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을 한 첫해,
2018년에는 정말 일이 많았어요.
회사에서 팀장은 중간관리자였지만, 총괄 업무도 맡아야 했고, 타부서 팀장 겸직 자리하느라 정말 밀려드는 업무를 처리하기에도 시간이 빠듯했어요.
게다가 3년에 한번 텀으로 돌아오는 굵직굵직한 평가와 심사들이 2~3개월 간격으로 몰려있는 해였어요. 업무를 익히기에도 벅찬 시기였는데 유능하게 해내야 할 미션들이 첩첩산중이었죠.
적극적이고 외향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상사를 따라 외근도 많이 다녔어요. 학회와 토론회, 의회, 국회도 그때 원 없이 갔네요.
그러느라 육아와 일을 병행하기에 시간은 늘 부족했어요. 딸아이를 하원 시켜 다시 회사로 가서 야근을 하는 날도 많았고, 남편에게 딸아이를 맡기고 주말에 나가 일을 하는 날도 많았어요.
그럼에도 일의 진행은 항상 마뜩지 않았고, 오히려 아쉬움만 쌓였어요. 내가 그렇게 힘들게 애쓰며 일하다 보니 그만큼 노력해 주지 않는 직원들이 모두 야속했어요.
돌아보면 2018년은 90년생 들이 취업을 하기 시작했던 즈음이에요. 소위 말하는 MZ 세대들이죠. 워라밸과 내 삶의 행복이 제일 중요한 그들이 보기에도 1년 내내 정신없이 일에 미쳐있던 제가 보기에도 서로의 모습은 멀고도 멀었어요.
저에게도 남들에게도 조금의 여유도 없이 날카롭게 일하던 1년을 보내고 알게 된 것들이 있었어요.
마음대로 계획대로 되는 것은 없다는 것
어떤 일도 완벽할 수는 없다는 것
그러니 돌발 상황도 실수도 유연하게 대처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능력이라는 것
나를 갈아 넣으며 일하는 것보다
남을 일하게 하는 것이 백만 배 더 어렵다는 것
일을 함께 하기 위해서는
때로 좋은 분위기에 더 공을 들여야 한다는 것
이렇게 1년 일하면 몸도 마음도 망가진다는 것
저는 복직 후 첫 응급실을 시작으로
2,3개월에 한번은 링거를 맞아야 했고
헤르페스에 감염되면 주사를 맞고 약을 먹어도 2주 이상 낫지 않았어요. 의사 선생님은 이 정도면 본인이 몸 관리를 너무 안 하시는 거라며 혼을 냈죠.
그렇게
몸도 마음도 밑천이 바닥나고 있다는 걸 느끼며,
2019년 1월을 맞이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