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15개월의 육아휴직 기간이 끝나고, 7월 1일 자로 복직을 했어요. 상반기에 예상보다 많은 사업과 실적으로 기존의 직원들은 피로감이 상당했어요.
상사들은 복직한 직원이 새로운 분위기를 잡아주길 기대하는 눈치였고, 기대에 부응하고 싶은 마음으로 열심히 일했어요.
복직 후 3개월, 몇 달 동안 준비하던 큰 사업을 마무리하고, 한숨 돌리던 어느 날이었어요. 정신없이 아이를 등원시키고 출근을 했고, 아침으로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사 먹었죠.
그날은 어린이집 부모상담 날이라 오후에 반차를 내고 집으로 일찍 퇴근해 있었어요.
집에서 쉬고 있는데,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었어요. 생각해 보니 삼각김밥을 먹은 이후로 화장실을 계속 들락거리고 있더군요.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쯤, 이제 구토감까지 들었어요.
별일 아닐 거라 생각하며, 배탈 약과 타이레놀을 먹고, 딸아이 어린이집에 부모상담을 갔어요. 어린이집 담임 선생님은 딸아이는 잘 크고 있다며, 똘똘한 아이라고 칭찬해 주셨죠.
집에 돌아와서는 몸이 너무 힘들어 남편에게 딸아이를 맡기고 먼저 잠이 들었어요.
그리고 새벽 3시쯤...
난생처음 온몸이 덜덜 떨려 일어나 열을 재 봤어요.
"삐~ 40.2"
자고 있던 남편과 곤히 자던 애를 업고 근처 대학병원 응급실로 달려갔어요.
대학병원 응급실에서는 봉합 수술이 밀려 있어, 다른 병원으로 가보라고 하더군요. 온몸이 덜덜 떨리는 채로 그렇게 심한 게 아니면, 처방전만 주시면 안 되겠냐 물었어요. 자던 애를 업고 왔다고요.
응급실 의사는 정색하며 급성 장염으로 매우 위험한 상태이니 꼭 병원으로 가라고 하더군요.
다시 차를 타고 가까운 다른 병원으로 향했어요. 증상을 듣더니 바로 수액을 놓아주었고,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잠들었어요.
"으앙.... 으앙... 으앙!!!!"
응급실에서 한두 시간 잤을까요? 아기 울음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잠이 깼어요.
복도에 나가보니,
아기 울음소리의 주인공은 딸아이였어요.
얼마나 오랜 시간 울었는지...
딸아이는 눈물과 땀으로 범벅이 되어 온몸을 떨며 울고 있었어요. 달래다 지친 남편의 흙빛 얼굴과 딸아이의 얼굴이 지금도 생생해요.
딸아이에게 다가가 이름을 부르고 엄마야라고 했더니 링거를 손으로 잡아 빼려고 하더군요. 엄마 이거만 다 맞고 집에 가자고 유모차를 앞뒤로 밀어주었어요.
아이는 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 잠이 들었고, 링거를 다 맞은 새벽 5시 집으로 돌아왔어요.
다음날 아침, 제가 급성 장염으로 새벽에 응급실을 다녀왔다는 연락을 받은 친정 부모님이 일찍 집으로 오셨어요. 거의 날아오셨던 것 같아요.
아침에 일어나 소파에 누워 있는 제 옆에 가만히 앉아 뽀로로를 보던 딸아이가, 친정 부모님이 오신 것을 보더니 바로 달려가 안겼어요.
그러더니 고사리처럼 작은 손으로 쪼르르 전자레인지 밑 바구니에서 햇반을 꺼내 할머니에게 가져다주더군요. 많이 배고팠나 봐요.
생각해 보면 새벽에 그 난리를 치렀으니 힘들었을 텐데... 저도 몸이 너무 아파 챙겨주지도 못했네요.
아이를 낳고 처음으로... 엄마가 아프면 아이도 고생이구나 하는 것을 알았어요. 엄마가 챙겨주지 못하니까 아이도 불쌍해지는구나...
제 몸이 아팠던 것보다
제 삶의 엄마로서의 책임감이 생겼다는 것이
피부로 와닿았던 아침이었어요.
엄마를 찾으며 병원 복도에서 울고 있던 딸아이의 모습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