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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하고 이상한 사람

by 마잇 윤쌤

절친한 직원들의 퇴사 소식은 충격이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어요.


회사가 조금 안 좋아도 동료들이 좋아서 함께 버틸 수 있다고 생각했던 저에게 큰 시련이었던 것 같아요.


친한 친구들이 한꺼번에 이사 가고 전학 가게 된 초등학생처럼 상심이 컸죠. 따라갈 수도 없었고요.


아이를 키우며 이곳에서 경력과 자격을 채워 더 좋은 미래를 그려보자며 스스로 마음을 다잡았어요.


그리고, 며칠 뒤 함께 일하던 동료 직원들과 상사의 임신 소식을 들었어요. 내년 봄과 여름에 출산을 하고 육아휴직에 들어간다는 이야기였죠.


얼마나 어렵게 임신을 준비했었는지 알았기에 소식을 알고는 정말 진심으로 기뻐하고 축하했어요. 한 생명이 찾아온다는 것이 감격스럽더군요.



하지만, 기쁨도 잠시...



본인이 아이를 낳고 복직한 마당에 다른 사람의 임신과 육아휴직을 싫어한다면 그처럼 아이러니하고 이상한 사람이 있을까 생각했었는데요.



그처럼 아이러니하고 이상한 사람은 바로 저였어요.



정확히는 동료들이 임신을 하고 육아휴직을 하는 것이 싫었던 게 아니었어요. 회사의 관리 평가 주체가 대체인력 없이 기존 인력으로 내년 1년을 버티라고 하는 것이 정말 끔찍하게 싫었어요.


어차피 두세 달 텀으로 다시 복직할 거 아니냐는 거죠. 비슷한 또래의 여직원들이 많아 임신도 출산도 많은 것뿐인데, 일은 언제 할 거냐는 듯한 뉘앙스의 이야기를 흘릴 때면, 자괴감마저 들었어요.


니들은 엄마도 없이 스스로 태어났냐고 따지고도 싶었지만, 사회생활이 어디 그런가요. 그렇게 속 시원하게 할 말 다 하는 날은 끝까지 없었어요.


평소보다 일이 두세 배가 될 것은 자명한데, 어찌할 방도가 없었어요. 그냥... 매일매일 해야 하는 일들을 할 뿐...


원하는 것을 생각하고 선택하는 것이 인생에 있어 중요하다고 배워왔는데...


상담실에서는 내담자들에게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으면서, 정작 내 생활 속에서는 그 무엇도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없었어요.


아마도 이때부터 마음이 좀 먹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구나... 인지하지 못했지만, 마음 한편에 무기력이 켜켜이 쌓여가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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