다.
이런 도전을 극복하며 한시도 정체 없이 성장해 온 서비스 기획자의 경험과 노하우를, 네이버 시리즈온 PO 박수연 님이 공유해 드립니다.
성장하는 서비스 기획자는 무엇이 다를까?
‘기획자’라는 직무는 어떻게 변해 왔고 어떻게 변할까?
시니어 기획자는 어떻게 프로덕트를 통해 비즈니스를 성장시킬까?
헤이조이스 온라인 컨퍼런스 <기획이 전부다!>에서 그 답을 알려드려요!
그전에 먼저 인터뷰로 박수연 님을 만나 볼까요?
저는 평범한 문과생으로, 책이 좋다는 이유로 인터넷 서점 YES24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기획자로 성장하겠다는 목표가 확실했던 건 아니에요. 졸업 후 3~4년간은 어떤 일을 할지 고민하고 찾아가는 과정이었죠. 그 과정에서 첫 회사인 YES24가 가장 큰 영향을 줬고요.
당시는 회사가 성장하면서 필요한 시스템을 갖추기 시작하던 때였거든요. 그래서 제가 속해 있던 기획팀에서 많은 일을 해 봤어요. ‘기획’이 들어가는 모든 일, 예를 들면 물류센터 확장으로 인한 온·오프라인 시스템 개선, 고객센터 전화 상담 솔루션 도입, 서비스 화면 개편 같은 것들이요.
이 과정에서 사용자 행동이나 업무 프로세스를 시스템화하는 게 재미있었고, 저 스스로도 웹 기획 업무를 스스로 구체화할 수 있었어요. (이때는 이 일이 서비스 기획이 아니라 ‘웹 기획’이라고 불렸어요.) 다만 기존에 없던 산업군의 신생 기업에서 새로운 역할을 맡고 있던 터라 사수도 없고, 전문성도 더 키워야 할 것 같다는 불안함을 느꼈죠.
그래서 다음에는 이모션이라는 웹에이전시로 이직을 했죠. 여기서 기획자로서의 커리어가 구체화되었어요. 상위 기획부터 출시까지의 과정을 체계적으로 배웠거든요. 프로세스에 따라 각 단계마다 필요한 템플릿으로 기획서를 작성하고, 컨설팅 관점에서 사이트를 보는 일도 처음으로 해 봤죠. 이전에 실무에서 익히지 못했던 방법론들이 큰 도움이 됐어요.
이렇게 여러 회사에 다니며 업무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기획 스킬과 프로젝트 역량을 키우면서 긴 호흡으로 내 서비스를 만들어 가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졌어요. 그래서 자체 서비스들로 성장하고 있던 네이버로 이직하게 되었고, 다양한 서비스를 기획하고 운영해 왔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업무 범위와 역할, 도메인이 바뀌며 계속 성장해야 하는 상황에서 일을 해나가고 있어요
네이버는 엄청난 속도와 규모로 성장하고, 끊임없이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진화하는 회사예요.
초기에는 기획자들이 기능 조직 형태로 프로젝트를 순환하며 경험할 수 있었어요. 저는 콘텐츠 검색, 커뮤니티(지식iN, 카페), 버티컬(책, 매거진, 날씨), 네이버앱의 개편 기획과 운영을 담당했어요. 이후 회사가 특정 사업에 집중된 사업부 단위 조직으로 바뀌었는데 저는 이때부터 네이버웹툰에서 콘텐츠 서비스인 웹툰, 라인웹툰, 시리즈온의 순서로 서비스를 맡아 왔습니다.
네이버가 글로벌 진출을 시도한 게 얼마 안 된 것 같지만, 실은 한참 전부터 끊임없이 글로벌이라는 키워드에 도전해 온 회사예요. 지금은 라인과 네이버웹툰의 해외 진출이 성과를 내고 있는데, 지금의 성과가 있기까지 많은 시도가 있었어요. 저도 중국, 베트남, 일본 등 글로벌로의 시도에 계속 참여했었습니다.
제가 참여했던 글로벌향 서비스 중, 국내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프로덕트는 ‘웹툰 참여 번역 서비스(https://translate.webtoons.com)’ 예요. 네이버웹툰 합류 후 첫 프로젝트이자, 소규모 인원(메인 기획자[PM] 1명, 디자이너 2명, 개발자 3명)으로 6개월 안에 출시한 서비스이기도 하죠. 우리가 강조하던 두 개의 키워드, ‘글로벌’과 ‘생태계’가 이 프로젝트의 배경이었고, 해결하고 싶던 문제도 있었어요. 웹툰이 정식으로 해외에 확장되기 전이라 불법 번역본이 어둠의 루트로 유통되고 있었거든요. 이렇게 창작자들의 저작권이 침해당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이걸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인 거죠.
우선 집중한 것은 일반인이 쉽게 웹툰 번역본을 만들 수 있는 툴이었어요. 다음으로는 번역에 참여한 사람들이 교류하고 성장하며 내가 좋아하는 작품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다는 마음이 지속되게 하는 방법을 고민했어요. 기획과 기술의 고민이 서로 합이 잘 맞았던 프로젝트예요. 이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기존 웹툰에서 이미지와 텍스트를 분리해 내는 기술, 새로운 텍스트를 이미지에 입혀 퍼블리싱하는 기술, 각 나라의 언어적 특성을 살리면서 만화적 폰트를 쓰도록 외부 오픈 소스를 사용하는 기술 등이 쓰였죠.
그 결과 다양한 언어권의 번역자들이 참여하여, 몽골어, 불가리아어, 아랍어 등 정식 서비스를 하지 못하는 국가의 언어로 웹툰이 번역되어 서비스되고 있고, 인도네시아 서비스의 경우, 참여 번역에서 활발하게 번역이 이루어지면서 참여 번역본이 정식 서비스로 이어지는 성과도 있었어요.
또 제 기획 이력에서 꼭 이야기하고 싶은 서비스는 네이버 시리즈온입니다. 지금 담당하고 있는 서비스이기도 하고, 정말 나날이 힘겹게 좋아지고 있는 서비스거든요.
기획자들이 신규 서비스 출시보다 힘들어하는 게, 레거시가 큰 오래된 서비스를 개선하는 일이에요. 심지어 영상 도메인에는 이미 넷플릭스, 유튜브 같은 강자가 있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고, 매일 아침 마켓 리뷰와 주요 작품에 올라온 댓글들을 보면서 출근 내내 마음이 무거운 때도 있었어요.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우선은 기본기부터 제대로 하자는 마음을 먹었어요. 동영상 프로덕트의 기본기는 ‘어떤 기기에서도 문제없이 볼 수 있는 서비스’라고 생각해요. 이 목표로 1년 동안 PC 웹과 TV 앱 플레이어를 추가하고, 재생 안정성 확보를 위한 개선을 해나갔죠. 그 결과 얼마 전 DC의 빅 IP 영화 개봉 시에 그 영화의 단독 매출로는 저희가 IPTV의 매출을 한참 넘기는 성과도 냈어요. 그야말로 ‘사건’이었죠. 매출 성과도 기뻤지만, 무엇보다 감격스러운 것은 시리즈온이 “다른 서비스 대비 안전한 선택”이라는 한 사용자 분의 리뷰였어요. ‘아직 갈 길이 멀었지만 알아주시는 분들이 있다!’라고 생각했죠.
이 서비스가 제게 각별한 이유가 또 있어요. 시리즈온을 담당하면서 프로덕트를 만드는 일 외에 컨텐츠를 수급하고,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성장시키는 역할로 포지션이 변경되었거든요. 그래서 프로덕트의 완성도와 안정성을 챙기는 일뿐 아니라, 여러 포지션에 있는 협업자들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사람들과 의견을 연결시키는 일까지도 하고 있어요. 그동안 시니어 기획자로서 성장 포인트를 계속 고민하고 있었는데요. 사업의 방향을 잡고, 각 직군의 전문성을 잘 융합시키는 데서 이 성장 포인트를 찾고 있어서 개인적으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시리즈온에는 사용성 개선, 콘텐츠 품질 개선, 신규 BM을 붙이는 일 등 몇 년치 과제가 한참 남아 있어요. 하지만 내가 아끼는 영화가 다른 사람의 손에서도 재생되었으면 하는 마음, 한 분이라도 보고 싶어 하시는 영화가 있다면 찾아서 서비스를 하겠다는 마음으로, 또 느리지만 저희 서비스가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봐 주시는 사용자 여러분의 반응을 보며 기운내서 서비스와 담당자들이 한 편의 성장 드라마를 찍고 있습니다. 많은 애정과 관심을 가져주세요. (웃음)
실체를 만들어 ‘내는’ 일
단어 그대로 기획을 정의하면 ‘계획’, 즉 앞으로 할 일의 절차나 방법을 헤아려서 정하는 걸로 볼 수도 있어요. 하지만 기획자가 하는 모든 일에는 결국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한다는 목적이 있죠. 그래서 실체를 만들어 ‘내는’ 것이야말로 기획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획의 업무 범주와 역할은 이 산업이 진화하면서, 기획자가 속한 조직의 변화와 더불어 계속 바뀌어 왔는데요. 그 변화 속에서도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곧 도전에 응하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해요.
제가 생각하기에, 최근 몇 년간의 도전 중 첫 번째는 프로덕트 퀄리티가 상향 평준화되어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전에는 지금의 1등 제품보다 2% 더 엣지 있는 제품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됐거든요. 그런데 기술과 아이디어가 계속 발전하고 모바일 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프로덕트 수준이 대부분 높아졌어요. 2%의 차이를 만드는 것도 예전보다 훨씬 어려워졌죠. 이제 기획자들은 프로덕트의 사용성과 안정성을 확보해야 함은 물론, 2%의 엣지를 위해 매일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기획자의 업무 역량 관점에서 본 도전이에요. 서비스의 성공을 위해 기획자가 알아야 하는 업무 범위가 점점 넓고 고도화되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기획의 전문성 외에도, 데이터, 마케팅, 제휴, 기술 등 서비스 전체의 이해를 가지고 있어야 해요. 과거 서비스 기획자는 상황에 따라 업무가 세분화되고, 이에 대한 전문성만 갖추면 됐어요. 사용자 시나리오에 따라 화면과 기능을 설계하고 이를 개발자나 디자이너가 구현할 수 있도록 협업하는 것이 주 업무였고요.
그러나 지금은 단순히 기능만으로 구성되는 서비스들은 별로 없기 때문에, 서비스가 속한 생태계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그 한계를 서비스적으로 잘 푸는 방법들도 고민해야 해요. 서비스를 사업으로서 성공시키기 위해 앞단의 콘텐츠를 정제하고, 뒷단의 그로스(growth) 운영으로 성장 사이클을 만드는 일련의 과정을 아우를 수 있는 기획자들이 필요한 시대라고 생각해요.
말하다 보니 서비스 기획자에게 요구되는 역량이 끝이 없네요.
더 넓은 시야와 다양한 각도에서의 해석이 필요하기에, 저는 인터넷에서든, 주변에서든 요즘 사람들의 생각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수집하려고 노력하고, 다른 기획자들, 또는 다른 직군의 담당자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생각의 실마리를 찾아요. 지인들을 통해 다른 조직에서는 이 일을 어떻게 하는지도 계속 이야기를 듣고요.
그리고 감을 잃지 않기 위해 새로 나온 서비스는 다 써 봅니다!
변화를 즐기세요 : )
앞 질문과 연결되는 내용인데, 저도 주니어 시절에는 시장 조사나 벤치마킹을 통해 현황을 파악하고, 기능 단위로 프로덕트를 진행하는 역할을 주로 맡았어요. 그러다가 구현하는 프로덕트의 크기를 메뉴, 서비스 단위로 점차 키웠고, 이제는 서비스를 만드는 일뿐 아니라, 서비스를 통한 사업의 존립과 성장까지 담당하고 있죠.
이렇게 업무가 변화하는 동안 그 변화가 늘 유쾌하지만은 않았어요. 변화가 불안으로 느껴지기도 했고요. 그렇지만 변화에 최선을 다하고, 영역의 확장이자 성장으로 받아들이면서 스스로 정체된 직장인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만약 서비스 기획자를 꿈꾸고 있다면, 지금 내가 하는 일의 규모나 내가 가진 권한과 별개로 ‘내 서비스로 그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라는 목표를 가져 보세요. 그런 목표를 갖고 단계마다 최선을 다해 일을 수행하되, 스스로 변화나 성장이 없다고 느낀다면 그 상황을 타개해 나가야 해요.
서비스는 실체가 있어야 해요.
주니어 기획자들이 겪는 막막함 중 하나가 이론적 방법론, 컨셉, 방향성에 실제 내용을 대입하지 못한다는 거예요. 서비스 기획자의 진짜 역량은 그 서비스의 실제를 잘 만들어 내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방법론 자체보다는 그것에 구체적인 내용을 잘 대입하는 게 중요해요. 공부로 따지면 수학 공식이나 영문법 용어를 외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풀어야 하는 문제의 숫자와 문장을 거기에 대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기획 단계에서 큰 흐름으로 스토리 라인을 잡았다면, 실제에 가까운 구체적인 내용을 그 틀에 넣고 시뮬레이션해 보세요. 좋은 말, 예쁜 그림으로만 이루어진 기획은 딱 거기서 끝나기 쉬워요. 진짜 좋은 서비스를 만들려면, 구체적인 내용으로 디테일이 잘 잡힌 실체가 나와야 해요
“서비스 기획 일을 계속해도 성장하고 변화할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을 가지신 분들께, 그럴 수 있다는 대답과 안도감을 드리고 싶어요.
저는 꽤 오래 이 일을 해 왔지만, 같은 일을 계속 같은 방식으로 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제가 경험한 다양한 서비스 도메인의 특성, ‘기획자’ 직무의 변화, 조직의 형태에 따른 기획 업무의 범위 등을 알려드리려고 해요.
특히나 주니어 단계의 서비스 기획자라면 계속 변화하는 비즈니스, 또는 산업군에서 뭔가를 기획한다는 게 막막하실 거예요. 제가 성장하는 회사에서 자력갱생해 왔던 시기의 경험치를 그분들께 나눠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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