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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이치료사 윤쌤 Sep 18. 2024

하늘의 별이 된 엄마 : 장례 1일차

   2024년 1월 11일 저녁 8시 31분


   엄마는 하늘로 떠나셨어요. 엄마의 손을 꼭 잡고 기도하던 아빠는 엄마의 바이털 모니터가 모두 수평선을 그리게 되는 알림음을 잊을 수 없다고 했어요.


   엄마의 심장이 멈춘 것을 바로 파악한 의료진이 달려왔지만, 아빠가 기도하는 것을 보고 잠시 기다려주셨다고 해요. 당직 의사 선생님이 몇분 뒤 엄마의 상태를 확인하고, 사망선고를 했고, 이제 엄마는 고인이 되셨어요. 


   엄마는 병원 장례식장 직원이 와서 모시고 갔고, 아빠는 병실의 짐을 정리했어요. 마지막 병동을 나설 때는 병동 간호사님들이 모두 나와 도열하며 배웅해 주셨다고 합니다. 그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다며, 장례 잘 치르시라고 응원해 주셨고, 아빠는 울컥한 마음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며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고 해요. 


   저와 남동생은 정말 빠른 시간 안에 서울 A 병원으로 도착했어요. 아빠의 연락을 받고 30분 정도 지난 시점이었죠. 혹시나 들어가서 엄마의 마지막 얼굴을 볼 수 없을까 아빠의 짐을 같이 챙겨드릴 수 있을까 했지만, 모두 규정상 안된다고 하더군요. 


   다행히 아빠가 내려오셨을 때 로비에는 저와 남동생이 도착해있었고, 바로 퇴원과 장례를 위해 준비해야 했어요. 가족들은 부모님의 집 근처에서 장례를 치르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엄마를 모시고 이동해야 했거든요. 


   아빠와 남동생, 남편은 서류(모든 서류는 꼭 넉넉하게)를 떼고 퇴원 수속을 밟는 동안 엄마가 누워 있는 침대 옆에 올케와 저, 딸아이가 나란히 앉아 있었어요. 


   엄마의 위로 하얀 천이 덮여 있었고, 엄마의 몸은 아직 따뜻했어요. 시간이 지나고 이 때 흰 천을 걷어 엄마 얼굴을 보지 않은 것과 따뜻했던 엄마 손을 잡아보지 않은 것을 많이 후회했어요. 정말 마지막 기회였는데 말이죠. 그치만 그 때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더군요. 


   얼마 뒤 엄마를 모시고 가족들과 함께 집 근처 장례식장으로 출발했어요. 10시가 넘어서 도착했고, 장례식장에는 연락을 받고 아빠와 엄마의 형제분들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이 순간부터 남동생과 저는 상주가 되었고, 장례를 위한 끝없는 선택이 시작되었어요. 상조회사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았거든요. 


   가장 먼저 장례 일정... 보통은 3일장을 하는데, 엄마가 돌아가신 것은 목요일 저녁, 오늘부터 1일을 하면 토요일 아침 발인을 하게 되고, 금요일부터 1일을 하면 일요일 아침 발인을 하게 된다는 설명이었어요. 


   가족들과 여유 있게 내일 아침부터 빈소를 차리고 손님을 받고, 일요일 아침 발인을 하자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어요. 화장장도 예약을 해야 한다는 걸 처음 알았네요.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을... 몰랐던 것이 너무 많았어요. 다행히 새로 생긴 깨끗하고 넓은 화장장이 좋은 시간대에 예약이 가능하다고 했어요. 


   빈소의 꽃은 어떻게 할지, 상복은 어떻게 할지, 음식은 어떻게 할지, 반찬과 떡의 종류, 이모님의 근무 시간과 요청 인원, 수의와 유골함 등등등...


   얼마나 많은 것들을 고르고 선택해야 했는지 기억도 안 나요. a4 용지 깨알 같은 글씨로 적혀있는 빽빽한 표를 두어 장 체크했던 것 같아요. 


   모든 결정을 마치고 내일 아침 9시까지 빈소에서 만나기로 하고 가족들도 모두 집으로 돌아갔어요. 동생네와 우리 가족, 아빠와 함께 엄마 없는 엄마 집에 도착했죠. 그때까지는 마냥 정신이 없었는데...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니 코 끝으로 한껏 느껴지던 엄마 냄새와 여기저기 놓여있는 엄마의 물건들, 엄마가 누웠던 소파 자리, 엄마가 덮었던 담요들이 눈에 보이며 가족들이 이리저리 눈물을 훔쳤어요. 애써 담담한 척하며 "엄마가 살던 집인데 엄마 물건이 많은 게 당연하지!" 이야기 했죠. 


   금방이라도 엄마가 걸어나올 것 같은 기분에 그랬던 것 같아요. 갑자기 명랑한 목소리로 가족들은 이대로 잠들기는 아쉽다며, 커피를 내려 둘러앉았어요. 


   아빠는 그래도 엄마의 마지막을 함께 해서 좋았다며 미소를 지으셨고, 누구도 함께해 줄 수 없던 엄마의 임종 순간... 아빠도 많이 무섭고 외로우셨을 텐데... 혼자 자리를 지켜야 하는 그 상황이 야속하고 죄송했어요. 


   아빠는 그래도 엄마가 임종 면회 끝나고, 한 번도 얼굴을 찡그리거나 아파하지 않았다고... 엄마 꼭 아프지 않게 해달라는 가족의 부탁을 의료진분들이 잘 지켜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했죠. 마지막 입원 내내 엄마의 마지막 얼굴은 정말 자는 듯이 꿈꾸는 듯이 편안했거든요. 엄마는 그렇게 하늘의 별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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