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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석하지만

by 마잇 윤쌤

복직한 회사는 집에서 10분 거리였지만, 딸아이를 등 하원 시키며 출, 퇴근하기에는 오전 9시와 오후 6시는 늘 빠듯했어요.


저는 최소 업무 시간 10~20분 전에 여유있게 사무실에 도착해서 모닝 커피도 마시고 싶었어요. 현실은 잠든 아이를 이불채 안고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회사에 도착해 아침 첫 물을 마셨죠.


"아이가 늦게 일어났어요. 아이가 아파요." 하며 지각과 조퇴를 자주 하는 직원들도 있었어요.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었어요.


하지만, 저는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매번 아이 핑계 대기가 싫었거든요. 아이가 없는 다른 직원들 보기에도 민망했고요.


스스로 조금 더 부지런을 떨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겁도 많고 운동신경도 둔한 제가 운전 연수를 시작했어요. 면허를 따둔 지는 5년이 지났지만, 그때까지 실제 운전을 해본 적은 거의 없었어요.


더 솔직히는 운전을 하고 싶지 않았어요. 어릴 때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를 얻게 된 친구네 엄마를 보았기에 저에게 운전은 정말 두려운 일 중에 하나였거든요.


주말에는 친정엄마에게 퇴근 후 남편에게 딸아이를 맡기고 틈틈이 운전 연수를 받았어요.


운전연수 20시간을 마치고 차를 운전해 출근하던 첫날, 10분이면 갈 거리를 30분이 걸려 도착했죠.


도착해서는 어중간하게 주차를 했고 식은 땀이 흔건한 채로 출근했어요. 그 뒤로 정말 조금씩 익숙해지더군요. 복직 후 6개월이 될 무렵, 간신히 운전에 적응하고 있던 저에게 너무도 애석한 소식이 전해졌어요.


함께 근무 중이던 직원들 중 4명이 12월말을 끝으로 퇴사한다는 소식이었어요.


매해 나가고 들어오고가 반복되는 회사였지만, 그 중에 2명은 2~3년 이상 저와 함께해서 각별했거든요.


복직해서 적응하기까지 많이 의지했던 직원들이었는데 이제 곧 떠난다니 믿고 싶지 않았답니다. 퇴사 사유도 각각 사정이 있었어요. 멀리 이사도 가고, 학교도 가야 해서 더 잡을 수도 없었죠.


제가 첫 입사를 했을 때만 해도, 대학원을 졸업한 상담 전공자의 첫 직장으로 회사가 괜찮은 편이었거든요.

아이를 낳고 복직한 사이, 회사는 정말 별로인 곳이 되어 있었어요.


직원 급여에는 큰 변화가 없었는데, 직원 기준은 한층 더 까다로워졌어요. 대학원 전공과 국가자격증 조건이 추가되었더라고요.


1미리만큼 높아진 인지도와 예산으로 업무량(상담과 사업)이 폭증했고, 1년 내내 각종 감사와 평가, 온갖 민원으로 직원들의 시달림이 심해져 있었어요.


아쉬움 없이 떠나가는 각별했던 직원들을 보며, 저도 함께 퇴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어요.



애석하지만,



제가 그럴 수 없었던 이유는 마무리 하지 못했던 국가자격증과 딸아이를 키우며 새로운 일을 병행할 수 있을까 라는 스스로에 대한 의구심이었던 것 같아요.


일하는 환경도 대우도 좋지 않았지만, 함께 하는 좋은 직원들이 있어서 행복했거든요. 회사를 좋아했던 한 가지 큰 이유가 사라지고 있었어요.


저도 혼자 였다면, 더 좋은 조건의 자리로 자유롭게 도전해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컸어요.


엄마의 복직으로 어린이집에 적응하고 지내고 있는 딸아이를 키우며 일하기에는 가깝고 익숙한 직장은 크나큰 장점이니까요.


엄마가 되고 나니 좋은 직장에 대한 기준도 많이 달라지더라고요. 엄마의 지경은 이렇게 좁아지는 구나 싶어 씁쓸하고 서글펐던 복직 후 첫 겨울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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