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증 시험을 접수하고, 딸아이가 낮잠을 잘 때나 밤에 잠이 들면 식탁에 나와 앉아 문제집을 풀었어요. 어떤 날은 딸아이를 재우다가 함께 잠이 들었다가 새벽녘에 벌떡 일어나기도 했어요.
생각해 보면 공부에 집중하기 어려웠던 상황이었는데, 포기하기 싫은 마음에 붙들고 있었던 것 같아요.
자격증 시험날 딸아이를 봐주기로 한 친정엄마는 시험은 다음에 보러 가라고 말렸어요.
그때의 저는 여전히 해열제와 항생제를 먹는 중이었고, 중이염이 심해 귀에 물이 차있었거든요.
몸도 안 좋은데 공부도 제대로 못했을 텐데 하며 말리는 엄마에게 두 번째 자격증 시험 기회를 날려버릴 수 없다며 고집을 부렸죠.
복직하면 더 바쁘고 정신이 없을 테니 지금 따두는 것이 좋겠다 생각했고, 육아휴직 동안 성과를 만들어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었어요.
시험날 아침, 친정에서 아침 일찍 기차를 타고 시험장으로 향했어요. 귀에 물이 차면 이렇게 모든 세상의 소리가 맹하게 들리는구나 하는 걸 알았어요. 나 혼자 물속에 잠수하고 있는 기분이더라고요.
시험을 보고, 그날 밤 집에 와서 가채점을 해봤어요. 시험을 보는 데 문제가 어렵지 않더라고요.
어쩌면... 합격하겠는데? 하는 기대감이 들었어요.
가채점 결과는
불합격, 1문제가 부족했어요.
시험지를 붙들고 정말... 목놓아 울었던 것 같아요.
어차피 이렇게 떨어질 것을... 포기하지도 내려놓지도 못하고 미련하게 이렇게 끌고 온 자신이 원망스럽고 화가 났어요.
보란 듯이 육아휴직 기간 동안 새로운 자격증을 취득하고 복직하려던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죠. 돌아보면 더 나은 미래를 일궈보겠다고 현실의 저를 들볶았던 것 같아요.
엄마가 되었으니, 전과는 다른 삶을 다른 속도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였어야 했는데 말이죠.
다 낫지도 않은 몸을 끌고 시험을 보러 다녀오느라 나아가던 열감기는 다시 기승을 부렸고, 며칠을 더 앓고서야 끝났어요.
혼자 였다면, 훨훨 날아갔을 것 같은 시간들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처럼 지체없이 흘러갔고, 복직은 코앞으로 다가왔어요.