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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by 마잇 윤쌤

두 번의 자격증 시험과 산후우울증, 딸아이의 돌치레와 저의 중이염, 돌잔치를 끝으로 다사다난했던 육아휴직 기간은 막바지에 접어들었어요.


복직을 코앞에 두고 딸아이도 어린이집 적응에 들어갔죠. 9시 출근하고 6시 퇴근하는 엄마가 아이를 등 하원 시키려면 아이는 더 일찍 등원하고 더 늦게 하원해야 하니까요.


그때부터 주변에서 한마디씩 거들기 시작했어요. 꼭 복직을 해야겠냐, 아이를 친정에 두고 가고 주말마다 내려와라, 이렇게 어린아이를 꼭 어린이집에 보내야겠냐, 친정 근처로 이사를 와서 서울로 출퇴근을 해라...

아이를 키우는 것에는 다들 왜 그리 의견이 많은지...



"나는 복직을 하고 싶고, 아이는 내가 밤에 데리고 잘 것이고, 지금 집이 회사와 제일 가까우니 이사 생각이 없다!"



이 이야기를 조금 과장해서 백 번은 한 것 같아요.


겉으로는 다부지게 복직 의사를 밝혔지만, 저라고 왜 고민이 없었겠어요. 복직이 두려운 마음은 저도 많았어요.


아이를 키워보니 15개월도 금방이었고 이제 걸음마를 시작하고 엄마를 찾는 돌 아가는 정말 어리더군요. 무슨 부귀 영화를 보겠다고 어린 아이를 두고 복직을 해야 하나...


치료실에서 만날 어린아이들, 청소년들 그리고 부모님들에게 무어라고 상담을 이어갈 수 있을까, 내 아이도 남의 손에 맡겨두고 남의 아이의 마음을 살펴야 하는 일을 마음 편히 할 수 있을까...


아침저녁으로 등 하원 이모님이라도 구해볼까 했지만, 그조차도 내키지 않았어요. 오히려 어린이집이 안전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왜 많은 선배들이 육아휴직 후에 돌아오지 못했는지 이해가 됐어요.


오히려 남편은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어요.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복직을 해도 집에서 계속 쉬어도 우리가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만 했죠.


나중에 알았지만, 시댁에서도 복직을 하지 않았으면 했다 하더군요. 남편이 시부모님께 어렵게 공부해서 이제 일을 시작한 사람인데 그만두고 싶겠냐고 했다는 이야기는 아주 나중에 들었어요.


복직을 하지 않을 이유는 너무도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복직이 하고 싶었어요. 엄마가 되었지만 일도 공부도 하고 싶었고 이대로 아이만 키우기에는 억울했거든요.


제가 정말 좋아하고, 의미 있는 일이니 잘할 수 있게 응원해 주고 싶었다는 남편의 이야기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있어요.


누군가는 육아휴직 후에 복직하지 못하고, 누군가는 복직을 합니다. 그 자체만으로 아이를 더 사랑하고 덜 사랑하고의 판단의 잣대로 삼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각자의 고민 끝에 각자가 내린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것,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겠지 하고 넘어가 주면 훨씬 편안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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