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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이치료사 윤쌤 Sep 11. 2024

임종 면회 후 3일 : 엄마 이제 편히 쉬어도 괜찮아!

   2024년 1월 11일 목요일 아침


   며칠째 날이 밝아 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들면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는 아침이었어요. 밤사이 아무 연락이 없는 것을 확인했죠. 병원에 가도 엄마를 볼 수 없으니 오늘은 집에 있기로 했어요. 


   맨 처음 의사가 "오늘"을 넘기기 어렵다고 했던 날에서 만 이틀이 지나가고 있었어요. 인터넷에 가끔 임종 면회까지 했다가도 건강하게 생활하고 계신 이야기들을 보며, 마냥 부럽기만 했어요. 우리에게도 이런 기적이 찾아오면 좋겠다면서도 그럴 수 없는 현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팠어요. 


   부정하고 싶었지만, 엄마의 산소포화도와 맥박은 점점 떨어지고 있었어요. 숨을 쉴 때마다 가래 끓는 소리가 나기도 했고요. 아주 천천히 진행되고 있을 뿐이었죠. 의식이 있었다면 굉장히 고통스러우셨을 거라 하더군요. 산소포화도가 떨어져 아무리 숨을 쉬어도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니까요.


   임종 면회가 끝나고부터 엄마는 식사를 하지 않으셨기 때문에 아빠는 간단한 김밥과 샌드위치 등으로 식사를 거의 때우고 계셨어요. 임종 면회 다음 날이었던 어제는 병동에서 아빠에게 간단히 식사를 하고 오시라고 하더니, 오늘은 되도록이면 자리를 비우지 말라고 하더군요.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고 있음은 분명해 보였어요. 

   그러다 문득... 엄마는 이 상황을 모르고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엄마는 치료 의지와 삶에 대한 의지가 강했기 때문에 가족들 중 누구도 엄마에게 여명이나 상태에 대해 정확하게 말할 수 없었거든요. 


   언젠가 유퀴즈에 나온 의사 선생님들이 환자 본인에게 가장 정확한 상태를 알려주어야 한다고, 그래서 본인이 삶에 대해 정리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던 이야기가 생각이 났어요. 그 의사 선생님도 아버님께 그것을 설명드리지 못했고, 그래서 아마 본인은 좋아지는 줄 알고 계셨을 텐데 결국 돌아가셨다고 하면서요. 


   그래서 아빠에게 엄마와 영상통화를 하고 싶다고 했어요. 의식은 없어도 귀는 열려 있으니 마음껏 이야기하고, 음악도 들려드리라고 병원에서도 그랬거든요. 



   "엄마...

    그동안 치료받느라 너무 고생 많았지...

    치료받느라 부작용 때문에 힘들어할 때

    좋아지고 있으니까 

    그 정도는 견디라고

    매몰차게 말해서 정말 미안해...

    엄마가 치료를 견디면, 

    다시 건강하게 오래오래 

    함께 할 수 있을 줄 알았어.

    엄마 이제 아프지 않고 

    편히 쉬어도 괜찮아...

    사랑해! 우리 꼭 다시 만나자!" 



   눈물이 범벅이 된 채로 엄마와 영상통화를 마쳤어요. 엄마의 삶에 대한 의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엄마에게 이제 정말 아프지 않고 편히 쉬어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해드리고 싶었어요. 그래야 엄마가 훨훨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렇지만 다시는 엄마의 얼굴을 볼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하염없이 눈물이 났어요. 


   가족들 모두 이 시간이 다시 오지 않을 엄마와 함께 하는 마지막일 거라는 생각을 해서였을까요. 아빠는 그날 하루 종일 엄마 손을 꼭 잡고 맨 처음 만나서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낳고, 이만큼 키워내며 살아온 시간들의 기나긴 여정을 엄마에게 이야기했다고 해요. 


   엄마가 정말 즐거워하고 행복해하던 교회에서의 시간들과 가족들과 함께 했던 여행들, 그리고 아빠와 함께 한 많은 순간들을 엄마와 추억하셨다고 하더군요. 나름 열심히 사랑하고 애쓰며 살았는데 당신 마음에 안 찼다면,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요. 


   그렇게 오후가 지나고 저녁이 되면서 엄마의 맥박이 더 낮게 낮게 떨어지고 있었어요.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는 이야기를 오가는 간호사 선생님들과 동네병원 원장님이 해주셨죠. 이제부터는 정말 잠시도 자리를 비우지 마시라는 당부를 들은 지 얼마뒤... 



   그날 밤,  

   2024년 1월 11일 목요일 저녁 8시 31분, 엄마는 하늘로 떠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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