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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이치료사 윤쌤 Sep 09. 2024

임종면회 후 장례준비 : 엄마가 아직 있는데...

   2024년 1월 9일 화요일 저녁


   가족들이 모두 임종 면회를 마쳤고, 병원에서는 이제부터는 엄마의 의식이 흐릿할 수 있다고 아빠에게 이야기했어요. 아빠는 꼭 아프지 않게 해달라고 했고, 담당 주치의와 간호사 선생님들도 그것은 꼭 지켜드릴 수 있다고 했죠. 


   임종 면회는 끝났지만, 엄마가 오늘을 넘기기 어렵다고 했기 때문에 가족들 모두 병원에 있었어요. 마지막 임종 면회를 한 제가 나오니 엄마의 막내 남동생 외삼촌이 남동생과 저를 부르셨어요. 오늘 하루 고생 많았다며 가족들이 카페에 둘러앉았죠. 


   "이제 엄마 돌아가시면, 

     너랑 동생이 상주야."


   사실 이때까지 마냥 슬프기만 했지, 그런 현실적인 것들을 생각해 보지 못했어요. 항암 치료 중단 한지 일주일만에 장례를 준비하게 될 줄은 몰랐으니까요.


   외삼촌의 한마디에 정신이 번쩍 든 것 같았어요. 


   그렇구나. 내가 상주구나... 


   외삼촌은 엄마가 돌아가시면 장례식을 어디서 할 건지 화장은 어떻게 하고 싶은지 생각해둔 추모공원이 있는지 등등... 가족들이 꼭 알고 준비해야 할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었어요. 


   엄마의 형제들과 아빠의 형제들이 있으니 너무 큰 걱정은 말라는 이야기와 함께요. 그렇게 밤늦게까지 병원에서 기다렸지만, 별다른 소식이 없었고 내일을 기약하며 집으로 돌아갔어요. 



   2024년 1월 10일 수요일 아침, 


   해가 밝아온 기분이 들어 정말 벌떡 일어났어요. 휴대폰으로 밤사이 소식이 있었는지 확인했지만, 아무 소식은 없었죠. 일주일 이상 집을 비우게 될 수 있으니 집을 정리했고, 큰 캐리어를 꺼내 짐을 챙겨두었어요. 


   남편과 남동생은 수요일 아침, 출근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다가 출근했어요. 임종 면회는 했지만, 임종은 아니었고, 회사의 장례 휴가일도 정해져 있었으니까요. 정신없는 와중에 이런 것들을 정해야 한다는 것이 참 뭐라 말할 수 없는 복잡한 마음이 들더군요. 


   오전에는 가족들과 의논해서 영정사진을 골라두었고, 엄마가 돌아가시면 어디서 장례를 치를지에 대해서도 미리 다 정해두었어요. 그리고 오후가 되어 가족들이 다시 서울 A 병원으로 모이기로 했어요. 


   사실 이때 딸아이의 감기가 계속되던 중이었고 자주 가던 소아과에서는 지난주에 폐 소리가 안 좋다고 큰 병원에 가보기를 권했어요. 하지만 엄마의 입원과 임종 면회로 가보지 못했고 먹던 약이 떨어져 오후에 다시 병원에 갔어요. 



   "어머니, 왜 큰 병원에 안 가시는 거예요."



   입이 안 떨어졌지만, 변명이라도 설명을 해야 했기에 어렵게 이야기를 꺼냈어요.



   "지금 친정엄마가 임종기에 계세요.

    어제 임종 면회를 했고요.

    그래서 제가 경황이 없습니다.

    안 가려는 게 아니고요." 



   소아과 원장님은 표정이 어두워졌지만 이내 다시 말을 이어갔어요.



   "안타깝지만, 

    지금 아이의 상태도 좋지 않아요." 



   짧은 기간의 약을 받아들고 다시 서울 A 병원으로 향했어요. 지나고 보니... 딸아이에게도 정말 미안하고 고맙네요. 


   해가 지고 저녁이 늦도록 병원에서 기다렸지만, 소식이 없었어요. 가족들은 서로 전화가 오고 갈 때마다 놀라며, 한편으로는 임종을 기다린다는 것이 맞는 건가 하는 이상한 기분도 들었죠. 


   그러면 혹시 엄마 얼굴을 다시 볼 수 있을까 해서 병원에 물어보니, 임종 면회를 했으니 이제 임종을 해야 만날 수 있다고 하더군요. 야속했지만 그게 규정이라니... 


   그러다 문득 엄마가 가족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시간을 주는가보다 생각했어요. 항암 치료를 중단한지 이제 일주일 남짓 지났을 뿐이니까요. 우리도 엄마도 헤어지기가 너무 아쉬워서 그러는가보다. 그렇게 다시 내일을 기약하며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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