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함을 찾아야 하는 이유(소설)
매연을 마시며 콜록콜록 기침을 내뱉고, 길에서 사람들이 무심코 버리고 가는 담배꽁초와 쓰레기들로 매번 뿌리가 찢기는 듯한 고통을 느끼는 나무는 오늘 결국 무거운 한숨을 토해냈다. 오랜 시간 함께 했던 정겨운 나뭇잎들도 더 이상 붙잡아줄 수가 없다. 나무는 이미 몸과 마음을 너무 다쳤다.
나뭇잎들은 바닥에 바로 떨어지지 않고 바람을 맞으며 여행을 떠난다. 나무와 헤어지는 것이 슬프면서도, 새로운 세상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을 설레게 만들었다. 오른쪽으로 솔솔 왼쪽으로 솔솔. 살랑살랑 바람을 느끼던 그들은 갑자기 매서운 강풍을 맞닥뜨린다. 모두가 흩어져버렸다. 혼자가 된 한 꼬마 나뭇잎은 친구들을 찾기 위해 바람에게 부탁했다.
"시원한 바람 아저씨.. 제 친구들이 아저씨 때문에 전부 흩어져버렸어요.. 제 친구들을 다시 찾을 수 있게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바람은 자신 때문에 그 꼬마 나뭇잎이 친구들을 잃어버렸다는 말에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곤 대답했다.
"그랬구나 꼬마야. 아저씨가 조심히 다녀야 했는데 미안하게 됐구나. 내가 꼭 친구들을 찾아주마."
나뭇잎이 기쁨에 가득 찬 얼굴로 말했다.
"고마워요! 바람 아저씨!!"
꼬마 나뭇잎은 바람 아저씨의 힘을 빌려 친구들을 찾으러 나섰다. 왜인지 친구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한참을 떠돌았을까, 인도를 날아다니던 꼬마 나뭇잎은 한 나뭇잎의 모습을 발견했다. 하지만 그 나뭇잎은 하수도 속에서 이미 익사한 상태였다. 살기 위해 발버둥 친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바람 아저씨.. 제 친구가 저 하수도에 빠져서 죽었어요.. 저렇게 고통스럽게.."
꼬마 나뭇잎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나무가 기침을 몇 번 내뱉을 때마다 떨어지는 나뭇잎들이 어디로 날아가는지 몰랐기 때문에 꼬마 나뭇잎에겐 너무 이른 충격이었다.
바람 아저씨가 꼬마 나뭇잎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꼬마야.. 너무 상심하지 마렴. 분명 다른 친구들은 건강한 모습으로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꼬마 나뭇잎의 기분은 금방 풀릴 것 같지 않았다. 친구의 죽음을 너무 빨리, 그리고 너무 잔인하게 마주친 것 때문이었다.
바람은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어 서둘러 달려보았지만 꼬마 나뭇잎의 친구들은 이미 모두 바스러진 상태로 발견되었다. 사람들의 발에 잔인하게 밟혀 몸이 찢기고 쓰레받기에 쓸려 냄새나는 쓰레기들과 함께 버려지고 벌레가 득실득실한 하수구에 빠져 죽고.. 꼬마 나뭇잎의 친구들이 모두 죽은 것을 보고 그는 매우 침울해졌다. 슬픈 목소리로 꼬마 나뭇잎이 말했다.
"바람 아저씨.. 나 목말라.."
바람 아저씨가 놀란 눈으로 나뭇잎을 쳐다보니 어느새 뻣뻣하게 수분을 잃고 곧 바스러질 것 같은 늙은 낙엽이 꼬마 나뭇잎이 있던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
"바람 아저씨.. 나 마지막으로 가고 싶은 곳이 있어. 내가 태어난 곳. 나를 돌봐준 나무의 곁으로 돌아가고 싶어."
바람 아저씨는 전력질주로 나무에게로 달려갔다. 조금이라도 늦었다간 늙은 낙엽이 금방이라도 바스러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차갑고 날쌘 공기가 늙은 낙엽의 온몸을 들쑤시고 있었음에도 늙은 낙엽은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길고 긴 인내의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늙은 낙엽은 나무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나무의 모습은 너무 초라했다. 하나의 나뭇잎도 붙잡지 못한 채 외롭게 남아있었다. 늙은 낙엽이 말을 걸었다.
"나무야.. 왜 이렇게 외롭게 서있어.."
늙은 낙엽은 나무 품에 안겨 몸을 기댔다. 조금씩 바스러지던 몸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여 형태를 잃어갔다. 늙은 낙엽이 겨우 말을 붙였다.
"나무야.. 나 떠나면 혼자 괜찮겠어..?"
나무가 말했다.
"내년이 되면 또 나뭇잎들이 풍성히 나타나 나에게 말을 걸어줄 거야.. 너를 잊지는 못하겠지만, 너를 그리워할 수 있어서 다행일지도 몰라. 내 걱정은 하지 말고 이제 편히 쉬어."
늙은 낙엽은 속으로 생각했다.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참 슬픈 일이라고. 늙은 낙엽은 힘겹게 마지막 한 마디를 바람에게 건넸다.
"바람 아저씨.. 고마웠.. 어..."
늘 하던 존댓말마저 붙이지 못하고 늙은 낙엽은 숨을 거뒀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아낌없이 달리는 바람이 함께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리고 부드러운 나뭇잎이 살아가기엔 너무 거칠고 가혹한 삶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