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저는 복직하고 1년 반이 지나가는 시점이었어요.
회사에는 상사와 동료 3명이 육아휴직에 들어갔고, 새로운 상사가 왔어요.
출산에 들어가는 상사는 1년 후 복직 의사를 밝혔어요.
저는 "새로운 상사와 1년 정도 근무하겠구나, 큰 변화 없는 1년을 보내겠지" 라고 막연히 생각했죠.
그것은 아주 큰 오산이었어요.
상사가 바뀌었을 뿐인데, 회사는 공기마저 달라진 느낌이 들었어요. 두 상사 모두 일 적으로는 다 능력 있는 분들이었죠. 다만, 일을 추진하는 스타일이 많이 달랐어요.
예전 상사는 차근차근 계획적으로 일을 추진하고 내실을 다지는 스타일이었고, 새로운 상사는 아이디어가 많고 창의적으로 일을 펼치는 스타일이었어요. 대외적인 활동도 활발히 진행했고요. 덕분에 일이 아주 많아지기 시작했죠.
직원 관리에 있어서도 두 분은 큰 차이를 보였는데요. 예전 상사는 직원들이 근속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알게 모르게 직원들의 편의를 봐주는 부분도 많았어요. 근태에 대해서도 조금은 느슨한 면이 있었죠.
그래서 저는 이 부분이 조금 불만이기도 했어요. 아침에 지각하는 직원들, 오후에 이런저런 핑계로 일찍 퇴근하겠다는 직원들, 연차를 무리하게 쓰겠다는 직원들... 등등 많았거든요.
여러 직원들의 편의를 예전 상사는 최대한 이해해 주려는 편이었고, 회사 내의 분위기도 유연하고 부드럽게 가져가려고 애썼죠.
저는 "그렇게 다 편의를 봐주면 일은 누가 남아서 하나" 하는 마음이 들어 가끔 답답할 때도 있었어요. 그런 좋은 의도를 악용하는 나쁜 사람들은 언제나 있으니까요.
새로운 상사는 그런 면에 있어서는 조직문화가 해이해질 수 있다며 바로잡고 싶어 했어요. 자연스레 근태 관리를 촘촘히 하기 시작했고, 직원들 간 서열을 우선시하면서 유연하고 부드럽던 분위기도 딱딱해졌어요.
초반에는 "이제야 좀 회사 같겠구먼" 생각했는데요. 제가 간과한 부분이 있었어요.
예전 상사가 배려하고 이해해 주려던 직원들에 저도 포함되어 함께 혜택을 보고 있었다는 점을요.
새로운 상사 덕분에 회사는 조금씩 살벌하고 치열한 분위기로 바뀌어 갔어요. 거기에 저는 중간 관리자 승진 후보자가 되었어요. 함께 일하던 중간 관리자가 퇴사 의사를 밝혔거든요.
자연스레 저는 새로운 상사와 더 많은 일을 하게 되었고, 간신히 그때까지 친근하게 함께 일을 해오던 동료 직원들과는 한순간에 어색한 사이가 되었어요. 그리고 그 이후로도 관계는 회복되지 않았어요.
저는 졸지에 예전 상사를 배신하고, 새로 온 상사와 회사의 분위기가 살벌해지는 일에 앞장서는 앞잡이가 되어 있더군요.
회사에서 만난 관계는 다 부질없다는 것을 피부로 알았고, 그 후로 회사 생활의 외로움을 뼈가 시리도록 느꼈어요.
상사가 바뀌었을 뿐인데, 저는 이직을 한 기분이었어요. 원래 익숙하고 편안했던 모든 것이 낯설고 불편해진 느낌이었거든요.
회사에서 상사의 영향력이 이렇게나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일도 생긴다는 것도요.
그렇게 2018년 1월,
저는 중간 관리자로 승진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