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기 전에 조직 내 풋살 모임에 나가던 적이 있었다. 경기 남부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주축이 되어 결성한 모임이었는데, 나는 신규 첫 임용으로 경기남부 지역의 모 보호관찰소에 발령받아 일하면서 그 풋살 모임에 가입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본가인 서울로 발령이 난 이후에도 월 1~2번은 토요일 아침 5시에 일어나서 풋살 하러 내려가곤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뭐 하러 그렇게 휴일 아침잠을 버려가면서 갔었나 싶은데
어느 날 그 모임에 처음 보는 직원 W가 나타났다. W는 나보다 5살 이상 어린 직원이었는데, 옛날에는 풋살 모임에 자주 나오다가 언제부턴가 개인적인 이유로 나오지 못하다가 오랜만에 왔다고 한다. 모두가 W를 환영하는 것을 보니 W는 붙임성이 좋고 두루두루 사랑받는 성격인 것 같았다. 풋살을 마치고 나는 W를 포함한 몇 명과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서 통성명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길 나눴다. 연락처도 교환했다. 시간이 흘러 나는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W는 내게 축의금과 함께 축하 메시지를 보내왔다. 딱 한 번 밥 같이 먹은 사이인데 말이다!! 심지어 나는 W에게 개인적으로 청첩장을 주지도 않았다.
W처럼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그들과 반대 방향에 속하는 편이라서 그들이 왜 스쳐가는 사람들에게도 그토록 호의를 가질 수 있는지 모르겠다. 나의 경우엔 챙겨주고 싶은 사람과 아닌 사람이 명확하게 구분돼 있는 편이다. 단순히 식사를 같이 해봤다거나, 같은 부서에서 일을 했다거나, 어딘가에 함께 소속되어 있다거나 하는 정도로는 나의 소중한 사람들 카테고리에 들어오지 못한다. 충분하고 지속적인 감정의 교류가 필요하다.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나는 함께 술을 마신다고 친해지는 것이 아니라 친해지면 함께 술을 마신다.
반면 W와 같은 사람들은 그 카테고리에 사람들을 추가하는 데 거리낌이 없는 듯하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외향적인 성향으로 보이고, (외향적인 성향이라고 하지 않고 외향적인 성향으로 보인다고 말한 이유는, 이들이 실상은 밖에서 에너지를 몽땅 써버리고 집에서 충전하는 사람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항상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고 이들에게 호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면 어떤 삶이 더 나을까?
인생의 모든 것이 그러하듯 여기에도 정답은 없다. 타인은 지옥이라고 했던가. '내 사람 카테고리'에 누군가를 쉽게 들이지 않으면 그 지옥에서는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타인은 우리에게 필수적인 존재지만 우리에게 늘 좋은 것만 주지는 않는다. https://brunch.co.kr/@plausiblewaw/2 참조. 타인이 적음으로 인해 내면은 덜 요동치고 평안을 얻는다.
하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자신의 세계 속으로 들일 수는 없기 때문에 넓고 다양한 우주들을 경험할 기회가 부족할 수 있다.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들 중 가장 큰 두 가지가 먹는 거랑 교제하는 재미 아닐까. W와 같은 사람들은 '교제하는 재미'를 충만하게 누리면서 살아가는 듯하다.
중요한 사실은 두 가지를 다 얻기는 어렵고, W 같은 사람이 나처럼 될 수 없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하지만 다 가질 수 없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면서도 포기하지 못하는 게 사람 심보 아니겠는가. 나도 그렇다. 기본적으로는 혼자 있을 때 충전이 되지만 소통과 교류가 주는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하면 시들어갈 것이다. 나는 욕심쟁이다. 두 가지를 다 가지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