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배추가 많아서 '양배추 요리'를 검색했더니, 유행이라도 있는 것처럼 몇 가지 요리로 수렴되었다. 그중 식사가 되면서, 호불호 없고, 만들기도 만만한 '양배추참치덮밥'을 해보았다. (<나 혼자 산다>에서 규현이 만들었다고.)
1. 양배추를 채 썰고 씻는다.
(나는 양파 추가. 당근, 부추도 좋겠다.)
2. 팬에 기름 두르고, 양배추(+채소)를 볶는다.
(버릇이 되어 파기름 냄. ㅋ)
3. 참치 넣고 같이 볶다가, 간장과 매실액으로 간한다.
(원래 양념은 굴소스+참치액인데, 없으니까.)
4. 밥 위에 얹고, 계란후라이 살포시, 참깨 솔솔.
(1인분 할 때는, 원팬 요리처럼 양배추볶음 한가운데 계란후라이.)
식구들 모두 잘 먹었고 분명히 맛있는데, 왠지 물음표가 뜬다. 묘한 부조화의 맛이랄까? 양배추의 건강한 달큰한 맛, 그리고 통조림 참치의 거부할 수 없는 감칠맛. 이를 위해 양배추를 사진 않겠고, 양배추가 많으면 만들 수도 있겠다.
나는 둘째를 보며 종종 물음표를 띄운다.
말을 곧잘 틀리는데, 오류라 하기엔 묘하게 설득력이 있다. 이를테면, 어웅(우엉), 에채기(에취+재채기), 깜짝할 사이에 놀랄 걸(눈 깜짝할 사이+깜짝 놀랄 걸), 내가 보더니(내가 봤더니/내가 보니), 살아 없을 것 같기도 하고('살아 있을 것 같기도 하고'의 반대말), 여러 가지 모로(여러 모로/여러 가지로), 손녀 손년(손녀 손자), 느려터진 고구마(물러터진 고구마), 엄마 곯아빠졌네(엄마 곯아떨어졌네), 인간 사(한자 '사람 인').
그리고 아이가 내 사전에 없는 행동을 할 때, 내 머릿속에선 정적이 흐른다. 틀린 말을 해석할 때보다 더 어렵다.
어느 날은 놀이터에 먼저 내보냈다 가보았더니, 아이의 짐에 내가 주지 않은 간식의 흔적(빵 봉다리, 과자 껍데기...)이 있었다. 음? 눈을 씻고 찾아봐도 먹을 건 없어서,
나: (웬 쓰레기?) 이게 뭐야?
2호/10세: 으응, 저기 있던 건데 집에 가서 버리려고.
나: @.@..?
해석하느라 칭찬의 타이밍을 놓쳤다.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존경한다. 그 길로 가렴, 쭉.
* 연재를 마칩니다. '빼기'의 글을 연습하는 시간이었고, 삶의 한 시절을 풀어내고 정리한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브런치에 이런 글을 써도 되나 싶었는데, 예상 외로 많이 읽어주시고 댓글로 함께 해주셔서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