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로 엄마의 장례를 치른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어요. 슬픔으로 정신도 없지만, 상주로 해야 할일도 많았거든요. 그래서 제가 엄마의 장례를 치르며 알게 된 것들을 정리해보려고 해요.
* 상주
저는 마흔을 넘긴 나이에 엄마의 장례를 치렀어요. 제가 맏이 임에도 불구하고, 상주는 아들이 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엄마의 빈소를 바라보는 조문객의 시선을 기준으로 왼쪽에는 아빠가 서시고, 오른쪽에는 남동생 내외가 먼저 서고, 그 옆으로 저와 남편, 딸아이가 섰어요.
딸이 상주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는 아들이 우선이더라고요. 그래서 마지막 발인 날 엄마를 모신 운구차(캐딜락)에도 아빠와 남동생 내외만 탈 수 있었어요. 세상 서럽... ㅠㅠ
장례를 치르고 남편에게 아들을 낳아야겠다고 하니 정말 황당해하더군요. 장례 치를려고 아들 낳는 사람이 어딨냐면서요. 이러이러한 게 서러웠다 하니... 이제 앞으로 장례문화도 많이 바뀔거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했어요. 생각해보니 그럴 것도 같아요. 앞으로는 정말 가족 수도 적어지고, 1인 가족도 자녀가 없는 가족들도 많을테니까요.
* 상조 서비스
엄마 장례에 상조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았어요. 이건 정말 선택의 문제인 것 같아요. 엄마 장례를 치른 장례식장에서 맨 처음 상조서비스를 쓰는 지를 물어보았죠. 엄마 아빠의 형제들과 가족분들이 많았기 때문에 쓰지 않기로 정했던 것 같아요.
상조서비스를 쓰지 않았더니 장례식장에서 더 촘촘히 챙겨주시기도 했어요. 남편 회사에서 상조 물품을 지원받았기 때문에 일회용품은 전혀 사지 않았고, 음식과 음료, 다른 물품들만 구매했어요.
함께 장례를 치뤄줄 일손이 많다면 굳이 안 써도 될 것 같고요. 일손이 많지 않아 걱정 된다면 써도 될 것 같아요.
* 조문객
저는 20년전에 친할아버지 장례를 치뤘던 게 마지막이었는데요. 그 때는 3일 내내 빈소에서 지냈던 것 같아요. 중간 중간 씻으러 가거나 속옷 갈아입으러 집에 다녀왔던 것 외에는 거의 빈소를 비우지 않았고, 밤이 늦도록 새벽까지 술 마시고 화투 치는 조문객들이 있었어요.그 때는 그렇게 해주는 게 고마운 일이라고 했거든요.
코로나 이후로 장례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고 듣기는 했지만, 직접 해보니 정말 다르더라고요.
가장 먼저 빈소에 조문객이 오는 시간이 아침 10시부터 밤 11시 정도까지였어요. 토요일은 저녁 8시 정도에 정리한 것 같아요. 엄마 집이 아주 가까워서 가족들과 정리하고 집에 가서 자고 다음날 아침에 다시 왔어요.
장례식장에서도 닫고 싶은 시간을 물어보고, 문단속도 함께 해주었어요. 상주들도 밤에는 쉴 수 있어서 좋았고요. 조문객들 중에도 술을 마시거나 화투를 치는 분들은 없었어요.
* 유골함
장례 기간 동안 가장 예쁘고 좋은 것으로 해야 한다고 추천하고 싶은 것은 유골함이에요. 저도 잘 몰랐는데요.
첫 날 빽빽한 종이 가득 고르고 정할 때였어요. 다른 것들은 적정한 것으로 골랐는데 유골함을 정할 때 남편이 제일 좋은 것으로 하자고 의견을 내더라고요. 가격도 높은 편이라 다른 가족들도 멈칫 하고 있었는데, 남편이 강하게 추천해서 그렇게 결정했어요. 나중에 물어보니 그냥 그게 제일 예쁘고, 엄마에게 어울릴 것 같았데요.
그런데 유골함을 제일 예쁘고 좋은 것으로 하길 너무 잘한 거 있죠. 유골함은 화장 후에 추모공원에 안치를 시키는데요. 두고두고 엄마를 만나러 갈 때 마다 가족들이 보게 되는 것이 바로 유골함이더라고요.
엄마의 생년월일과 하늘의 별이된 날짜, 그리고 엄마의 이름이 새겨진 예쁜 유골함을 볼 때마다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수의나 관은 화장하면 다 사라져버리는데, 유골함은 갈 때마다 가족들이 보고 엄마도 오래오래 함께 있잖아요. 유골함은 정말 후회없이 좋은 것으로 하시길 추천해요. 적정한 것으로 했으면 두고두고 후회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