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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이치료사 윤쌤 Oct 16. 2024

엄마가 없는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

   폐암 4기 엄마가 하늘의 별이 되고 6일이 지났어요. 

   2024년 1월 17일 수요일 아침, 딸아이가 아침 일찍 일어나 아빠와 꽁알거리는 소리에 잠이 깼어요. 


   어제 오후 먼저 집으로 돌아간 남동생 네를 배웅해 주던 순간 아빠가 후드득 눈물을 흘리셨어요. 아빠의 눈물을 보니 저도 순식간에 눈물이 터지더군요. 


   남편과 저는 그래서 오늘 집에 가는 순간이 어제부터 걱정이 되었어요. 마음 같아서는 집에 며칠 더 머물며 정리를 해드리고 싶었지만,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기도 했어요. 


   엄마의 임종 면회를 하고부터 저는 제대로 출근을 하지 못했거든요. 딸아이도 일주일 넘게 학원도 제대로 가지 못했고요. 


   아빠가 간단히 집에서 점심을 챙겨 먹고 얼른 집에 가라고 등을 떠미셨어요. 자식들이 아빠를 걱정하는 것이 못내 미안하셨던 것 같아요. 


   장례를 치르며 내내 많은 분들이 저와 남동생에게 아빠를 잘 챙겨드리라는 당부를 했던 것 같아요. 같이 살던 사람이 제일 빈자리를 많이 느낄 거라면서요. 


   반대로 많은 분들이 아빠에게는 자식들에게 너무 의지하지 말고 씩씩하게 꿋꿋하게 살라는 이야기를 하셨더라고요. 자식들에게 의지하면 결국 모두 힘들어진다면서요. 


   집 구석구석 더 정리했으면 좋겠는 차마 안 떨어지는 눈길을 뒤로하고, 짐을 챙겼어요. 아쉬워하는 딸아이에게는 "엄마랑 할아버지 집에 또 오자"고 이야기하면서요. 


   그렇게 짐을 챙겨 집을 나서는 길, 아빠가 배웅해 주신다며 같이 나오셨어요. 남편에게도 저에게도 장례 치르느라 너무도 수고 많았다고, 자식들이 있어 정말 든든하고 고마웠다고 인사를 하시면서요. 


   울지 않겠다고 마음을 단단히 먹었는데... 집을 나서면서부터 눈물이 주체할 수없이 터져 나왔어요. 엄마가 암 진단을 받고 부터 가장 걱정하고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순간, 엄마와 아빠가 함께 살던 집에 아빠가 혼자 남겨지는 순간이었어요. 


   결국 아빠에게 안겨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었어요. 엄마가 없는 일상을 홀로 살아가야 할 아빠의 외로움이 그리고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을 앞으로의 쓸쓸함이... 너무도 슬프게 다가왔어요. 



   "딸아, 

    걱정하지 마라...

    씩씩하고 꿋꿋하게 

    밥 잘 챙겨 먹고 살 테니...

    아빠 걱정하지 말고...

    집에 가서 딸아이랑 남편이랑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거라... " - 아빠 



   아빠 마음 약해지지 않게 즐겁게 인사하고 떠나야지의 다짐은 애초에 물 건너가버렸어요. 어린아이처럼 아빠에게 안겨 엉엉 울다가 간신히 차에 탔고, 아빠는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서서 손을 흔들었어요. 


   언젠가 엄마가 컨디션이 좋지 않아 아빠가 혼자 내려와 배웅해 주던 그 때 같았어요. 엄마가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을 아빠도 집으로 들어가 아무도 없는 집안을 마주했을 그때부터 이별이 시작되었겠죠.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각자의 이별의 시간이 이제 시작된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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