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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릴 만한 날들

가늘고 길게 가기로

by 모도 헤도헨

입춘도 지났고 3월이 되었으니, 겨울을 떠나보내기로 한다. 돌아보면 이번 겨울은 긴장되기도 하고 설레는 구석이 있었다. 난생처음으로 겨울에도 달리기를 하기로 하고, '과연 할 수 있을까, 될까' 나도 알 수 없었다.


혹독하게 추운 날씨에 달린다는 게 어떤 것인지 상상이 되지 않았고, 아이들도 방학인 마당에 집 밖으로 나가는 것부터 일일 것 같았다. 어쨌든 겨우 내 몸과 일상이 달리기에 길들여졌는데, 추운 계절이라고 3개월이나 쉬면 안 될 일이었다.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극기훈련 같은 걸 할 생각은 아니었다. 매일 얼마큼 달리기라든지 그런 걸 정한다면, 아마도 해낼 수 있었을 것도 같다. 하지만 나를 몰아쳐 무언가 성취하는 것의 후과를 나는 너무나 잘 알고, 내가 달리기에게 원하는 것은 평생의 운동이자 취미이기 때문에 절대 그럴 수는 없었다. 나는 가늘고 길게 가기로 진작에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인지 그다지 어렵지 않은 달리기의 겨울이었다. 달릴 만한 날들에 달릴 만한 정도로만 달렸기 때문이겠지?


아프거나 폭설로 땅이 눈 혹은 얼음으로 뒤덮인 경우가 아니면, 일주일에 서너 번은 달렸다. 요가원이나 성당에 달려간 것을 달리기로 치느냐 마느냐, 고민했었으나 치기로 한다. 자잘하게 달려두었던 그 달리기들 덕분에, 일주일에 한 번 제대로 달리는 날에도 어렵지 않게 달렸다.


그러니까 나의 겨울은 '달리기'와 '달리는 몸'을 잔잔하게 이어간 날들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비장미는 다소 빠지지만, 기특하고 뿌듯하다고 정리한다.





*<달리기의 겨울> 연재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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